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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유럽 압박에…달라진 태도
휴전 협상 의지일까, 시간 끌기일까
30일 휴전 압박엔 여전히 ‘모르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 직접 대화를 제안했다.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를 향해 압박 강도를 높이는 가운데 나온 이번 제안이 지지부진한 휴전 협상에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러시아의 진정성 없는 시간 끌기 전략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로이터·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오는 15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지체 없이 협상을 재개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어 협상 목적은 “갈등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고 장기적이며 지속 가능한 평화를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며 “협상을 통해 새 휴전에 합의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그동안 양국 협상이 진전되지 못한 책임은 우크라이나에 돌렸다. 그는 전쟁 초기인 2022년 결렬된 휴전 협상을 거론하며 “협상을 깬 건 러시아가 아니라 우크라이나였다”라며 “러시아는 어떠한 전제 조건 없이 협상에 임할 준비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 성과 없이 끝난 2022년 이스탄불 회담의 ‘재개’라는 의미를 강조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쟁 발발 5일째인 2022년 2월28일부터 벨라루스 국경지대와 이스탄불에서 여러 차례 휴전 협상을 진행했으나 뚜렷한 진전을 보지 못했다. 로이터·AP통신에 따르면 당시 회담에서 제시된 휴전 초안에는 우크라이나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들로부터 안전을 보장받는 대가로 영구 중립국으로 남는 방안 등이 담겼다.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에 대한 논의는 미뤄두고, 우크라이나의 군사력을 제한하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왼쪽부터)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1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만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외신은 푸틴 대통령의 이번 제안이 유럽과 미국이 러시아에 휴전을 압박하는 목소리를 높이는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유럽 4개국(영국·프랑스·독일·폴란드) 정상은 전날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기자회견을 열고 러시아가 12일부터 30일간 조건 없는 휴전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엄청난 제재”에 직면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이들은 이날 함께 통화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조건 없는 휴전을 지지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유럽은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 관련 유조선에 관한 제재를, 미국은 러시아산 에너지 구매 국가에 대한 500% 관세 부과 등을 검토 중이다. 그동안 일방적으로 러시아 편을 들던 미국마저 러시아의 태도에 회의적 입장을 보이며 유럽과 공동 전선을 펴자 푸틴 대통령도 한걸음 물러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제안이 나온 후 SNS 트루스소셜에 “종전을 위해 양쪽(러시아·우크라이나)과 함께 계속 일하겠다”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위대한 날일 것”이라고 환영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의 회담 제안이 얼마나 진정성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관측도 많다.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를 향한 경고 발언의 수위를 높일 때마다 일방적으로 ‘부활절 30시간 휴전’ ‘전승절 72시간 휴전’ 등을 선언해왔다. 이를 두고 미국 비위를 맞춰 전장·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표면적으로만 휴전 의지를 강조하는 시간끌기 전략에 불과하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도 서방이 촉구한 ‘조건 없는 30일 휴전’에 대해선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회담 제안의 목적으로 “분쟁의 근본 원인 제거”를 또다시 언급했다. 러시아는 줄곧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 포기, 러시아 점령지에서의 우크라이나군 철수 등을 ‘분쟁의 근본 원인’과 관련된 문제 해결 방안으로 고집해왔는데, 이같은 요구가 휴전 협상을 어렵게 만든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제안에 대해 “(평화를 위한) 첫걸음이지만 충분하진 않다”며 “푸틴은 여전히 시간을 벌길 원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건 없는 휴전은 당연히 협상을 앞세우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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