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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치매 노인 보유 자산 154조원
자산 신탁으로 치매 머니 미리 관리
자산 적어도 생활 양상 따라 필요

일러스트=조선DB

국내 치매 노인들이 가진 자산인 ‘치매 머니’가 154조원에 육박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치매 환자가 아무런 준비 없이 의사 능력을 잃는다면 이 154조원은 가족도 건드릴 수 없는 ‘동결 자산’이 된다. 묶여 버린 치매 머니는 환자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데다, 가족 간 불화를 만드는 원흉이 되기도 한다. 어버이날을 맞아 치매 머니를 안전하고 슬기롭게 관리하는 금융사 자산 신탁을 소개한다.

치매 머니는 가족 분쟁의 씨앗?
현행법상 개인이 치매 판정을 받아 의사 능력을 상실하더라도 부모 혹은 자녀가 환자의 자산에 접근할 권한은 없다. 치매 환자의 자산은 환자 사후 상속이 이뤄지기 전까지 유동성이 묶인 동결 자산이 돼버린다. 노후를 위해 대비한 자산일지라도 환자 생활비에 한 푼 쓰이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고 만다. 치매 환자의 자산 관리는 법원이 지정한 성년후견인만이 제한적으로 할 수 있다. 문제는 법원의 성년후견인 지정에 최소 수개월 걸린다는 점이다. 가족 간 후견인 지위를 놓고 송사라도 일어나면 후견인 지정에 걸리는 시간은 반년 가까이 늘어난다. 이 기간 환자의 재산에 치명적인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환자 본인 외엔 누구도 재산을 건드릴 수 없다.

때론 방치된 치매 머니가 가족 간 분란의 빌미가 되기도 한다. 환자의 상태가 위중하다면 가족에게 치매 머니는 ‘곧 상속될 돈’으로 인식된다. 잠재적 상속인이 여럿일 경우 눈앞에 묶인 이권을 두고 다툼이 생길 가능성도 커진다. 법조계에 따르면 가족 중 한 명이 환자로 하여금 재산 처분 계약을 억지로 승인하게 했다가 가족 간 법정 다툼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의사 능력이 없는 자를 속이거나 강제로 맺은 계약은 법적 효력을 지니지 않기 때문에, 계약 진위를 두고 공방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처럼 치매 머니로 생기는 불편과 분쟁을 막는 제도가 자산 신탁이다. 자산 위탁자가 의사 능력을 현저하게 잃거나 사망할 경우를 대비하고 자산 관리 지침을 미리 정해두는 게 신탁의 주요 골자다. 최영노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변호사와 세무사의 도움을 받고 판단 능력이 건강할 때 미리미리 자산 신탁을 준비하는 게 좋다”라며 “신탁은 법원의 성년후견인 지정과 가족 간 자산 관리 이견 등에서 터져 나오는 갈등을 모두 차단해서 효과적이다”라고 말했다.

그래픽=정서희

신탁이 어렵다면 은행·보험사서 상담을
혼자서 신탁 과정을 밟는 게 어렵다면 금융사 신탁 상품에 가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주요 은행과 보험사에선 신탁 상담부터 사후 자산 처분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상품을 판매하는 중이다. 금융사 신탁 상품은 고객이 금융사에 자산을 맡기면 맡긴 자산 혹은 자산 관리 과정에서 생긴 이익을 지정된 수익자에게 주게 설계돼 있다. 수익자는 위탁자가 정하기 나름인데, 자산을 맡긴 고객이 될 수도 혹은 가족을 비롯한 제3자가 될 수도 있다. 쉽게 말해, 고객이 돈을 맡기면 금융사가 대신 이를 관리하다가 계약 조건에 따라 정해진 사람에게 돈을 돌려주는 상품이다.

보통 금융사들은 유언대용신탁에 특약을 추가하는 방식 등으로 치매 머니 유동화 서비스를 제공한다. 유언대용신탁이란 고객 사망 후 금융사가 고객과 계약한 대로 자산을 상속·배분하는 신탁 상품을 뜻한다. 예컨대 하나은행의 유언대용신탁 중 하나인 일반형 리빙트러스트 상품 가입자는 고객이 치매에 걸려 의사 능력에 문제가 생길 경우, 고객의 자산을 지급청구대리인에게 줘 병원비와 간병비 등에 쓸 수 있게 한다. 부모가 치매에 걸리기 전 자녀를 지급청구대리인으로 지정했다면, 치매 발병 후 자녀가 부모를 돌보며 발생하는 병원비와 요양비를 부모의 자산으로 충당할 수 있다. 이외 IBK기업은행, 우리은행, 교보생명 등도 유언대용신탁에 특약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치매 머니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치매예방 위해 놀이하는 요양원 노인들. 기사와는 직접 관련 없는 사진. /조인원 기자

자산 규모보다는 생활 특수성 먼저 고려해야
신탁도 금융 상품인 만큼 금융사에 지불하는 비용이 발생한다. 통상 금융사는 위탁 자산의 1% 안팎을 해마다 수탁 보수 명목으로 가져간다. 세부적인 수탁 보수 계산식은 금융사마다 다르다. 신탁 상품 구조 및 위탁 자산 규모에 따라 수탁 보수가 달라지기도 한다. 신탁 상품은 가입 전 영업점 방문이 필수다. 금융사들은 영업점 상담 과정 중 변호사 및 세무사 면담을 통해 고객의 가입 의사를 점검하고 알맞은 상품을 컨설팅한다. 또한 가입자는 인지선별검사지나 후견인부존재증명서 등의 서류를 금융사에 제출해 의사능력에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신탁 전문가들은 신탁 가입 전 충분한 상담은 필수라고 당부한다. 송은정 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 센터장은 “여러 차례 상담을 거쳐 신탁에 대한 내용을 100% 이해했을 때 가입을 추천한다”고 전했다. 송 센터장은 “자산이 적다고 신탁이 필요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가족 중 질병력이 있어 노후가 걱정되거나 직계 존·비속이 없어 자산 동결이 걱정된다면 50~60대 때부터 신탁 상품을 알아보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한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치매 환자들이 보유한 치매 머니는 2023년 기준 153조541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6.4%에 해당하는 규모다. 2023년 고령 치매 환자는 124만명이며 이 중 62%인 76만명이 자산을 가지고 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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