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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인 KN-23. 변칙기동이 가능하다. 조선중앙통신
북한이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전승절 행사를 하루 앞둔 8일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롯한 우방국 정상들이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 집결해 세를 과시할 예정이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모스크바행 대신 미사일 도발을 택한 것이다. 이는 반(反) 서방 연대와 미국 양쪽 모두를 향해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8시 10분쯤부터 9시 20분까지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동해 상으로 여러 종류의 단거리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다. 군 안팎에선 북한의 'SRBM 3종 세트'로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북한판 에이태큼스(KN-24)·600㎜ 초대형방사포(KN-25)를 꼽는데, 이날은 KN-23과 KN-25를 섞어 쏜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미사일은 동해 알섬 부근을 넘어 동북 방향으로 최대 800㎞를 날아갔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합참 관계자는 "한·미 정보 당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준비 동향을 사전에 포착했으며, 발사 이후 미·일 측과 관련 정보를 긴밀히 공유했다"고 설명했다. 군은 북한이 추가로 도발할 가능성도 상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지난해 5월 3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하에 초대형 방사포를 동원한 '위력시위사격'을 진행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지난 3월 10월 황해북도 황주 인근에서 근거리 탄도미사일(CRBM) 여러 발을 발사한 이후 약 두 달 만이다. 도널드 트럼프 2기 미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론 두 번째다.

시점상 북한의 이번 도발이 러시아의 전승절 기념 열병식(5월 9일)을 하루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우크라이나가 빼앗았던 쿠르스크 탈환,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 국면과 맞물려 푸틴은 이번 전승절 행사에 공을 들여 왔는데, 시진핑 주석을 비롯한 러시아의 우방국 정상들이 열병식에 총집결할 예정이다.

결과적으로 중·러 중심의 반(反) 서방 진영이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모이는 '메가 이벤트'를 눈 앞에 두고 북한이 무력 시위를 한 셈이 됐다. 이와 관련, 현승수 통일연구원 부원장은 "김정은이 이번 전승절에 참석은 못 하지만, 미 측을 겨냥한 중·러 반미 연대에 발맞추기 위해 도발에 나선 측면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2024년 러시아 전승절 열병식. 타스=연합뉴스
한편으로는 이를 연대의 의미로만 해석하기에는 미심쩍은 지점들이 많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러시아가 공을 들였는데도 반 서방 진영이 의기투합하는 대대적 행사에 김정은이 참석하지 않은 데다 별다른 고위급 대표단 파견 조짐도 없어서다. 정보 당국은 당초 북한이 최용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고위급 대표단을 보낼 것으로 내다봤지만, 최종적으로는 신홍철 러시아 주재 북한 대사가 참석하는 방향에 무게가 실렸다고 한다.

북한 관영 매체들이 러시아의 전승절 행사에 대한 언급을 거의 하지 않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이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대한 반대 급부 제공이 충분치 않다는 일종의 '불만 표시'일 가능성도 있다.

이날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두고 김정은이 미국은 물론 반 서방 연대 양쪽을 겨냥해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목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한 배경이다. 북·중 관계와 관련해서도 국정원은 지난달 30일 “북한은 중국과는 우크라전 종전에 대비한 리스크 헤징(위험 회피) 차원에서 관계 개선을 시도하고 있지만, 중국의 북한 길들이기가 지속적으로 진행돼 답보 상태에 있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이에 김정은이 붉은 광장 단상에 오르는 대신 미사일 도발이라는 자신들의 오랜 관심 끌기 전법을 꺼들었다는 얘기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김정은의 이번 전승절 불참이나 미사일 도발을 북·러 관계의 근본적인 균열로 보기엔 시기상조라는 분석이 나온다.

노동신문은 7일 "벨라루스 공화국 정부 대표단이 두 나라 정북 간 무역경제협조공동위원회 제3차 회의에 참가하기 위해 지난 6일 평양에 도착했다"라고 보도했다. 뉴스1
북한은 여전히 러시아가 주도하는 반미 연대에 동참하겠다는 의지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또 북·미 대화도 염두에 두고 있는 김정은으로서는 당장은 다소 불만이 있더라도 궁극적으로는 러시아를 뒷배로 가져가는 게 전략적으로 이익이라고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 매체들이 지난 6일 방북한 친러 국가 벨라루스 정부 대표단을 환대하고 있다는 소식을 비중있게 다루는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정명수 내각부총리를 비롯한 북한 지도부는 유리 슐레이코 벨라루스 부총리가 이끄는 벨라루스 대표단을 위해 7일 만수대 의사당에서 연회를 진행했다. 북한과 벨라루스는 무역경제협조공동위원회 제3차 회의를 위한 부문별 회담을 진행하고 있는데, 신문은 "이번 회의 의정서에 반영할 여러 분야에서의 협조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사항들이 심도있게 토의됐다"고도 전했다.

북한이 최근 관영 매체를 통해 김정은의 군수분야(탱크·포탄·기계제작 공장) 시찰을 잇달아 조명한 데 이어 이날 SRBM 도발에 나선 건 러시아 전승절 행사에 집결한 반서방 진영의 잠재적인 무기 구매 국가들을 염두에 둔 '방산 쇼케이스'로 볼 여지도 있다. 북한이 이날 쏜 SRBM은 모두 북한이 러시아 쿠르스크 전장에 보내 사실상의 실전 테스트를 거친 미사일이기 때문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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