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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후보 등록 마감일인 11일까지 단일화를 완료해야 한다는 당 지도부의 최후통첩을 사실상 거절하면서 무소속 한덕수 예비후보와의 단일화 협상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후보 교체를 포함한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옵션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라 후보 등록 마감일까지 국민의힘 자중지란이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단일화를 압박하는 발언을 하고서 퇴장하자 바로 이어서 의총장을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당 지도부는 9일 밤 의원총회를 열어 8~9일 이틀간 당원과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김문수ㆍ한덕수’ 선호도 조사 결과를 공유할 방침이다. ‘정당 또는 후보자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해선 안 된다’는 공직선거법 조항에 따라 구체적인 수치는 외부에 알리지 않는다. 조사 결과 한 후보가 앞설 경우 의총과 비대위 논의를 통해 후보 교체 안건을 집중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김 후보가 조속한 단일화를 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뒤집어엎었다”며 “당이 취할 수 있는 다양한 옵션을 모두 놓고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당 지도부의 결정은 김 후보 측이 법원에 제기한 ▶대선 후보자 지위 인정 및 제3자 후보 지위 부여 금지 ▶전당대회 및 전국위원회 개최 중단 등 두 건의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데 따른 것이다. 후보 교체를 통해 한 후보를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선출하기 위해선 우선 당헌·당규에 따라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김 후보의 후보 자격을 무효화해야 한다. 이후 선관위와 비대위서 한 후보로 후보를 재선출 하기 위한 안건을 통과시킨 뒤 10일 전 당원에게 찬반을 묻는 ARS 조사를 실시한다. 한 후보로 후보 교체에 찬성하는 당원 조사 결과가 나오면 국민의힘은 11일 전국위원회에서 후보 교체를 확정 짓는다는 계획이다. 이양수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법원에서 정당의 폭넓은 자율성을 인정을 해줬다”며 “전 당원 찬반까지 거치면 절차적으로나 민주적으로나 정당성을 확보하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당에서 “후보의 법적 지위를 보장해야 한다”(윤상현 의원)는 등의 반론도 적잖은 상황인데다 후보 등록 마감일까진 시간적 여유가 있어 당 지도부가 막판까지 숙고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당이 후보 교체 움직임에 나설 경우 김 후보 측은 법적 대응을 불사할 방침이다. 김 후보 측 관계자는 “총만 안 들었지 전쟁이나 마찬가지 상황”이라며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공격하듯 법률 미사일이 (당 지도부에) 마구 날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당이 실시한 여론조사를 근거로 후보 교체를 시도할 경우 ‘조사를 공개해선 안 된다’는 선거법 조항을 근거로 또 가처분 신청을 내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반면 단일화 당사자 중 한명인 한덕수 후보는 이날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당이 단일화에 대해 어떤 절차를 밟든 합당한 방법을 통해 결정을 내리지 않겠느냐”며 “모든 것을 당에 일임했다. 어떤 결과든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일화에 대해 당에서 결정이 나온 직후 바로 입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정현 대변인은 “저희는 차분하게 지켜보겠다. 중요한 것은 대선 승리”라고 말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꽃다발을 받은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영세 비대위원장, 김 후보, 권성동 원내대표. 김 후보는 지도부를 향해 "무소속을 당 후보 만들려 불법부당 수단 동원, 중단하라"며 입장을 밝힌 뒤 의총장을 떠났다. 뉴스1
앞서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 참석한 김 후보가 당 지도부의 단일화 일정에 불응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면서 양측의 갈등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 됐다. 김 후보는 “당 지도부는 현재까지도 저 김문수를 끌어내리기 위해 온갖 불법 부당한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며 “당헌ㆍ당규 위반이며 민주주의 질서를 파괴하는 반민주적 행위를 즉각 중단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소속 후보를 당 후보로 만들기 위한 강제 단일화에는 응할 수 없다”며 “저 김문수를 믿어달라. 제가 나서서 이기겠다. 함께 가자”라고 덧붙였다.

김 후보의 발언 뒤 연단에 오른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굳은 표정으로 “솔직히 대단히 실망스럽다. 의원들의 기대와 완전히 동떨어진 내용”이라며 “긴 말씀 안 드리겠다. 더 큰 지도자가 되려면 자기를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고 맞받았다. 단상에서 내려온 권 위원장이 곧바로 의총장을 떠나자 김 후보도 뒤따라 퇴장했다. 의총장에선 김 후보를 향해 “일방적으로 말하지 말고 얘기 좀 듣고 가라” “자기 혼자 떠들 거면 뭣 하러 온 거냐”는 고성 항의가 이어졌다.

이날 의총 직전까지만 해도 김 후보와 당 지도부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일시적 반전 가능성도 제기됐다. 김 후보가 대선후보 선출 뒤 처음으로 의총에 참석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민의힘은 김 후보 참석에 맞춰 의총 개최 시간을 1시간가량 미뤘다. 권 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는 국회 본관 2층 로비에 도열해 김 후보를 맞이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던 중 머리 위로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함께 의총장에 들어서며 김 후보는 ‘단일화 촉구’ 단식 중인 권 원내대표에게 “몸에 안 좋은데”라며 중단을 권유했다. 의원들은 김 후보에 기립 박수를 보냈고, 권 원내대표는 대표로 꽃다발을 전달했다. 권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에서 “김 후보는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뜨겁게 살아오신 청렴결백의 아이콘”이라며 김 후보를 추켜세웠다. 이어 “단일화에 대한 강한 열망에 대해 언급하는 과정에서 제가 후보에게 다소 과격한 발언을 했다.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 후보도 “단일화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 전, 참석 의원들에게 손을 머리 위로 올려 하트를 만들어 보이며 “사랑합니다”라고 말해 좌중의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김 후보가 단일화 일정에 불응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면서 분위기는 급변했다. 의총 정회 뒤 취재진과 만난 권 원내대표는 “당에서 단일화를 김 후보께 요청했던 이유는 후보께서 이미 그런 말씀을 여러 차례 했기 때문”이라며 “‘5월 10일 이전에 단일화하겠다’고 본인 입으로 말씀했다. ‘전당대회 직후 단일화하겠다’는 약속을 스물 몇 차례 하셨다”고 강조했다. 이 사무총장은 페이스북에 “대쪽 김문수를 권모술수 김문수로 만든 것은 그의 탐욕이 아니라 그를 둘러싼 간신 모리배들 때문이라고 믿고 싶다”며 “그렇지 않고는 모진 고문을 견디며 불의에 항거하고 대의를 지켜온 그의 삶이 너무 아깝다”고 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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