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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이 시끄럽습니다.

'유심 해킹' 파장이 만만치 않습니다. 오늘(8일)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고 청문회가 예정돼 있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어제(7일) 대국민 사과에 나섰습니다. 계열사를 넘어 그룹 차원의 사태가 된 겁니다.

그러나 이게 전부가 아닙니다. 덜 알려진 숨은 이유도 있습니다.

이른바 'V프로젝트'.

☞ 다시 보기
[단독] 최태원 지배구조 핵심 SK C&C, 의문의 ‘V프로젝트’ (2025.04.30 뉴스9)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242397&ref=A

최근 KBS가 보도했지만, 여전히 낯섭니다. SK그룹의 'V프로젝트' 다시 찬찬히 뜯어 보겠습니다.

■ 계엄도 못 막은 세무조사

발단은 지난해 12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2월 16일,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SK텔레콤 현장 조사에 나섭니다.

당시는 비상계엄 이후 2주 정도 지난 시점. 국회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의결하기 전입니다. 가결이냐 부결이냐. 극도의 불확실성 때문에 거의 모든 정부 기관이 숨죽이던 때입니다.

이 와중에 '재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움직인 겁니다. 얼마나 중요한 사건이기에, 얼마나 급박했기에, 그랬던 걸까요.

사연을 파악하는 데 두 달 정도 걸렸습니다. 국세청은 수백억대 ‘가짜 일감’ 혐의를 잡고 조사 중이었던 걸로 확인됐습니다.

☞ 다시 보기
[단독] 국세청, 수백억 대 ‘가짜 일감’ 혐의 SK텔레콤 세무조사 (2025.02.19)
https://n.news.naver.com/article/056/0011896282?type=journalists


등장하는 회사는 두 곳입니다. SK텔레콤과 SK C&C.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의 '초대박' 전까지만 해도 SK그룹의 든든한 '돈 줄'이었습니다.

SK C&C는 그룹의 IT 일감을 전담하다시피 하는 곳으로 2015년 지주회사인 SK(주)와 합병했습니다.

문제의 거래 구조는 동일합니다. SK텔레콤이 발주하고, C&C가 그 일감을 수주합니다.

텔레콤이 수백억대 가짜 일감을 꾸며내 C&C를 밀어주고, C&C는 없는 일을 마치 한 듯 세금계산서를 발급해 준 거로 국세청은 의심합니다.

사실이라면, 텔레콤은 가짜 일감만큼 지출이 늘어납니다. 그만큼 이익이 줄 테고, 법인세가 줄 수 있습니다. 법인세 탈세가 의심되는 대목입니다.

부가세 탈루도 의심됩니다. 일감을 받은 SK C&C는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고, 이걸 토대로 부가세 10%를 공제받을 수 있습니다. 일부 세금계산서가 가짜였으니 세액공제도 가짜일 수 있습니다.

C&C는 가짜 일감만큼 세금 계산서를 허위로 발급, 즉 위조한 게 됩니다. 세법은 세금계산서 위조를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 보고 더 무거운 벌을 줍니다.

지난 2월 19일 방송된 ‘[단독]국세청, 수백억대 ‘가짜 일감’ 혐의 SK텔레콤 세무조사’ 보도 내용 중

■ 10년 넘은 일을 들추다

그럼에도 남는 의문이 있었습니다.

국세청이 문제 삼는 시기는 2013년~2015년 무렵입니다. 10년도 넘은 일입니다. 이제 와서 과세가 가능한 지 애매할 정도로 오랜 전 일입니다.

국세청은 여태 뭐하다, 이제야 조사에 나선 걸까요. 이걸 취재하는 데 두 달이 더 걸렸습니다.

KBS는 텔레콤과 C&C간 가짜 일감의 근거 자료를 여러 경로를 통해 입수했습니다.

당시 SK C&C 직원들끼리 주고받은 이메일, 해당 이메일에 첨부된 가짜 일감 목록 파일, 각종 캡처본 등 형태도 다양합니다. 건수로 2만 건이 넘습니다.

일감 발주처(SK텔레콤), 발주 시기, 일감 내용, 완료일, 완료 보고서, 세금계산서 발행일, 용역 대금 입금일(텔레콤→C&C로) 등이 망라된 자료입니다.

