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권영세 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충돌한 후 국회를 떠나고 있다. 성동훈 기자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9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했지만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충돌을 빚고 퇴장했다. 그는 권 위원장이 자신을 강하게 비판하자 의원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그대로 의총장을 빠져나갔다. 김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의 단일화를 둘러싼 김 후보와 당 지도부의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김 후보는 이날 의원들의 요청을 받아 국회에서 열린 의총에 참석했다. 지난 3일 대선 후보로 선출된 후 첫 의총 참석이었다.
김 후보가 권 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의 에스코트를 받고, 의총장에서 의원들의 환영을 받으며 권 원내대표로부터 꽃다발을 받을 때까지만 해도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김 후보는 모두발언 전 머리 위로 하트를 그리기도 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권성동 원내대표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성동훈 기자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얼마 안가 깨졌다. 김 후보는 모두발언에서 “당 지도부는 지금까지도 김문수를 끌어내리고 무소속 후보를 이 당의 후보로 만들려고 온갖 불법·부당한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고 당 지도부를 직격했다. 권 위원장은 그에 지지 않고 “솔직히 대단히 실망스럽다. 의원들이 기대한 것과 완전히 동떨어졌다”며 “긴 말씀 안 드리겠다. 지도자라면, 큰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이라면 자기 자신을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고 맞섰다.
권 위원장이 이 발언 후 의총장을 퇴장하자 김 후보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 김 후보와 단일화에 대해 얘기하려던 의원들은 고성을 지르며 만류했다. 한 의원은 “자기 혼자 말할 거면 뭐하러 온 거냐”고 했고, 다른 의원은 “후보님, (의원들) 얘기는 듣고 가셔야죠”라고 말했다.
한 중진 의원은 “이걸 왜 공개해서 라이브로 나가게 하나”라며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한 중진 의원이 일어나 김 후보를 막아섰지만 김 후보는 그 의원을 제지하고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 권 원내대표가 급하게 따라나서 “인사는 하고 가시라”고 했지만 김 후보를 돌려세우지 못했다. 김 후보는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도 답하지 않은 채 차에 타고 국회 본청을 벗어났다.
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김문수 당 대선 후보를 향해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발언한 뒤 의총장을 떠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의총 분위기는 일순간에 얼어붙었다. 국민의힘은 의총을 정회하고 당 지도부는 향후 대책을 논의키로 했다.
권 원내대표는 정회 후 “김 후보는 지난달 27일 언론 인터뷰에서 5월 11일 이전에 단일화를 하겠다고 본인 입으로 말했다. 전당대회 직후에 단일화한다는 약속을 20여 차례 했다”며 “당원과 의원들의 의견을 지도부가 대신해서 (후보에게) 전달했다는 말씀드린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