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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공원 '다회용기 반납함' 한달…"일회용기 300개 절약"
'음쓰 그대로 담아 반납' 간편…"나도 모르게 친환경 실천"
다회용기 7단계 세척과정…"대학에도 반납합 설치 예정"


한강공원 피크닉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별거 아닌데 최근에 한 일 중 가장 잘한 일 같아요. 플라스틱 쓰레기 하나를 줄인 셈 아닌가요?"

지난 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만난 직장인 김모(31) 씨는 이날 처음으로 플라스틱 통이 아닌 스테인리스 통에 담긴 배달음식을 먹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닭찜을 주문한 김씨는 "음식을 꺼낼 때 갓 요리한 듯 용기가 뜨끈했고, 다 먹을 때까지 음식이 식지 않았다"며 "뒤처리까지 간편했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지난달부터 여의도·뚝섬 한강공원에 총 5개의 다회용기 반납함을 설치해 운영하면서 벌어진 변화다. 이용객들은 배달음식을 시켜 먹은 뒤 다회용기를 반납함에 넣기만 하면 된다. 추가 비용은 없다.

다회용기 배달 음식의 최대 장점은 남은 음식을 그대로 담아 반납해도 된다는 점이다. 친환경을 실천했다는 뿌듯함은 덤이다.

대학생 이모(25) 씨는 "피크닉 후 남은 배달음식을 편의점 음식물 쓰레기통에 몰래 버린 적이 있는데 마음이 참 불편했다"며 "다회용기 서비스가 좋은 대안이 될 것 같다"고 했다.

다회용기에 담겨온 배달 음식
[촬영 이승연]


음식이 다회용기에 담겨오도록 요청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배달 앱을 켜서 '다회용기' 카테고리를 선택해 메뉴를 고른 뒤 결제 직전 '음식은 다회용기에 담아주세요'를 요청사항으로 체크하면 된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땡겨요 등 앱에서 이용할 수 있다.

기자가 직접 앱에 조회해보니 여의도 한강공원으로 배달 가능한 업체는 약 50곳이 있었다. 플라스틱 용기가 많이 필요한 중식, 한식 메뉴 위주였다.

음식이 담긴 다회용기는 방수 재질의 검은색 가방에 담겨왔다. 배달 과정에서 음식은 새지 않았고, 무엇보다 따뜻했다.

다 먹은 뒤에는 용기를 가방에 담아 한강공원 배달존 반납함에 넣은 뒤 회수 신청을 하면 된다. 가방에 프린팅된 큐알 코드를 통해 장소와 개인정보만 입력하면 된다.

한강공원 다회용기 반납함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배달존3에서 발견된 다회용기 반납함의 모습. 배달존 인근에 누군가 버린 일회용기 쓰레기들이 보인다. 2025.5.11


수거된 다회용기와 음식물은 어떻게 처리될까.

다회용기 공급·회수·세척 서비스 '리턴잇'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잇그린을 9일 방문해 세척 과정을 살펴봤다. 잇그린은 2022년부터 서울시·배달 어플과 협업해왔다.

강남구에 위치한 잇그린 세척장에는 회수된 다회용기가 기자의 머리 높이까지 쌓여있었다. 반찬통, 도시락통 등 용기의 종류도 12가지에 달했다.

회수된 다회용기는 총 7단계를 거쳐 세척된다. 담겨있던 음식물을 버린 뒤 애벌 세척·불림·고온 세척·헹굼·건조·살균소독·전수 검사 등을 거쳐 음식점 업주들에게 배송된다.

용기 뚜껑에 붙어있는 고무 패킹도 직원들이 일일이 떼어내 검수한다. 하나의 다회용기가 회수부터 배송까지 걸리는 데에는 3∼4일이 소요된다고 한다.

김나경 잇그린 전략팀 담당자는 "한강에 설치된 반납함은 한강 본부 미화원과 함께 관리하고 있으며, 용기 세척은 위생전문업체로부터 정기적 인증을 받아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다회용기 배달이 가능한 음식점은 뚝섬 한강공원에서 약 130개,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약 50개다.

7단계 거치는 다회용기 세척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지난 9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리턴잇 세척장에서 직원들이 회수된 다회용기를 씻고 있다. 2025.5.11


잇그린에 따르면 한강공원 반납함이 운영된 지난 한 달간 약 300개의 일회용기가 절약됐다. 5개의 반납함을 통해 주말·연휴 기준 하루 평균 25개의 다회용기가 수거되고 있다.

김 담당자는 "서비스 초기 이용 수가 적었으나 현수막 설치 등 홍보를 통해 점차 이용객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한강공원뿐 아니라 배달음식을 자주 시켜먹는 대학 캠퍼스, 기숙사에도 반납함을 설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정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며 "배달음식을 많이 먹는 1인 가구 이용자가 많은 편"이라고 부연했다.

이용자들의 다회용기 반납률은 97%를 기록하고 있다. 반납 여부 및 훼손 상태가 데이터로 관리되고 있으며, 반납 신청하지 않은 고객에게는 메시지로 알림이 전송된다.

소비자로부터 요금을 받지 않는 만큼 잇그린은 음식점 업주들이 지불하는 용기 대여 요금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김 담당자는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친환경을 실천하게 하는 것이 저희의 목표"라며 "프랜차이즈 업체의 참여가 가장 필요하다"고 했다.

"고무 패킹도 하나씩 검수해요"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지난 9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리턴잇 세척장에서 다회용기 뚜껑에 부착된 고무패킹 검수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2025.5.11


음식점 업주들도 긍정적이다.

다회용기 배달에 동참하고 있는 '시골순대' 운영자 강신자 씨는 "가게를 하면서 일회용 쓰레기를 너무 많이 만드는 것 같아 그동안 마음이 불편했다"며 "더 많은 분이 이용하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송파구에서 '라쿤피자'를 운영하는 강광석(37) 씨는 다회용기에 맞게 피자 모양도 변경했다.

강씨는 "피자에 적합한 다회용기 사이즈가 없어 고민하다가 '1인 피자 메뉴를 다회용기에 맞게 모양을 바꾸면 되는 것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렇게 다회용기 전용 메뉴를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과거 직접 배달을 뛰기도 했다는 강씨는 "길 위에 있다 보면 기후변화가 더 크게 체감된다. 옛날과 기후가 정말 달라졌다"며 "조금이라도 죄책감을 덜고 환경에 도움이 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대여 비용도 내야하고 주방에 다회용기를 둘 자리도 마련해야 하지만 이들은 앞으로도 다회용기 배달 서비스에 동참할 예정이라고 했다.

강씨는 "죄책감을 덜었다거나, 음식물 쓰레기를 함께 회수해줘서 편리했다는 손님 리뷰를 보면 저도 덩달아 뿌듯하다"며 "고객들의 반응이 좋으니 저도 될 수 있는 한 많은 매장에 적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회용기 주문 및 반납 신청 모바일 화면
[배달의민족·리턴잇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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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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