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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대전 정의당 의원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강변서재에서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와 만나 후보 단일화 관련 논의를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국민의힘이 단일화 전쟁에 빠졌다. 선거 때면 으레 반복되는 일처럼 보이지만 이번 사태는 다르다. 겉으론 후보 간 전략의 차이처럼 보이나, 실상은 정당 내 권력 구조가 철저히 무너진 결과다. 권력의 설계도를 두고 벌어지는 이 싸움에는 세 명의 상징적 인물이 있다. 김문수, 권성동, 그리고 한덕수. 이 셋의 대립은 오늘날 보수 정치의 모순과 위기를 응축해 보여준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공식적으로 당과 선을 긋고 있지만, 실제론 그보다 더 무거운 그림자가 당 전체를 덮고 있다. ‘윤심’이라는 정체불명의 권력이 친윤계 인사들을 매개로 실질적 당 운영을 주도하고 있으며, 당대표 선출부터 공천, 단일화까지 이어지는 흐름은 마치 사라진 황제의 환관들이 권력을 행사하던 시절을 연상케 한다.

권성동 의원은 그런 정치 구조의 중심에 있다. 그는 대통령과의 특수 관계를 등에 업고 당의 주요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그는 최근 단일화 논의도 윤석열 탄핵에 반대하던 친윤의 관점으로 풀어내려는 중이다. 이쯤 되면 당내 경선은 친윤 세력에 대한 ‘충성도 테스트’고, 단일화는 ‘윤심 적합성 검증 절차’가 된 셈이다. 이게 환관 정치가 아니라면 무엇인가.

이러한 권력 설계에 가장 뚜렷하게 반기를 든 이가 김문수다. 그는 2019년 보수단체 회원들과 국회에 난입해 경찰과 물리적 충돌을 벌이다 퇴거 불응 등 혐의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은 적이 있다. 이번 단일화 정국에서도 그는 또다시 ‘퇴거 불응’ 중이다. 당에서 “이쯤에서 물러나시죠”라며 사실상 정치적 퇴장을 권고했지만, 그는 요지부동이다. 왕년에 보안사에 끌려가 갖은 고문을 받으면서도 동지의 위치를 불지 않았던 김문수다. 이제 ‘퇴거 불응’은 김문수의 과거 전력에서 정치적 태도와 철학으로 진화한 모양새다. 친윤은 김문수를 잘못 봐도 한참 잘못 봤다.

그 반대편에는 한덕수 전 총리가 있다. 총리직에서 물러난 후 그의 정치 복귀를 둘러싼 시나리오가 심심찮게 나온다. 친윤계와의 조율 속에 다시 꽃가마를 타고 정계 입성을 준비하는 그의 모습은, 사라진 황제의 재상이 다시 권좌를 꿈꾸는 장면처럼 보인다. 그의 복귀는 단순한 개인의 귀환이 아니라, 윤석열 체제의 연장이며, 정당의 비정상성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이 모든 장면은 21세기 문명국가의 정당이라기보다, 명나라 말기의 환관 정치에 더 가까운 현실이다. 황제는 침묵하고, 환관들은 전횡하며, 민의는 들리지 않는다. 명나라 말, 환관 정치의 전횡에 맞서 등장한 것이 바로 동림당(東林黨)이었다. 동림당은 고헌성, 양련, 좌광두, 추원표, 조남성 등 사림 출신의 대표적 관료와 지식인들이 중심이 되어 정치의 도덕성과 균형을 주장했지만, 결국 환관 위충현이 이끈 세력의 탄압에 무너졌다. 그러나 그 존재만으로도 권력을 감시하는 목소리가 있었다는 점에서, 동림당은 정치의 양심이었다.

퇴계 이황의 도산서원은 바로 한국판 동림당이자 영남 정치의 정통성의 뿌리다. 그런데 영남 당원이 압도적인 지금의 국민의힘은 그런 동림당을 계승한 세력조차 보이지 않으니 어찌 된 일인가. 그간 한국 보수 정당의 품격은 세도와 파벌을 비판하는 자체 성찰력과 복원력으로부터 나온 것 아니었나.

정의로운 보수를 지향하는 사림은 제거되고 오로지 “분열”이라는 낙인과 “비윤”이라는 색출만이 존재하는 붕당(朋黨)만 설쳐대니 이쯤 되면 정당이라는 외피만 남은 채, 내부는 특정 권력 집단의 사조직으로 전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선 과정에서 후보 단일화를 약속했던 김문수의 퇴거 불응은 단순한 고집으로 치부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정당민주주의의 마지막 불씨로 남을 수 있다면, 그 고집은 지금의 기형적 정치 구조에 대한 절박한 저항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윤석열의 계엄에 대해 비판도, 사과도 하지 않았던 가장 시대착오적인 정치인이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 저항 이후다. 김문수가 물러난 자리에 한국 보수의 가치를 담아내는 동림당이 없다. 권력을 마음대로 설계하는 환관들은 더 대담해질 것이다. 정당민주주의가 작동하지 않는 정치 조직이 국민 앞에서 무엇을 설득할 수 있을까. 정치는 설득과 조율의 예술이다. 그러나 지금 국민의힘은 강압과 굴욕의 정치로 퇴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김문수의 퇴거 불응이 단지 해프닝으로 끝난다면 공당의 존재에 대한 깊은 좌절감이 앞으로 보수 정치를 지배하게 될 것이다. 김문수의 퇴거 불응은 보수 정당의 미래에 대한 경고로 들린다.

김종대전 정의당 의원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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