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대선후보 초청 경제5단체장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오른쪽은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국회사진기자단

사법리스크 족쇄가 풀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경제와 통합 모드로 다시 돌아왔다. 이 후보는 재판 연기 결정 하루 만인 8일 보란 듯 경제 일정을 연달아 소화하며 민생 챙기기에 돌입했다. 보수 원로인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고, 국민의힘을 탈당한 김상욱 의원을 향해 "조만간 보자"며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다. 경제와 보수 등 외연 확장을 위한 광폭 행보다.

최태원 "일본과 경제공동체"… 李 "어쩜 그리 똑같냐"

이 후보는 8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제5단체장과 만나 친기업 메시지를 쏟아냈다. 이 후보는 "경제를 살리는 일의 중심은 바로 기업"이라며 "성장, 발전하는 길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수용해 더 좋은 정책으로 만들어 시행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기업에 협조를 구했다.

유럽연합(EU) 같은 경제 공동체 형태의 한일 경제 연대 구상도 거론됐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 일본과의 연대 필요성을 촉구하며 "단순한 협조 정도가 아니라 EU와 같은 경제 공동체를 생각하고 있다"고 제언하자, 이 후보는 "최태원 회장님의 생각은 어쩌면 저하고 그렇게 똑같습니까"라며 맞장구를 쳤다. 그러면서 "이해관계가 비슷한 여러 국가, 예를 들어 일본과 같은 국가와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한다"고 호응했다.

정년연장·4.5일제... 재계 우려 달래기 주력

간담회에 참석한 경제단체장들은 재계의 고충을 토해냈다. 민주당 정권이 들어설 경우 기업에 불리한 정책들이 쏟아질 것이란 우려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많은 기업이 호봉제를 운영하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며 정년연장 추진을 우려했다. 주4.5일제에 대해서도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를 심화한다는 시각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은 "기업이 지속 가능하게 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게 상속세, 증여세 문제"라며 "단순한 부의 대물림이 아니라, 국가 성장의 문제"라고 기업 상속세도 완화해달라고 촉구했다.

이 후보는 이 같은 재계의 공포를 불식시키는 데 주력했다. 정년연장과 주4.5일제 문제에 대해서는 "'긴급재정명령'을 통해서 확 시행해버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시는 분이 있는데 그렇게 할 수 없다. 어느 날 갑자기 계엄 선포하듯 하지 않는다"며 "충분한 사회적 대화를 하고, 단계적으로, 영역별 차등도 두고 할 것"이라고 달랬다. 다만 기업 상속세 완화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견지했다. 이 후보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지금 가업상속특례 등의 기준이 상당히 많이 완화됐다"며 "국민들이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생각"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8일 오후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 '경제 톡톡'에 출연해 유튜버 채상욱씨와 부동산정책 관련 대화를 나누고 있다. 델리민주 캡처

"투기 인정해야, 부동산 세금 때려 억누르지 말자"

이 후보는 오후엔 경제 유튜버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세금을 때려서 억누르려고 해서는 안 된다"며 세금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에는 분명히 선을 그었다.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단 시그널을 시장에 반복해 전달한 것이다.

그러면서 시장을 거스르지 않겠단 메시지를 냈다. 이 후보는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 투기용이 아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강하게 가졌지만, 불가능하더라"며 "(과거의 생각은) 당위일 뿐이고, 현실은 그렇지 않아서 투자 수단으로 부동산에 접근하는 것을 막을 길이 없다"고 했다. 투기 수요를 인정하고, 실거주민들의 집값 안정을 위해 공급 확대에 매진하겠단 뜻이다.

코스피 5,000시대를 공약했던 이 후보는 "그게 5년 내 가능하냐"는 한 유튜버의 질문엔 "대한민국 주식시장이 상당 부분 저평가됐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장담했다. 그러면서 배당성향이 높은 국내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거나, 장기 보유 투자자에 혜택을 주는 식의 '국장(국내 증시) 부흥책'도 약속하며 동학개미 표심도 공략했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과 관련해서도 "우리의 카드를 얘기하기 전에 트럼프 대통령의 진짜 카드가 뭔지 봐야 한다"며 "서두르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 후보는 "조선, LNG 수입선처럼 미국이 원하는 게 있고 원자력 문제도 있으니 '딜'을 해야 한다"며 "(오전에 만난 기업인들도) 개별적으로 협상 말고, 국내 기업과 정부가 연합해야 한다고 부탁했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기업이 연합군 형태로, 미국과의 통상 위기에 대응해나가야 한단 것이다.

한국일보

박세인 기자 ([email protected]) 구현모 기자 ([email protected]) 곽주은 인턴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