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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감사원
‘의정부 미군터 개발’ 감사 착수에
감사원 실세 유병호 등 윗선 압박
대통령실이 인사권…청탁에 취약
대통령실·대통령 관저 이전 불법 의혹 국민감사 결과가 나온 12일 오후 참여연대 관계자들이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감사 결과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감사원 정문 담벼락에 손팻말을 가까이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김영원 기자 [email protected]

감사원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 감사’ ‘표적 감사’ 논란에 휘말리긴 했어도, 중립적 외양을 유지하는 독립 헌법기관의 경계를 벗어나지는 않았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유병호 감사위원(전 사무총장) 중심의 ‘타이거 사단’이 조직을 장악하면서 검찰과 함께 정권을 떠받치는 양대 보위기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자조가 나온다. 한겨레는 감사원 전현직 관계자 증언, 국회 제출 자료 등을 바탕으로 윤석열 집권기 감사원의 몰락상을 3차례에 걸쳐 조명한다.
감사원이 대통령실과 기업 등으로부터 청탁을 받고 비위 사실을 눈감아주거나 축소된 감사 결과를 내놓은 사실이 한겨레 취재 결과 확인됐다. 민간 업자 청탁을 받은 대통령실과 집권 여당이 감사원 인사권을 무기로 민원을 넣으면 감사원이 이를 고스란히 받아주는 방식이었다. 민원 통로의 허브에는 실세 유병호 감사위원(전 사무총장)이 있었다. 대표적 사례는 2023년 진행된 경기 의정부시 미군기지 반환 부지 개발 관련 감사다.

사무총장에게 들어왔다는 제보

이아무개 감사관은 의정부시가 공원을 조성한다며 국고를 지원받아 사들인 땅을 민간 아파트 부지로 전환해 헐값에 매각하고, 받기로 한 공익환원금 423억원까지 면제해준 정황을 포착해 감사를 진행했다. 곧바로 윗선에서 압박이 들어왔다. 상급자인 ㄱ 국장이 이 감사관을 불러 “외부에서 당신이 강압 조사를 한다는 제보가 사무총장에게 들어왔다”고 했다.

이 감사관은 얼마 뒤 일선 감사 업무에서 배제됐고, 같은 해 8월17일 직위해제 처분이 났다. 이어서 먼지털기식 감찰이 시작됐다. 감사원은 이 감사관이 의정부시 직원에게 반말을 하는 등 강압적으로 감사를 했다며 감봉 3개월 징계를 내렸다.

이 감사관은 징계에 이의를 제기하며 2024년 3월 자신이 감사 과정에서 들었던 청탁 의혹을 조사해달라고 감사원에 정식 요청했다. 감사원 조사를 받던 기업 쪽 인사가 대통령실과 여권 주요 인사들을 거론하며 감사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취지의 발언 녹취록도 제출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신고 서식이 잘못됐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감사원은 7일 한겨레에 “녹취록에 청탁금지법 위반 사항을 특정할 만한 내용이 없었다”며 조사를 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지만, 조사를 해보지도 않고 혐의가 특정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리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징계 취소 판결에 곧바로 2차 감찰

이 감사관은 소송 끝에 징계 취소 판결을 받았다. 그러자 감사원은 이 감사관을 상대로 2차 감찰을 시작했다. 5년치 감사 내용을 샅샅이 들여다봤고, 이를 근거로 이 감사관을 해임 처분했다. 이번에도 피감 기관 직원에게 반말을 했다는 이유였다. 이 감사관은 2차 징계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유병호 위원의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자 감사원은 “본인의 부당한 업무 처리에 대해 반성하는 모습 없이 오히려 아무 근거 없이 본건과 관계없는 의혹을 제기했다”고 이 감사관을 몰아세웠다.

결국 의정부시 주요 인사를 직권남용으로 수사 요청해야 한다는 이 감사관 의견은 묵살됐다. 현재 이 감사관은 해임 처분에 불복해 인사혁신처 소청심사위원회에서 징계 취소 여부를 다투는 중이다. 이 감사관은 한겨레에 “헌법이 부여한 감사원의 책무를 되새기며 감사관으로서의 사명을 끝까지 지키려고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복도까지 들려온 유병호의 고성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2023년 말 충북 청주 청남대(옛 대통령 별장) 운영과 관련한 공익감사 청구 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유병호 감사위원이 “내가 ‘불문’(법적 책임을 묻지 않음) 처리하라고 했는데 왜 말을 듣지 않느냐”며 담당 국장을 다그친 사실이 감사원 내부에 알려졌다. 감사원 내부자의 증언을 종합하면 담당 국장이 ‘감사위원은 사무처 일에 관여하지 말라’며 반발하면서 사무실 복도까지 고성이 들릴 정도로 격한 언쟁이 벌어졌다고 한다. 당시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이 청남대를 관리·운영하는 충청북도가 상수원보호구역에 위치한 청남대 경내에서 야외 취사와 행락 행위를 허용하는 등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며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한 상황이었다. 당시 충북지사는 윤석열 대선 캠프에서 인재영입위원장으로 일한 김영환 지사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두 사람의 만남에서 해당 감사 진행 상황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것은 맞지만, 어떤 지시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감사원이 청탁에 취약해진 것은 대통령실이 감사원의 인사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헌법기관이지만 고위공무원단 임명권을 가진 대통령실 소속이다. 앞서 2022년 10월에는 유병호 사무총장이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에게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감사와 관련한 한겨레 보도에 대해 “오늘 또 제대로 해명자료가 나갈 겁니다. 무식한 소리 말라는 취지입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기도 했다.

신형철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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