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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주택 입주 경쟁 치열하지만
일부 주택은 공실 목록 '단골'
산꼭대기에 빌라만 덩그러니
LH "수급 불균형 해법 고민"
청년용 임대주택을 산꼭대기에 지은 것부터 잘못된 거야. 출퇴근하느라 바쁜 사람들이 거기 살겠어요?서울 봉천동 W부동산 대표

서울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하기가 복권 당첨만큼이나 어렵다지만 한편에는 ‘만년 빈집’이 있다. 1년에 3, 4번 입주자 모집 때마다 공실 목록에 오르는 매입임대주택들이다.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만큼이나 품질 향상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 사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청년들에게 공급한 관악구 봉천동 A빌라다.
이 빌라는 11가구가 살 수 있는 작은 다가구주택이지만 지난해 6월부터 올해 3월까지 세 차례나 입주자 모집 공고에 포함됐다.
특정 호실이 연속해 공고에 오르기도 했다. 입주자가 청약 당첨 후 입주를 포기했거나 단기간 거주 후 떠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23일 찾아간 서울 관악구 봉천동 국사봉 자락 빌라촌 일대. 노인들은 걸음을 멈추고 몇 번씩이나 숨을 돌리며 오르는 언덕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청년에게 공급하는 매입임대주택은 이 언덕 끝에 자리 잡았다. 김민호 기자


지난달 말 찾아간 현장에서는 그 이유가 한눈에 드러났다. A빌라는 청년이 기피하는 주거 조건을 두루 가졌다. 먼저 접근하기가 힘들다
. A빌라는 국사봉 자락에 자리 잡은 빌라촌에서 가장 높은 지대에 있다. 가장 가까운 지하철인 서울지하철 2호선 봉천역부터 25분가량 언덕을 올라야 도착하는 곳이다. 경사가 가팔라 초봄에도 셔츠가 땀으로 젖었다.
사실상 하늘 아래 첫 집인 셈이다.


주변 편의시설도 부족하다. 언덕을 150m 내려가야 편의점이 하나 나온다. 원룸 특성상 매번 음식을 요리하기 어려운 청년들이 끼니를 해결할 식당도 드물다.
A빌라에서 만난 입주자 박모(39)씨는 “뭐 하나 사려면 마을버스 타고 20, 30분씩 걸려 신림동까지 나가야 한다”며 “많은 입주자가 모집 공고 직후에만 잠깐 살고 나가버린다”고 전했다.
그는 “나는 직장이 가까워 4년째 살지만 대외 활동이 많은 청년들, 대학생들은 오래 버티지 못하더라”며 혀를 찼다.

지난달 23일 봉천동 빌라촌에 급경사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붙어있다. 이 일대 주택에는 주차장이 부족하다. 김민호 기자


산꼭대기 특성상 벌레가 많다거나 층간소음이 심하다는 불만도 있다. 건물 자체는 2019년 준공 직후부터 LH가 사들여 관리하고 있지만 입지의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빌라촌 초입 W부동산 대표는 “서민들은 마을버스 비용도 아끼려고 한다”며 “몸 약하고 돈 없고 바쁜 사람들을 산꼭대기에 가라는 것은 차별 아니냐”고 되물었다.

반복적 공실은 지역을 가리지 않고 나타난다.
본보가 지난해 1월부터 이달까지 수도권을 대상으로 입주자를 모집한 LH의 매입임대주택 현황을 분석한 결과 특정 주택, 특정 호실이 수차례 공실 목록에 올랐다.
울에서도 강남구, 용산구, 강동구 등에 걸쳐 15곳이 확인됐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LH는 서울은 공공임대주택 경쟁률이 통상 수백 대 1에 이르는 만큼, 수요가 충분하다고 강조하지만 수급 불일치 현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난 점이 문제다.
공공임대주택이 꼭 필요한 사람에게 돌아가지 못하고 매년 몇 개월씩 빈집으로 남는 셈이다. LH 관계자는 “청년용 매입임대주택은 청약 당첨 후 입주를 포기해도 아무런 불이익을 주지 않아 문제"라며 "그렇다고 청약을 제한하기는 어려워 해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A빌라처럼 주거 환경이 비교적 열악한 공공임대주택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국토교통부가 신축매입임대주택을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11만 호 공급하겠다고 밝힌 만큼,
공기업이 주택을 대량으로 사들이다 부실 매물도 매입할 우려가 있다.
올해 LH 매입 목표는 평년의 2배가 넘는 6만 호에 육박한다.
LH는 이사회에 정부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 매입임대 직원 보호(과실 면책) 방안까지 보고했다.
매입임대 매입 기준을 과거보다 강화했다지만 불씨가 남은 셈이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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