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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K등산의 인기가 뜨겁다. 서울의 명산 어디서나 외국인 관광객을 만날 수 있다. 사진은 관악산에서 만난 외국인 관광객들. 백종현 기자
외국인 관광객들의 서울 여행 트렌드가 달라지고 있다.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필리핀 사람들과 뒤섞여 산에 올랐다. 알프스나 히말라야 같은 세계적인 산맥에 올라탔느냐고? 아니, ‘서울 5대 악산’ ‘서울대 뒷산’으로 통하는 관악산(632m)에 올랐다. K등산 열풍의 실체를 확인하고 왔다.

K팝‧K드라마 잇는 K등산 인기
관악산은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K등산' 성지로 뜨고 있다. 암릉이 많아 험하지만, 산행의 만족도는 크다. 정상에서 서울 도심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백종현 기자
광장시장에서 길거리 음식 먹기, 한복 입고 경복궁 나들이, 성수동 쇼핑 투어, K드라마 촬영지 방문 등등 외국인 관광객의 흔한 서울 여행 공식이다. 요즘 의외의 발견은 K등산의 인기다.

북한산‧북악산‧도봉산‧관악산‧아차산‧인왕산 등 서울의 명산 어디에서든 외국인 관광객을 쉽게 마주칠 수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seoulhiking’ ‘hikingseoul’ ‘hikinginseoul’ 같은 키워드를 검색하면, 1만 개가 넘는 게시물이 쏟아진다. 도심과 산이 어우러진 환경과 높은 접근성이 인기 비결로 꼽힌다. “지하철(버스)에서 내려 바로 산행을 시작했어! 대단하지 않아?” 같은 경험담이 줄을 잇는다.
관악산을 오르는 외국인 관광객들. 서울 등산관광센터가 들어선 관악산·북한산·북악산 모두 최근 외국인 관광객의 출입이 크게 늘었다. 백종현 기자
서울 등산관광센터(Seoul Hiking Tourism Center). 우리에게는 낯설지 몰라도,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는 퍽 유명한 장소다. 서울의 산을 찾는 이들을 위한 안내 센터이자 쉼터 역할을 하는 곳인데, 되레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입소문이 널리 퍼졌다. 영어‧일본어 등 다국어 안내 서비스는 물론, 등산화‧등산복‧스틱 등의 등산 장비도 저렴하게(대여비 2000~5000원) 빌려준다. 사물함, 방문객 라운지, 샤워실도 갖췄다. 덕분에 문턱이 확 낮아졌다. 등산 장비가 없거나 여행 정보가 부족한 외국인도 부담 없이 산에 오를 수 있다.

2022년 개관한 북한산점(강북구 우이동)과 그 이듬해 문 연 북악산점(종로구 삼청동) 그리고 지난달 오픈한 관악산점(관악구 신림동)까지 3개 센터를 뒀는데, 누적 방문객이 8만명이 넘는다. 북악산점의 경우 방문객 약 2만2000명 중 48%가 외국인이다(2025년 4월 현재). 북한산점은 20~30대 비중이 70%가 넘는다.

서울 등산관광센터를 운영하는 서울관광재단의 길기연 대표는 “도심에서 바로 산에 오르고, 다시 관광지로 하산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수도가 서울”이라고 말했다.

팔각정에선 라면, 하산 후엔 막걸리
서울 등산관광센터 관악산점. 경전철 관악산역(지하 1층) 내에 있다. 산행 정보나 지도 등을 얻을 수 있고, 등산 장비도 저렴하게 빌릴 수 있다. 백종현 기자
지난달 26일 서울 등산관광센터관악산점을 찾았다. 등산철인 걸 고려해도 기대 이상이었다. 외국인들로 센터 내부가 꽉 찼다. 어림잡아도 스물네댓명은돼 보였고, 대부분이 20~30대 젊은 외국인 여성이었다. 미국‧프랑스‧영국‧독일‧필리핀‧인도네시아 등 출신 국가도 다양했다. 단기 여행자는 물론 한국‧프랑스 국제커플, 유학생, 서울 한 달 살기 여행자, 인플루언서도 있었다.

외국인 관광객들과 함께 관악산에 올랐다. 20개가 넘는다는 관악산 코스 중에서도 가장 험한 축에 속하는 ‘자운암 능선 코스(서울대 공학관~자운암 능선~자운암 국기봉~연주대 정상, 편도 1.8㎞)에 올라탔다. 자운암 능선에 오르자 시야가 탁 트였다. 여의도부터 한강, 사당 시내까지 한눈에 들어왔다.
관악산 정상석에서 외국인들이 기념사진을 담고 있다. 백종현 기자
“K팝만 아는 친구들에게 이 풍경을 보여줘야 해” “한강이 엄청 길고 멋지다” 등등 곳곳에서 감탄이 이어졌다. 인종과 국가는 달라도 산행 풍경은 비슷했다. 정상석에 앞에 서자 다들 손가락 하트를 그리며 기념사진을 담았다. 태극기 펄럭이는 국기봉 앞은 되레 외국인이 더 많이 몰렸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비비(38)는 “서울의 산은 접근성과 인프라 모두 대단하다”며 “서대문 안산에 자주 가는데 정상에서도 와이파이가 터진다”고 감탄했다. 프랑스에서 온 카미유(32)는 “한국에서 등산은 여자 혼자도 안심하고 즐길 수 있는 문화”라고 말했다.
이용정보
외국인은 서울 등산관광센터에서 등산화·등산복 등의 등산 장비를 저렴하게 빌릴 수 있다. 백종현 기자
서울 등산관광센터 관악산점은 경전철 관악산역(지하 1층)에 있다. 오전 9시~오후 6시 운영. 매주 수요일은 쉰다. 센터에서 등산화·재킷·바지·상의·가방·장갑·스틱 등의 등산 장비를 빌릴 수 있다. 각 대여비 2000~5000원. 등산 장비 대여는 외국인 관광객 또는 외국인 동반 한국인만 가능하다. 예약이 필수다. 자세한 내용은 서울 등산관광 홈페이지(seoulhiking.or.kr) 참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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