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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포커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5월 7일 오전 서울 중구 SK텔레콤 T타워 SUPEX홀에서 SK텔레콤의 해킹 사고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김범준 한국경제신문 기자


“SK텔레콤 사이버 침해 사고로 고객과 국민에 불안과 불편을 초래했다. 사고 이후 일련의 소통과 대응이 미흡했던 점을 뼈아프게 반성한다. SK그룹을 대표해 사과드린다.”

지난 5월 7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텔레콤 유심(USIM) 해킹 사고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하며 세 차례 머리를 숙였다. 사고가 발생한 지 19일 만이다.

최 회장은 SK텔레콤의 미등기 임원으로 법적 책임질 위치에 있지 않지만 대국민 사과에 나선 것은 이번 사태로 SK그룹이 핵심 경영 철학으로 삼는 ‘고객 신뢰’가 훼손된 만큼 이를 회복하기 위해선 총수가 직접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세 차례 고개 숙인 최태원


이날 최 회장은 이번 사고가 단순 해킹을 넘어 국방 문제와도 관련 있다면서 “국방 안보 체계를 제대로 세우는 게 중요하다. 안보는 생명이라는 생각을 갖고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이 전면에 나서 사과한 이유는 SK텔레콤 해킹 사고가 단순 기업 정보 유출에 그치지 않고 기업의 생존과 국가 인프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인식이 공유됐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이 국가기간통신사업자인 데다 관계사인 SK하이닉스가 생산하는 반도체 또한 국가 전략물자로 여겨지는 만큼 이번 사태를 더욱 엄중히 생각하고 사태 수습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최 회장은 SK그룹 전 그룹사를 대상으로 보안체계를 검토하고 보안 시스템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정보보호혁신위원회를 SK수펙스추구협의회에 구성해 보안체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다만 가입자와 국회 등에서 요구하는 위약금 면제 문제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최 회장은 “이용자의 형평성 문제와 법적인 문제를 같이 검토해야 하는 걸로 알고 있고 SK텔레콤 이사회가 이 상황을 놓고 계속 논의 중”이라고 언급했다.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고 타임라인. 그래픽=박명규 기자


이번 사고로 유출된 개인정보가 악용돼 복제폰을 이용한 금융 탈취, 명의도용 등 2차 피해 우려가 커졌지만 SK텔레콤의 미흡한 초동 대처가 도마에 올랐다.

지난 4월 18일 밤 홈가입자서버(HSS)가 악성 코드에 감염됐고 SK텔레콤이 해킹 사실을 인지했지만 해킹 공격을 받은 사실을 법정 시한인 24시간을 넘겨 신고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도 신뢰에 타격을 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입자에게 제대로 된 안내도 이뤄지지 않았다.

대책으로 유심 무상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신청 사이트가 폭주해 수만 명이 동시에 대기하는 큰 불편을 겪었다. SK텔레콤 고객은 2500만 명(알뜰폰 포함)에 달하지만 회사가 보유한 재고 물량이 100만 개에 그쳐 전체 가입자의 유심 교체 수요를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물량 확보와 서버 용량 증설 등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책을 발표하면서 유심 교체 대란을 키웠다. 유심 부족 사태로 현장에서 혼선이 빚어지는 가운데 일부 대리점이 무상 교체용 유심을 신규 가입자 유치에 우선 사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정부도 칼을 빼들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5월 1일 SK텔레콤에 유심 공급이 안정화될 때까지 신규 가입자 모집을 전면 중단할 것을 행정지도했다.

강함수 에스코토스컨설팅 대표는 “SK텔레콤의 초동 대응이 미흡했다고 평가되는데 여러 가지 대책을 발표하기 전에 내부적으로 위기관리 시나리오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시뮬레이션을 이용한 위기관리 훈련이 전사적으로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고 진단했다.

