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자리 다른 시선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왼쪽)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7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단일화 관련 회동을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는 7일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후보 등록 마감일인 오는 11일까지 이뤄지지 않으면 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는 승부수를 던졌다. ‘벼랑 끝 전술’로 단일화 주도권을 확보하고 김 후보 압박 강도를 높이는 고육지책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김 후보가 단일화에 나서기보다 “11일이 지나면 자동으로 단일화가 되는 거냐”고 대응하면서 힘이 빠지는 모양새가 됐다.

한 후보는 이날 오후 4시30분 대선 캠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밝혔다. 김 후보와의 일대일 회동을 1시간30분 앞둔 시점이었다. 투표용지 인쇄 기준일인 25일 전에 단일화를 하면 된다는 김 후보에게 후보 등록 마감일인 11일 전에 단일화를 해야 한다며 ‘후보 등록 포기’를 걸고 배수진을 친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그간 한 후보가 자본과 조직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단일화 경선에서 승리해 국민의힘 후보로 등록하지 않으면 무소속으로 선거운동을 이어가기는 힘들 거라는 관측이 많았다. 김 후보도 이를 염두에 두고 시간은 자신의 편이라는 계산에 따라 버티기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 후보는 이런 상황을 뒤집기 위해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공전하는 단일화 논의의 돌파구를 만들려는 고육지책 측면도 있어 보인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김 후보의 ‘버티기’에 쩔쩔매는 상황에서 계속 “국민의힘에 모든 것을 일임한다”고만 할 수 없고 한 후보가 당사자로서 큰 카드를 던져야 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에 책임을 미루고 ‘꽃가마’만 기다린다는 보수 진영 비판을 불식하려는 의도도 읽혔다.

그러나 한 후보 승부수는 김 후보에게 통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는 이날 회동에서 “11일 지나면 자동으로 단일화되는 건가” “후보 등록할 생각도 없는 분을 누가 끌어냈나”라고 말하며 한 후보 발언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역이용했다.

경향신문

유새슬 기자 [email protected] 민서영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