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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속 영향력 강한 美에 종교 권력까지
“개혁·보수파 간 균형 잡을 인물” 평가
주교 선출 총괄… “국제 네트워크 탄탄”
새로 선출된 교황 레오 14세가 8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 중앙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바티칸=AP 연합뉴스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된 레오 14세(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69)는 첫 미국인 교황이다. 세속 영향력이 강한 미국에 종교 권력까지 줘서는 안 된다는 가톨릭계의 암묵적 동의가 깨졌다.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페루 빈민가에서 20년간 사목한 이력 덕을 봤을 수 있다. 외신은 교회 내 개혁파와 보수파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중도파 인물로 레오 14세를 평가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간) “레오 14세가 교황으로 선택된 것은 최근 들어 미국의 글로벌 권력에 맞서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여기게 된 교회 추기경들이 미국 출신 추기경을 선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통념을 뒤집은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태생 페루 시민권자



실제 미국인 교황은 상당 기간 금기였다. AP통신은 “미국이 세속 세계에서 이미 막대한 지정학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만큼 교황직까지 미국인이 맡는 것은 지나치다는 인식이 오랫동안 존재해 왔다”고 전했다.

일단 레오 14세의 ‘약한 미국색’이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AP와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1955년 9월 14일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난 레오 14세는 교리교사로 활동한 프랑스·이탈리아 혈통 아버지를 따라 성당을 다니며 복사로 활동했다. 어머니는 스페인계 도서관 직원이었다.

1977년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에 입회한 그는 교황청 종립 이탈리아 로마 안젤리쿰대에서 교회법을 공부하고 1982년 로마에서 사제 서품을 받았다. 공부를 마친 뒤 남미 페루 북서부 추루카나스 교구에서 10년 동안 사목했다. 2001년부터 12년간 공동체 생활을 강조하는 아우구스티노 수도회장으로 활동하다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지시에 따라 2014년 페루 북서부 치클라요 교구로 파견됐다. 이 교구는 빈민가와 농촌 지역을 관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CNN은 “미국의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 탓에 추기경단은 그간 미국 출신 교황 선출을 꺼리는 경향이 있었지만 프레보스트가 페루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며 이런 우려를 누그러뜨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레오 14세는 페루 시민권자다.

“서로 다른 세계에 다리 놓을 인물”

새로 선출된 교황 레오 14세가 선출 직후인 8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신자들과 순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바티칸=AP 연합뉴스


성향도 요인일 수 있다. 레오 14세는 추기경 시절 사제 독신제나 동성 커플 축복 같은 교회 내 대립각이 첨예한 문제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힌 적이 거의 없다고 WSJ는 전했다. 개혁 성향인 전임자 프란치스코 교황의 측근으로 활동했지만 신학적으로는 중도 성향이라고 영국 BBC방송은 분류했다. BBC는 레오 14세를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정책을 계승하면서도 교회 내 다양한 목소리를 포용하며 “서로 다른 세계에 다리를 놓을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하며 “단 4번의 투표로 선출된 것은 추기경들이 그런 평가에 동의했음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그의 직위가 변수였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3년 레오 14세를 바티칸으로 불러 주교 선출 등 인사를 총괄하는 주교부 장관을 맡겼다. 그는 영어·스페인어·포르투갈어·이탈리아어·프랑스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고 한다. WSJ는 “레오 14세는 교회 내에서 탄탄한 국제적 네트워크를 구축했다”고 전했다.

레오 14세는 7일부터 바티칸에서 진행된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 회의) 4번째 투표에서 133명 추기경 선거인단 3분의 2의 표를 얻어 8일 새 교황으로 선출됐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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