강 대표는 “훼손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대응책으로 약속한 것을 이행하고 투명하게 커뮤니케이션하는 과정이 수반돼야 한다”며 “사이버 테러, 사이버 공격 등 개인정보, 민감 정보를 노리는 공격 방법이 다양해지고 있는 만큼 다른 기업들도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지고 내부의 위기관리체계를 디테일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통신 3사 정보보호 투자액 비교. 그래픽=박명규 기자


‘2500만 가입자’ 이탈 현실화…1위 아성 흔들려


SK텔레콤의 대응 조치에 실망한 고객들의 이탈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통신 역사상 최악의 해킹사고’로 평가되는 이번 사태로 신규 가입 업무가 중단되고 약 25만 명의 이용자가 다른 통신사로 갈아타며 점유율 40%대도 붕괴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해킹 사태 여파로 SK텔레콤의 시가총액은 9000억원 증발, 주가도 내리막을 걷고 있다. 정원석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비관적 시나리오로 6월까지 신규 가입자 유치가 제한된다고 가정하고 일평균 5월 1만5000명, 6월 5000명의 이탈을 반영하면 2025년 연간 실적 감소분은 약 150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일회성 유심 교체 비용은 1000만 명의 가입자가 예상 원가 4000원 상당의 유심을 교체한다고 가정할 경우 약 400억원으로 추산된다. 두 이익 감소분을 반영하면 SK텔레콤 주가가 5만500원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SK텔레콤은 지난 5월 7일 5만3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 주가는 반사이익 기대감에 상승세다. SK텔레콤 해킹 사태로 신규 가입자 모집이 중단된 만큼 KT와 LG유플러스의 점유율이 커질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OTA)에 따르면 지난 4월 SK텔레콤에서 타 통신사로 이동한 고객은 23만7000명을 기록해 전월 대비 87% 증가했다. SK텔레콤에서 KT로 이동한 가입자는 9만5953명, LG유플러스로 이동한 가입자는 8만6005명으로 각각 확인됐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와 경영진들이 4월 25일 서울 중구 SKT타워에서 SK텔레콤 이용자 유심(USIM) 정보가 해커 공격으로 유출된 것과 관련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AI 컴퍼니’ 선언한 SKT, 정보보호 투자는 꼴찌


이번 해킹사고로 SK텔레콤이 인공지능(AI)과 5G, IoT 기술에 집중하면서 본업인 이동통신 서비스 관리에 소홀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 회장의 글로벌 비전과 SK텔레콤의 AI, IoT 등 혁신적 사업에 대한 집중 과정에서 기본적인 본업의 안정성과 디지털 안전 관리는 후순위로 밀려난 게 아니냐는 것이다.

SK텔레콤의 AI 기술력은 SK하이닉스, SK(주) C&C, SK쉴더스 등 그룹사에 AI 기술을 전파·지원하는 허브 역할을 한다. SK텔레콤은 통신사업을 넘어 글로벌 AI 컴퍼니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하고 AI를 통한 체질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AI 반도체, AI 인프라, AI 서비스 등에 투자를 늘려 2028년까지 매출 25조원 달성을 목표로 AI 투자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SK텔레콤이 통신업계 1위 위상에 걸맞지 않게 통신 3사 중 정보보호 분야에 대한 투자액이 가장 적은 것도 이번 해킹 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기업 정보보호 현황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통신 3사의 정보보호 분야 투자액은 KT가 1218억원으로 가장 많고 LG유플러스가 632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정보보호 분야 투자액이 600억원에 그쳤다. 정보보호 전담 인력도 222명으로 통신 3사 가운데 KT(336명)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최근 한 달간 최태원 연관 검색어 상위 10개. 그래픽=박명규 기자


SK텔레콤 해킹 사고는 최 회장의 총수 리더십과 SK그룹 리스크로도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빅데이터 분석 서비스 ‘빅카인즈’로 지난 한 달(4월 7일~5월 7일)간 최 회장에 대한 기사 건수를 분석한 결과 1180건으로 전년 동기(498건)와 비교해 2배 이상 증가했다.

이 기간 최 회장의 연관검색어는 청문회, SK텔레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대국민 사과 등 SK텔레콤 해킹 관련 단어가 많았다. 기사 내에서 자주 등장한 키워드를 수치화한 가중치가 높은 순으로 분석해 보면 청문회(17.68), SK텔레콤(15.77),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13.62), 대국민 사과(13.52), 과방위(10.91), USIM(10.08), 위약금(8.88), SK(7.47), 최민희 과방위원장(6.88), 해킹 사태(6.74) 등이었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을 앞두고 있던 지난해 4월에는 최 회장 연관검색어로 노 관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키워드가 많았던 것과 비교된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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