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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그레이엄 전 워싱턴포스트 회장은 46세이던 1963년만 해도 네 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가정주부였다. 그해 남편 필립 그레이엄이 작고하자 워싱턴포스트의 경영을 갑자기 이어 받았다. 남성 위주의 언론 환경에서 그가 버텨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많았다.

아니었다. 워터게이트 특종보도(1972년)를 이끌었다. 다른 언론사와는 정반대의 경영전략도 구사했다. 배당을 자제하는 대신 자사주를 공격적으로 사들였다. 1980년대 신문산업이 호황을 구가하자 경쟁사들은 다른 매체를 무차별적으로 사들이고 신규 인쇄설비를 도입했지만 그레이엄은 꿈쩍하지 않았다. 대신 6개 도시 휴대전화 사업권(1982년)과 교육업체인 스탠리캐플턴(1984년), 캐피털시티스의 케이블TV 사업(1986년) 등 언론과 전혀 관계없는 사업을 인수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1971년 상장했을 때부터 그레이엄이 1993년 퇴임할 때까지 워싱턴포스트의 연평균 수익률은 22.3%나 됐다. 워싱턴포스트 매출과 이익의 절반은 신문 이외의 사업에서 발생했다.

가정주부였던 그레이엄이 놀라운 성과를 낸 비결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워런 버핏의 조언을 뻬놓을 수 없다. 버핏은 1974년 워싱턴포스트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당시 무명이었던 버핏의 등장에 회사 이사회는 대놓고 경계했다. 그레이엄은 달랐다. 버핏을 이사로 영입한 뒤 멘토 겸 친구로 지냈다. 그레이엄의 아들인 도널드 그레이엄은 “어머니가 한 일 중 최고는 버핏을 알아본 것”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워런 버핏. 설명이 필요없는 현시대 최고의 ‘투자의 귀재’요, ‘가치투자의 대명사’다. ‘투자의 첫 번째 원칙은 돈을 잃지 않는 것이며, 두 번째 원칙은 첫 번째 원칙을 잊지 않는 것’이라는 소신을 가진 사람. 1965년 벅셔해서웨이를 인수한 뒤 작년까지 연평균 19.9%(누적으로는 550만%)의 수익을 낸 투자의 달인이다. 포브스 선정 세계 10대 부자에 40년 동안 빠지지 않으면서도 “부자는 세금을 많이 내야 한다”고 외치며 자산의 99%를 자선단체에 기부키로 한 사람이다.

버핏의 별칭은 ‘오마하의 현인(Oracle of Omaha)’이다. ‘헤지펀드의 대가’(조지 소르스)나 ‘월가의 전설’(피터 린치) 등의 별칭과는 결이 다르다. 어떻게 현인이란 별칭이 붙었을까. 궁금증은 2006년부터 2008년까지 3년 연속 벅셔해서웨이 주주총회에 취재차 참석하면서 어느 정도 풀렸다. 수만 명이 몰려든 주총에서 버핏은 주주들과 어울려 우쿨렐레를 연주하고 카드게임과 탁구를 즐겼다. 1958년 구입한 집에서 거주하면서 10만 달러가량인 연봉도 매년 그대로였다.

5시간가량 계속되는 주주와의 대화에서 그는 현인 같은 말을 쏟아냈다. “좋은 기업은 영원히 보유하라”거나 “남들이 탐욕스러울 때 두려워하고 남들이 두려워할 때 탐욕스러워져라”, “어떤 주식을 10년 동안 보유할 생각이 없으면 10분도 보유할 생각을 마라”는 명언이 대표적이다. 워싱턴포스트 투자 이유에 대해서도 경쟁우위 기업, 정직하고 능력 있는 경영진, 사회적 책임 있는 기업을 꼽았다.

그런 버핏이 올해 말 은퇴한다고 한다. 평소 “미국 정책에 맞서지 말라”고 말해 미국 경제에 절대적인 신뢰를 보냈던 그가 “무역이 무기가 돼선 안 된다”는 충고를 남기고 말이다. 95세 최고령 CEO이자 따뜻한 자본주의 투자가임을 보여준 버핏은 늑대만 득시글거리는 월가에 오랫동안 전설로 남을 것 같다.

이홍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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