KBS가 입수한 텔레콤과 C&C 간 가짜 일감 의심 자료 중 일부. 영업 부서로 기록된 ‘애플리케이션 개발팀’은 당시 조직도상에 존재하지 않던 팀으로 취재 과정 중 확인됐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도 같은 자료를 토대로 세무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부가세 과세 시효는 5년이지만,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 같은 불법이 낄 경우 10년으로 늘어납니다. 그래서 10년 전 탈세라도 추징할 수 있습니다.

이 시효를 놓치지 않기 위해 비상계엄 사태 와중에도 SK텔레콤을 현장 조사했던 거로 보입니다.

국세청은 해당 자료의 신뢰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SK텔레콤에 대한 검찰 고발까지 검토 중인 걸로 알려졌습니다.

"난 못 하겠다"... V프로젝트 뭐였기에

지난달 30일 KBS가 보도한 [단독] 최태원 지배구조 핵심 SK C&C, 의문의 ‘V프로젝트’ 중

V프로젝트는 SK C&C 내부에서 가동됐던 일종의 비밀 프로젝트로 보입니다.

당시 C&C 직원 7명을 접촉한 끝에 가짜 거래의 전체 퍼즐을 하나씩 맞춰나갈 수 있었습니다.

텔레콤이 발주하고, C&C가 가짜로 수행한 걸로 보이는 가짜 일감은 'V프로젝트'로 불렸다고 합니다. 직원 간 이메일에 이 단어가 여러 차례 등장합니다.

V프로젝트는 통상적인 업무 절차와 달랐다고 당시 C&C 직원은 말했습니다.

당시 SK C&C 직원
"(계약 금액이) 4억인가 됐던 걸로 기억하고 있는데 8억 얼마로 바뀐다는 식으로 프로젝트 다 끝날 때쯤 연락이 와서 계약만 증가하고 실제로 리소스(자원 투입) 없이 그냥 끝나고."
"있지도 않은 프로젝트를 대량으로 등록시키더라고요. 몇십 개가 쫙 올라가요. 이건 '가공 거래'구나…."

KBS가 입수한 문건에서도 당시 직원의 증언과 동일한 내용이 확인됐습니다.

C&C가 일을 끝내기도 전에 텔레콤은 돈부터 보내줍니다. C&C는 텔레콤으로부터 돈을 받은 후에야 완료 검수에 필요한 서류를 작성합니다. 즉, '선입금, 후 완료'입니다.

외부 업체와 일해 본 경험이 있는 분들은 더 쉽게 알 겁니다. 이게 얼마나 비정상적인지.

'뒷감당'은 직원들 몫이었습니다. 직원 간 이메일을 보면, 상급자는 작성 예시를 첨부해 "대외 증빙이 가능한 선에서", "급하게" 보고서 작성을 지시합니다.

비정상적 일 처리 방식을 직원들은 걱정했습니다.

지난달 30일 KBS가 보도한 [단독] 최태원 지배구조 핵심 SK C&C, 의문의 ‘V프로젝트’ 중

"리스크가 존재"하고, "세무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고 염려했습니다. 반복되는 불합리한 지시에, 2015년엔 "못 하겠다"라는 직원까지 등장합니다.

V프로젝트로 추정되는 가짜 일감은 2013년에서 2015년까지 204건, 규모는 1600억 원대에 이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V프로젝트의 쓸모는 무엇이었을까요.

시계를 V프로젝트 당시인 2015년 무렵으로 되돌려보겠습니다.

■ 한 사람 위한 퍼즐이었나

지난달 30일 KBS가 보도한 [단독] 최태원 지배구조 핵심 SK C&C, 의문의 ‘V프로젝트’ 중

2013년 무렵. SK그룹은 지배구조 이슈에 직면합니다.

최태원 회장은 SK C&C를 통해 SK(주)를 거쳐 SK텔레콤을 비롯한 각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었는데, '옥상옥 구조'로 복잡하단 지적을 받습니다.

SK는 결국 C&C와 SK(주)를 합병하기로 하는데, 관건은 합병 비율이었습니다.

