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네즈미술관에 전시 중인 운흥사 종
[제주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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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과거 제주목관아 앞에 걸렸던 종이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넘어가 현재 일본의 한 미술관에 있는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제주도가 이 종을 찾아오기 위해 국가유산청과 협의하고 있다.
10일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진행한 '제주목관아 종 복원 고증 학술용역'을 통해 일본 도쿄 네즈미술관 지하 1층 계단 아래 전시돼있는 '운흥사 종'이 1916년 12월 일본인에 의해 철거된 제주목관아 외대문 종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지정 사적인 제주목관아는 제주 역사문화의 핵심 유적으로, 일제강점기 한민족 문화 말살 정책으로 철거됐다가 2002년 복원됐다. 종이 매달려 있는 종루 역할을 했던 외대문도 복원됐으나 종은 복원되지 않았다.
게다가 제주가 전국 시도 중 제야의 종소리를 들을 수 없는 유일한 지역이라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종 복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져 왔다.
이번에 존재가 확인된 종은 1690년 경남 고성 운흥사에서 주조한 것으로, 해남 미황사가 소장하고 있던 것을 1850년 제주목사였던 장인식이 매입해 제주영 외대문 앞 종각에 매달았다.
종 무게는 300㎏(500근), 둘레는 243.8㎝(5척3촌), 두께는 5.98㎝(1촌3분)다. 이 종은 시각이나 성문 개폐를 알리는 데 쓰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종은 1916년 12월 일본인에 의해 철거됐다는 기록이 김선익의 '탐라기년'에서 확인돼 1917년 이후 일본으로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나, 정확한 반출 시점과 주체에 대해서는 조사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연구진은 종 복원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네즈미술관의 운흥사 종 실물을 최대한 복제하는 방식으로 복원을 추진할 것을 권장했다.
용역 결과가 나온 뒤 제주도의회에서는 종 복원이 아닌 반환 노력을 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
지난달 15일 제437회 임시회에서 강철남 의원은 "일본인에 의해 반출돼 현재 도쿄의 박물관에 그 종이 있다면 종을 반환받을 근거를 더 만들어서 반환 노력을 해야 한다. 반환이 어렵겠지만 국내 사례도 여러 건 있다"며 "그게 후손들을 위해서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약탈당한 것으로 확인되지 않는다면 현실적으로 반환받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많고, 미술관 측 협조가 없으면 정밀 복원마저 어려운 상황이다.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앞서 다른 지역에서도 이 종을 되찾기 위한 움직임이 있었다. 지난 2017년 고산문화재단이 '운흥사범종반환추진위원회'를 발족해 수년간 환수 운동을 벌였지만, 뚜렷한 성과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유산본부 관계자는 "우선 정확한 유출 경로를 파악해야 반환 요구나 매입 등 구체적인 방법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가유산청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등과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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