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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화재로 불에 탄 전동보장구. 김수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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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오후 5시38분께 서울 강서구 가양동 한 영구 임대아파트에서 연기가 솟구쳤다. 1시간 만에 불이 잡힌 뒤 경찰과 소방관은 최초 발화 지점으로 8층 복도에 주차된 전동휠체어를 지목했다. 혼자 걷기 어려운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전동휠체어가 왜 집 안이 아닌 아파트 복도 끝 엘리베이터 앞에 세워져 있었을까.

지난 7일 한겨레와 만난 이 아파트 7층 주민 김철순(70)씨는 불이 난 복도 끝 엘리베이터 앞을 “전동보장구 충전 공간”이라고 했다. 하지장애 2급인 김씨는 집 안 콘센트에 꽂은 전기 릴선(감을 수 있는 전선 꾸러미)을 엘리베이터 앞까지 끌어와 의료용 전동스쿠터를 충전하고, 집까지는 목발을 짚고 이동한다. 11평(38㎡·공급면적 기준) 남짓한 집 내부에 전동스쿠터를 둘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1990년대 초 준공된 김씨의 아파트는 집앞 복도 공간도 비좁아, 비교적 공간 여유가 있는 복도 끝에서 충전을 할 수밖에 없다.

저소득 장애인 등 이동 약자가 많이 모여 사는 이 아파트에서 전동보장구의 ‘복도 충전’은 예삿일이다.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를 지난 7일 확인한 결과, 15개층 중 9개층에서 엘리베이터나 계단 앞에서 전동휠체어 등을 충전·보관하고 있었다. 김씨 집보다 더 넓은 14평(46㎡)과 19평(63㎡)짜리 집도, 집 안에 전동보장구를 두기에 비좁기는 마찬가지였다. 노인·장애인 등 전동휠체어 이용자가 많이 거주하는 임대아파트인데도 정작 전동휠체어의 접근성이 확보되지 않은 것이다.

주민들의 문제 제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 역시 전동휠체어 1대가 들어가면 꽉 찰 정도로 좁은 까닭에 주민들은 불편을 겪었다. 2022년 7월 몇몇 주민이 복도에 늘어놓은 전기 릴선에 걸려 넘어질까 걱정된다며 민원을 내기도 했고 김씨를 비롯한 전동보장구 이용 주민들이 관리사무소에 별도의 공동 충전 공간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씨는 “다른 주민들과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지 못한다. 전동휠체어 운전이 미숙한 주민이 엘리베이터 이곳저곳을 박아 고장날까봐 눈치도 보인다”며 “목발을 짚고 1층부터 올라가는 게 차라리 낫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전동보장구 이용자가 전국적으로 늘고 있는 가운데, 전동보장구 이용자의 편의를 고려해 임대아파트를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성진 경기도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 연구실장은 “보행이 어려운 사람이 이동하기 위한 전동보장구를 집 밖에 두고 충전하는 건 불편한 일”이라며 “옛날에 지은 아파트 등에서 이동 취약계층의 생활 편의를 고려한 보조기기 보관 공간을 어떻게 마련할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철순씨가 지난 7일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에서 복도에 전동스쿠터를 세운 뒤 충전하는 모습. 김수연 기자 [email protected]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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