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커피숍에서 1시간 2차 공개 회동
기존 주장 반복하며 대화 헛바퀴
표현·행동 묘사에 불쾌감 표시도
김문수(오른쪽)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 위치한 커피숍에서 만나 회동 전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후보께서 저와 단일화하겠다고 22번이나 말씀하셨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


"선거운동도, 등록도 안 하겠다는 건 그냥 자리 내놔라 아닌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8일 오후 4시 30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 옆 커피숍.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1차 담판 결렬 하루 만에 다시 마주 앉았다. 웃는 표정으로 시작한 둘의 만남은 결국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얼굴만 붉히다 끝이 났다. "결판을 내자"고 끈질기게 밀어 붙이는 한 전 총리를 향해 김 후보는 "청구서 내미느냐"며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이날 2차 회동은 모든 과정이 공개된 장소에서 이뤄졌다. 약속시간 5분전 김 후보가 먼저 도착하자 지지자들은 "쌍권 사퇴" "김문수 화이팅" 등을 외쳤다. 이어 약 3분 후 한 전 총리도 도착해 김 후보와 반갑게 손을 맞잡았다. 지지자들의 외침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에도 일단 둘의 만남은 화기애애하게 시작했다. 한 전 총리가 "제가 가장 좋아하는 국무위원이셨다"면서 먼저 김 후보를 추켜세웠고, 김 후보도 "제일 좋아하는 총리님"이라며 화답했다. 회동 직전 국민의힘 현역 의원 30여 명은 현장에 집결해 '후보 등록 전 단일화'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두 사람에게 꽃다발을 증정하며 합의를 압박했다.

그러나 둘의 대화가 본론에 들어가자 분위기는 한순간에 얼어붙었다. 한 전 총리가 "김 후보께서 18일 동안 22번이나 단일화를 하겠다고 했다"면서 "오늘 (단일화) 제대로 못 해내면 후보님이나 저나 속된 말로 '바로 가버린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모든 방법은 다 당에서 하라는 대로 받겠다"며 지연의 책임을 김 후보 측에 돌렸다. 김 후보는 "경선이 다 끝난 다음 나타나서 왜 약속을 22번 해놓고 안 지키느냐고 청구서를 내미는 건 문제"라며 '무임승차론'으로 맞받았다.

양측 감정이 격해지자 표현이나 행동을 불쾌해하며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김 후보가 "11일 지나면 후보 등록을 안 하겠다는 분이 단일화를 하라는 건 그냥 자리를 내놓으란 것 아니냐"고 하자 한 전 총리는 "선을 넘어서 말씀하신 것 같다"며 불쾌해 했다. 또 김 후보가 전날 한 전 총리의 기자회견을 거론하며 턱을 들고 가슴을 쫙 펴는 제스쳐를 취하자 한 전 총리는 "그렇게 하지 않고 깊이 인사드리며 했다"면서 허리를 숙이는 시늉을 했다.

한 시간 동안 한치의 양보 없이

김문수(오른쪽)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경내 커피숍에서 후보 단일화 관련 공개 회동을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그 후로도 김 후보와 한 전 총리는 대화 내내 기존 주장만 반복하면서 한 발도 양보하지 않았다. 1시간여가 지나자 한 전 총리가 "똑같은 얘기를 계속하는 것도 국민에 대한 얘기가 아니니 이 정도에서 끝내자"고 말하면서 회동은 오후 5시 32분 공식 종료됐다.

하지만 기싸움은 장외에서까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회동 후 자리를 떠나며 기자들에게 "한 전 총리 때문에 경선의 김이 다 빠지고 전체적으로 (지지율이) 낙하했다"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여론조사 지지율은 높았지만 실제로 못 뛰고 졌다"고 꼬집었다. 한 전 총리도 "김 후보가 실제로 단일화를 말한 건 (앞서 지적한) 22번보다 수십 번은 더 얹어야 할 것"이라고 불편한 심경을 에둘러 표현했다. 두 사람은 이날도 다시 만날 약속을 잡지 않았다.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50085 [속보] 트럼프, 러-우크라에 30일 휴전 요구…“안하면 추가 제재” 랭크뉴스 2025.05.09
50084 이민자·빈민 품어온 첫 미국 출신 교황…'레오 14세' 그는 누구 랭크뉴스 2025.05.09
50083 미국, 영국과 첫 무역 합의…기본 관세 10%는 그대로 랭크뉴스 2025.05.09
50082 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개정되면 '제2의 허경영' 처벌 못한다 랭크뉴스 2025.05.09
50081 “어려운 시기에 희망”…각국 정상, 새 교황 선출에 축하 메시지 랭크뉴스 2025.05.09
50080 ‘11일 vs 16일’ 좁히기 힘든 간극… 파국 치닫는 ‘金·韓 단일화’ 랭크뉴스 2025.05.09
50079 [속보] 트럼프, 러-우크라에 30일 휴전 요구…“안하면 더 큰 제재” 랭크뉴스 2025.05.09
50078 尹 "자승스님, 좌파나 간첩에 타살"…그날밤 군 소집했다 [尹의 1060일] 랭크뉴스 2025.05.09
50077 [교황 선출 르포] "파파! 레오네!…새 교황 등장에 바티칸 열광(종합) 랭크뉴스 2025.05.09
50076 하이닉스 공장 짓기 천국과 지옥…美 허가에 7시간, 韓 6년째 딴죽 [기업하기 힘든 한국] 랭크뉴스 2025.05.09
50075 트럼프, 감세 위해 부자 증세 추진…‘250만 달러 이상 세금 39.6%로’ 랭크뉴스 2025.05.09
50074 새교황에 '첫 미국 출신' 프레보스트 추기경…교황명 레오 14세(종합) 랭크뉴스 2025.05.09
50073 트럼프, 美출신 새 교황 선출되자 "나라에 큰 영광, 만나길 고대" 랭크뉴스 2025.05.09
50072 첫 美 출신 교황 어떻게 가능했나… 페루 빈민가서 사목한 중도파 랭크뉴스 2025.05.09
50071 [교황 선출] 통념 깨고 미국인 추기경 선택…연이은 아메리카 대륙 출신 랭크뉴스 2025.05.09
50070 이재명, 다자대결도 50%…尹에 졌던 PK·충청도 우세[대선 여론조사] 랭크뉴스 2025.05.09
50069 이민자 포용한 첫 미국인 교황…'페루의 프란치스코' 레오 14세 랭크뉴스 2025.05.09
50068 김문수 "한덕수 누가 대선에 끌어냈나” 배후 지적... “다름 아닌 너” 반박 랭크뉴스 2025.05.09
50067 "아름다운 단일화도 모자랄 판에"… 단일화 진통에 시너지 '글쎄' 랭크뉴스 2025.05.09
50066 “잠재성장률 이대로면 2040년대에 마이너스”…KDI, 구조개혁 주문 랭크뉴스 2025.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