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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게릴라식 행보로 국힘 혼 빼놔
법원, 金 승부수 가처분 기각하며 반전
두 차례 심야 협상 벌였지만 끝내 불발
국힘, 후보 교체 의결하며 배수진 협박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굳은 표정으로 나오고 있다. 뉴스1


대선 후보 등록을 하루 앞둔 9일 국민의힘은 롤러코스터를 탄 듯 현기증 나게 돌아갔다. '김문수-한덕수 단일화'가 교착 상태에 빠지며 이대로 가다가는 '기호 2번'이 빈칸으로 남는 최악의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 속에 양측은 하루 종일 숨가쁘게 움직였다. 그러나 저마다의 계산이 먼저 앞서면서 기싸움은 극단으로 치달았다. 심야 단일화 협상도 결렬과 재개를 반복하며 샅바싸움을 이어갔고, 국민의힘은 후보교체라는 초강수 카드를 결국 꺼내들며 대놓고 압박에 들어갔다.

초반 기선제압 김문수, 게릴라식 행보로 지도부 혼 빼놔



이날 국민의힘 단일화 상황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다. 기선제압에 나선 건 단일화 키를 쥔 김문수 대선후보였다. 예측불허 '게릴라식 행보'로 하루 종일 국민의힘의 혼을 쏙 빼놨다.

김 후보는 이날 영남권 일정을 전격 취소하고, 국민의힘 의원총회로 향했다. 김 후보는 그간 의원총회에 나와 달라는 지도부 요청에 호응하지 않다가 이날 전격 수용했다. 그러자 당내에선 "김 후보가 단일화 관련 진전된 입장을 내놓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감돌았다.

시작은 화기애애했다. 당 투톱인 권영세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는 의총장 앞 로비에 나가 김 후보를 마중하며 예우를 다했고, 축하의 꽃다발도 건넸다. 전날 김 후보에게 "알량한 대선 후보" "한심하다"고 원색적으로 비판한 권 원내대표는 고개를 숙이며 김 후보를 "청렴결백의 아이콘"이라고 띄웠다. "오해가 있으면 풀고 대선 승리를 위해 나아가자"는 요청에 김 후보도 의원들을 향해 손으로 하트를 그려보이며 호응하는 듯했다.

반전은 김 후보가 마이크를 잡으면서 시작됐다. "당 지도부가 무소속(한덕수) 후보를 우리 당 대선 후보로 만들기 위해 온갖 불법 부당한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고 작심 비판하더니 "김문수가 나서서 이기겠다"며 완주 의지도 분명히 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입장발표를 마친 뒤 퇴장하려하자 조배숙(오른쪽), 김대식 의원 등이 붙잡고 있다. 고영권 기자


김문수 강공에 의원들 "허탈"...단일화 포기론 고개



국민의힘은 발칵 뒤집혔다. 망연자실한 권 비대위원장은 "대단히 실망스럽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 후보는 비공개 의총에도 참석하지 않고 그대로 빠져나갔다. 몇몇 의원들이 "얘기를 듣고 가라"며 막았지만 소용없었다. 이에 일부는 김 후보 등 뒤에 대고 "자기 혼자 와서 떠들 거면 뭐하러 온 거야" "후보님, 얘기는 듣고 가세요" "와 이라노(왜 저러나)"라고 항의하며 아수라장이 됐다. 5선 조배숙 의원 등은 자리에서 일어나 김 후보를 가로막았지만 김 후보는 뿌리치고 지나갔다. 단일화 기대감이 바닥을 찍은 순간이었다.

이후 이양수 당 사무총장은 김 후보 주장에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분위기 반전을 시도했다. 김 후보가 주장한 △전당대회 당일 단일화 압박 △당 선대위 구성 거부 △당사 후보실 마련 거부 등 '후보 홀대 논란'을 조목조목 해명했다. 그럼에도 김 후보가 단일화를 이대로 거부하면 방법이 없는 것 아니냐는 체념이 더 짙어졌다. 단일화 포기론까지 제기되며 "당을 이 지경까지 만든 지도부는 즉각 물러나라"(6선 조경태 의원) 등 지도부 책임론까지 분출되는 등 분위기는 험악해졌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대리인인 김재원(왼쪽) 비서실장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 대리인인 손영택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이 9일 국회에서 열린 단일화 협상 관련 회동을 마치고 각각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법원, 김문수 승부수 가처분 기각하며 반전



그러나 이날 오후 5시 50분 서울남부지법이 김 후보가 낸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전세는 또 다시 역전됐다. 김 후보의 승부수가 좌절된 것이다. 김 후보 캠프는 법원의 결정 이후 "결정문에는 김문수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임을 명확히 인정했다"며 "법원조차도 김 후보의 지위를 부정하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 결정의 핵심은 당 지도부에 대선 후보를 새로 선출할 재량을 폭넓게 인정해준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김 후보에 끌려다니던 당 지도부로서는 역전의 기회를 잡은 셈이다.

'후보자 교체' 협박 속 심야 협상 끝내 불발



결국 기세가 꺾인 김 후보 측은 울며 겨자 먹기로 단일화 협상에 나섰다. 강제 단일화에 나서는 상황은 국민의힘이나 김 후보, 한 전 총리에게 모두 부담인 만큼 최후의 담판 그림을 만들어내려 한 것이다. 그러나 오후 8시 30분부터 돌입한 실무협상은 역선택을 둘러싼 이견 차로 30분 만에 결렬됐다. 김 후보 측은 "당에 전권을 위임한 한 전 총리는 협상 대상자가 아니다"고 자리를 박차고 나왔고, 협상 결과를 숨죽이며 지켜본 국민의힘 의원들은 다시 격앙됐다. 결국 당은 협상 불발 시 후보교체에 나서겠다는 결의로 맞섰다. 2차 협상에서 반드시 성사시키라는 최후의 협박이었지만, 이마저도 불발되면서 단일화는 끝내 파국을 맞았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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