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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작가 위첸이 쓴 신간 '세상에 나쁜 부모는 있다'
"좋은 부모가 되려면 의식적인 노력 필요"


12살 초등생 아들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친부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우리 아이는 겨우 13살밖에 안 됐다고요."

살인 혐의로 아들을 붙잡아 가는 경찰을 향해 아버지는 항변한다. 그러나 경찰서에서 경찰이 내민 폐쇄회로(CC)TV 화면을 보자 그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 그리고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옆자리에 앉아 있는 아들을 바라본다.

사건이 발생한 지 13개월이 흐른 후 소년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결국 '우리가 그렇게 키웠다'고 말하며 오열한다. 극악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해도 아들은 아들이니까. 소년원에 갇혀서도 생일날에 '생일 축하해요, 아빠'라고 전화해주는 살뜰한 아들이니까.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된 영국 드라마 '소년의 시간'(Adolescence) 얘기다.

드라마 '소년의 시간' 주인공 오언 쿠퍼
[AP=연합뉴스]


인셀(Involuntary Celibate·비자발적 독신주의자) 문제를 정조준한 이 드라마에서 소년은 극단적인 분노에 휩싸이고, 그런 자식을 보며 부모는 힘겨워한다. 이런 부모는 '소년의 시간'에만 나오는 건 아니다. 틸다 스윈턴 주연의 '케빈에 대하여'(2011),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악의 교전'(2012)과 같은 영화에서도 악한 인간으로 태어난 아이를 애처롭게 바라보는 부모가 등장한다. 부모는 지극한 사랑으로 아이를 키우기 위해 노력하지만 아이는 극악한 범죄를 일삼는다. 부모는 심적으로, 육체적으로 무너져 내린다.

그러나 세상에는 '나쁜 아이'만 있는 건 아니다. '나쁜 부모'도 있다.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부모도 있지만 그럴 생각도 없고 그렇게 할 의지와 능력도 없는 부모도 엄연히 존재한다. 마치 드라마 '더 글로리'에 나왔던 동은(송혜교 분)을 끝까지 학대했던 동은 엄마 미희(박지아)처럼 말이다. 대만 작가 위첸은 "부모라면 자기 자식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말은 '미신' 혹은 '신앙'이라고 신간 '나쁜 부모는 있다'(북바이북)에서 주장한다.

드라마 '더글로리'에서 동은을 학대하는 엄마 역할로 분한 배우 박지아
[연합뉴스 자료사진]


책에 따르면 아이들은 '세상에 나쁜 부모는 없다'라는 말을 누구보다 믿고 싶어 한다. 그러나 여러 사건 사고에서 보듯이 아이를 학대하는 경우는 세계 어디서나 발생한다. 설령 학대가 발생해도 아이들은 참기 일쑤다. 부모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평생 그 거짓말을 주변에 폭로하지 못한다. 부모를 사랑하는 마음, 부모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바람 때문이다. 다른 이유도 있다. 아이들은 "'부모님이 날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는 말을 입 밖에 꺼내는 순간 부정당하고 비난받을 것이 뻔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회적 '연극'에 동참한다. '부모는 자기 자식을 다 사랑한다'는 미신이 사회 전반적으로 뿌리내린 부작용의 결과다.

아동학대 예방 영상의 한 장면.
[부산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저자는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건 노력이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한다. 자식을 '노력 없이 사랑한다'는 말, '본능적으로 사랑한다'는 말은 "환상과 같다"고까지 표현한다.

"사랑이 본능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연습하고 노력해야 하는 부분, 즉 자기 자식을 존중하고 이해하며 개체성이 서로 충돌할 때도 여전히 사랑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은 무시된다."

철학자 에리히 프롬에 따르면 사랑은 보살핌, 책임, 존중, 이해로 구성돼 있고, 이 네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완전한 사랑이 된다. 이는 생각보다 도달하기 어려운 경지이고, 꾸준히 노력해야 할 일이다.

"자녀로 인해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과정은 자동화시스템이 아니다.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한편 자신의 연약함을 외면하지 않고 솔직하게 마주해야 한다."

박소정 옮김. 220쪽.

[북바이북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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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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