C&C에 대한 최태원 회장의 지분은 32.92%. 우호 지분까지 합하면 43.45%에 이르렀습니다. 반면, SK(주)에 대해서는 0.5%가 안 됐습니다.

이 상황에서 최태원 회장에게 유리한 합병 시나리오는 무엇일지는 자명합니다.

최 회장 지분이 많은 C&C의 가치가 커지는 것입니다. 그래야 합병 이후에도 지주회사 (주)SK에 대한 최 회장의 지배력이 커집니다.

C&C 가치가 높아지려면, C&C 장사가 잘 돼야 합니다. 매출 증가라면 안성맞춤입니다.

출처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당시 C&C 매출입니다. 2011년까지 증가하다 2012년 줄어듭니다. V프로젝트는 매출이 줄어든 그다음 해인 2013년부터 시작된 거로 보입니다.

매출이 늘면 긍정적인 언론 보도도 늘어나고, 주가도 오를 수 있습니다. C&C 주가는 2013년 말, 주당 14만 원에서 합병 직전인 2015년 7월에는 1년 전의 두 배인 30만 원까지 올랐습니다.

그다음 달인 2015년 8월. C&C와 SK(주)는 합병합니다.

합병 비율은 1:0.74. 당시 시장에서는 SK C&C 주가는 고평가됐지만, SK㈜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단 지적이 나왔습니다. SK(주)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7.19% 보유)도 이 합병이 "SK㈜ 주주의 가치를 훼손한다"며 이례적으로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습니다.

SK C&C의 2013년~2015년 주가 흐름(출처 :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

이 합병으로 최태원 회장은 합병 법인의 지분 23.4%를, 총수 일가는 30.9%를 보유하게 됐고, 지금의 지배구조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돈의 흐름만 따라가면, SK텔레콤의 현금이 SK C&C를 거쳐 최태원 회장 주머니로 흘러 들어가는 구조입니다. 최대 수혜자가 최태원 회장일 수 있는 겁니다.

■ "V프로젝트 있었다, 다만…"

최 회장이 최대 수혜자라면, C&C와 텔레콤만의 일이었을까요. 그룹 전체가 조직적으로 움직였던 건 아닐까요.

KBS는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에게 여러 차례 연락했습니다.

SK하이닉스 박정호 부회장. 박 부회장은 V프로젝트가 진행된 2015년 SK C&C 대표이사였다.

박 부회장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SK텔레콤에서 일하다가 2013년 C&C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깁니다.

C&C와 SK(주) 합병이 완료된 2015년에는 C&C 대표이사 자리까지 올라갔습니다.

텔레콤과 C&C 내부 경영 상황은 물론, C&C와 SK(주) 간의 합병 과정 등에 대해 SK그룹 내에서 그 누구보다 잘 알 만한 인물입니다.

그러나 박 부회장은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SNS로 보낸 메시지는 여전히 읽지 않고 있습니다.

한편, SK C&C는 KBS에 아래와 같은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2013년~2015년 'V프로젝트'라는 단기 프로젝트가 존재했던 것은 일부 직원 증언에 따르면 맞는 듯하다. 그러나 가공 거래 관련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기자 : 그렇다면, V 프로젝트는 무엇이었나?)

"선매출 관련으로 보이는데, 이미 10년 전 일이라 당시 자료가 남아있지 않아 정확한 설명이 불가능하다. 국세청에도 동일하게 해명 중이다. 그룹 차원의 조직적인 지시는 없었다."

SK 측 설명을 들어봐도 'V프로젝트'는 2013년에서 2015년 사이 실재했습니다.

그러나 '가공 매출'을 위한 프로젝트는 아니라는 게 SK 측 주장입니다.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할 수 없다고 합니다. 기한이 만료돼 모든 자료가 사라졌다는 설명입니다.

당시 V프로젝트에 참여한 C&C 직원은 KBS 취재진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부정행위는 비밀이 끝까지 지켜지기도 어려울뿐더러, 설사 지켜진다고 하더라도 불법 행위로 조직에 많은 문제가 발생할 겁니다. 결국에는 회사나 구성원들에게 큰 손해로 돌아오겠죠. 대기업이나 사회적 영향력이 큰 회사일수록 말만 앞세우는 준법 경영, 윤리 경영이 아니라 진짜 윤리 경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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