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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법 개정에 법조계 "법 공백" 우려
허위 업적 난무한 혼탁 선거운동 가능성
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도 처벌 불가능
"이재명만을 위한 입법 법치 근간 흔들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7일 전북 전주시의 카페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당선 목적 허위사실공표죄'의 처벌 범위를 대폭 축소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법조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면소 판결을 위해 공직선거법을 섣불리 뜯어고치는 것은 선거운동을 혼탁하게 하고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당선 목적 허위사실공표 금지 조항(250조 1항)에서 '행위'라는 단어를 삭제하는 내용이 골자다. 현재는 선거법상 '출생지·가족관계·신분·직업·경력·재산·행위·소속단체, 특정인 또는 특정단체로부터의 지지여부 등'에 관한 당선 목적의 허위사실 공표가 금지되는데, 열거된 범죄의 구성요건 가운데 '행위'를 삭제해 처벌 범위를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법조계와 학계 일각에선 후보자의 본인 행위에 관한 발언을 징역이나 당선무효 등으로 처벌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주장해왔다. 미국, 일본 등과 비교해도 과잉 처벌이라는 것이다. 처벌 기준이 모호해 검찰과 법원의 재량권을 넓히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민주당의 공직선거법 개정을 바라보는 법조계 시선은 곱지 않다. 제대로 된 숙의 과정도 없이 이재명 후보의 면소 판결을 위해 법 조항 자체를 없애려는 시도로 보이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 전문가인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재명 한 사람을 위한 법"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처벌이 수반되는 형법은 본질상 다소간의 위헌 논란이 있다"며 "그런데 이미 합헌 결정이 난 법을 여야 합의도 없이 바꾼다는 것은 특정인에게 충성을 다하겠다는 것 외에 다른 해석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는 그동안 허위사실공표죄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약하는 것은 아니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이 후보가 본인의 사법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허위사실공표죄 자체를 무력화시키려 한다"며 "이는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검찰 내부망에 "보편적 가치와 기준이 허물어지는 입법"이라며 "(차라리) 검찰에서 공소를 취소하는 게 가능한지 적극적으로 검토해보는 것은 어떨지"라고 자조적인 글을 올렸다.

갑자기 법을 바꾸게 되면 '법 공백'이 발생한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선거 국면에서 '행위에 관한 허위사실 공표'는 후보자가 자신의 업적을 부풀릴 때 주로 행해진다. 주요 시설의 지역 유치를 자신의 성과인 양 꾸미거나 정부 협조를 약속받았다고 유권자에게 거짓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 등이 대표적이다.

윤두환 전 한나라당 의원 판례가 대표적이다. 윤 전 의원은 2008년 총선에서 "울산고속도로 통행료 폐지를 건설교통부 장관으로부터 약속받았다"며 공보물 등을 배포해 유죄를 확정받았다. 논란이 된 행위에 관해 거짓 해명을 할 때도 처벌된다. 최강욱 전 의원은 2020년 총선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들이 실제로 변호사 사무실에서 인턴을 했다"고 말한 점이 대법원에서 허위사실 공표로 인정됐다. 검찰이 수사 중인 윤석열 전 대통령의 2022년 대선 허위사실 공표 혐의도 처벌이 불가능해진다.

법 공백을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위해 악용하는 사례가 나올 수도 있다. 허경영씨는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결혼설을 유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당시 검찰은 "박정희 대통령이 살아계실 때 저하고 혼담이 있었다" "서로 이야기 중에 있다"고 발언한 허씨의 라디오 인터뷰, "박근혜 전 대표와 허경영 총재는 추석연휴 동안 함께 만나 각별한 정(?)을 나눈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기재된 기사 등을 '행위 등에 관한 허위사실'로 판단했다. 법원은 "피고인의 행위는 사람들에게 '결혼을 하기로 약속했다'는 인상을 줬지만, 박근혜와 만난 사실이 없었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차장검사는 "허위사실공표죄에서 '행위'를 빼버리면 처벌할 수 있는 사례가 거의 없어 법 공백은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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