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국민의힘 의원들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굳은 표정으로 김문수 대선 후보의 발언을 듣고 있다. 김 후보는 반민주적 단일화가 추진되고 있다며 당 지도부를 규탄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연합뉴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선출 이후 9일 처음으로 의원총회에 참석했으나 지도부에 대한 반감만 드러내고 중도 퇴장했다. 김 후보는 지도부가 추진하는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와의 ‘단일화 로드맵’을 “반민주적 행위”라고 직격했고, 지도부는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맞받았다. 꽃다발로 시작한 김 후보의 첫 의총이 단일화 문제로 20분 만에 결국 파행으로 끝났다.

김 후보는 이날 단일화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의총에 참석했다. 김 후보는 그간 설전을 주고받았던 권성동 원내대표와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의 안내를 받으며 의총장에 입장했다. 김 후보가 의총에 참석한 것은 지난 3일 대선 후보로 선출된 뒤 처음이다. 의총은 애초 오전 11시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김 후보의 도착이 늦어지면서 약 한 시간 늦게 시작됐다.

당 지도부는 꽃다발을 건네며 김 후보를 맞이했고, 의원들도 박수로 환대했다. 권 원내대표는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뜨겁게 살아온 분” “청렴결백의 아이콘”이라는 말로 김 후보를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단일화에 대한 강한 열망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후보님께 과격한 말씀을 한 바 있다”며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고 했다. 이에 김 후보는 “존경하는 의원님들 정말 사랑한다”며 머리 위로 손하트를 그려 화답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그러나 김 후보는 곧 작심한 듯 지도부를 향한 비판을 쏟아내기 시작했고 의총장 분위기는 일순 얼어붙었다. 김 후보는 “강제 단일화는 김문수를 끌어내리고 무소속 후보를 우리당 대통령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당헌·당규를 위반한 불법적인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후보는 “전당대회 후 곧바로 당력을 모았다면 오늘날의 지지율은 아니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당이 자신을 도와 제대로 선거 운동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김 후보 발언 뒤 박수를 치는 의원은 거의 없었다. 권 비대위원장은 김 후보의 발언에 대해 “의원들이 기대한 내용과 완전히 동떨어졌다고 생각한다”며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날을 세웠다. 권 비대위원장은 “더 큰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이라면 자기 자신도 버릴 줄 알아야 한다”고 한 뒤 곧바로 퇴장했다.

김 후보 역시 의총이 비공개로 전환되자 즉시 의총장을 빠져나갔다. 단일화를 촉구하려던 의원들은 김 후보를 향해 “나가지 말고 얘기를 들어달라” “혼자 떠들거면 뭐하러 여기 온 것이냐”고 소리쳤다. 지도부가 김 후보를 만류하기 위해 뛰어나갔으나 김 후보는 돌아오지 않았다.

국민일보

이강민 기자([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