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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전력공사, “가처분 결정에 항고” 밝혀
향후 일정은 불확실…10월 총선 등 변수 많아
“사양길 원전 시장, 진흙탕 분쟁 원인 키워”
법원의 ‘계약 중지’ 가처분 결정으로 7일로 예정됐던 체코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의 두코바니 원전 최종 계약식이 무기한 연기됐다. 사진은 체코 두코바니 원전 전경. 체코전력공사 제공

체코 지방법원이 ‘계약 중지’ 가처분 결정으로 제동을 걸면서, 체코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애초 7일(현지시각) 열기로 한 신규 원전 건설 계약식이 전격 취소됐다. 체코 쪽은 가처분 결정에 항고 입장을 밝혔으나, 입찰 경쟁자 프랑스전력공사(EDF)가 제기한 본안 소송, 오는 10월 체코 총선 등을 고려하면 최종 계약이 자칫 무기한 연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계약식 참석차 체코로 가는 도중 가처분 결정을 들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6일 프라하 도착 직후 간담회를 열어 “계약이 불가피하게 연기될 수밖에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계약식은 무산됐으나 양국은 7일 애초 예정됐던 다른 일정들을 함께 소화하며 협력을 계속한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이에 앞서 다니엘 베네시 체코전력공사 사장은 “다음주쯤 행정법원에 가처분 기각 신청을 낼 것”이라며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은 말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체코 쪽을 대표해 ‘계약 연기에 대해 한국 쪽에 유감’이란 뜻도 밝혔다.

이날 양국이 여러 양해각서 등에 서명을 한 뒤 연 공동기자회견에서 페트로 피알라 체코 총리는 “빠른 시일 내에 경쟁사의 소송 제기가 기각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원전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과 체코가 전략적 파트너십 확대 심화에 많은 관심을 가진 것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프랑스전력공사가 제기한 소송이 진행되고 있던 상황에서 정부 대응이 안일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앞서 안 장관은 “체코 반독점당국에서 두 차례나 프랑스전력공사의 이의신청을 기각했고, 체코 정부도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해 계약 일정을 잡은 것”이라며 “체코전력공사가 법률 검토(가처분에 대한 항고)를 하는 만큼 체코 정부에서도 (계약이) 과도하게 지연되도록 두진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베네시 사장은 “우리가 원활한 진행을 위해 (계약식) 날짜를 잡았는데, 이번 법원의 결정은 사실 아주 가능성 낮은 조처였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윤석열 전 대통령(왼쪽)과 페트르 파벨 대통령이 함께 체코 현지에서 원전 수주 관련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대통령실 공동사진취재단

다만 가처분뿐 아니라 본안 소송 절차도 남아 있어 계약 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베네시 사장은 “어느 정도 지연될지 관건인데, 몇 개월 정도의 지연이라면 수억코로나의 손해가 발생한다”며, 이를 프랑스전력공사 쪽에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안 장관 역시 “며칠일지 몇달일지 예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한 체코 매체는 “체코 고등법원이 지방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취소하지 않는 한 본안 소송과 (가처분에 대한) 항고 절차 등을 고려할 때 최소 수개월 더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을 보도했다. 프랑스전력공사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경쟁총국에 같은 내용의 이의신청을 제기해둔 것도 위험 요소로 남아 있다.

오는 10월 예정된 체코 총선도 주요 변수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우위를 유지 중인 야당 긍정당(ANO)은 “두코바니 원전 전체 사업비 4천억코루나(약 26조원) 중 절반 이상이 자국 기업에 돌아온다는 보장 없이 계약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와, 만약 정권이 바뀌면 추가 협상이 진행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원전 업계에선 체코전력공사가 2014년 테멜린 지역에 신규 원전 2기를 지으려 입찰을 진행했다가 갑자기 취소한 과거에 주목한다. 당시 입찰에서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프랑스 아레바 등이 경쟁을 벌였는데, 체코 쪽은 돌연 사업 중단을 발표했었다. 이를 두고 정권교체가 변수였다는 분석이 나왔었다.

계약 자체가 번복될 가능성은 크지 않더라도 지연에 따라 늘어나는 공사비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이 경우 늘어나는 부담을 누가 떠안을지가 관건이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올해 3월 본계약을 기준으로 협력 업체들에 견적서를 받아 최종 입찰액을 써냈는데, 1년 이상 계약이 늦어지면 부품·인건비 등이 증가해 공사비 증액 요구가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한겨레에 말했다. 과거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출 사업을 진행할 때에도 중간에 공사비가 증가했는데, 이를 두고 현재 한국전력과 한수원 사이에 분쟁이 진행 중이다.

프랑스전력공사가 전방위적으로 벌이고 있는 소송전이 오늘날 원전 산업이 얼마나 사양길에 접어들었는지 보여주는 반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중국과 러시아, 한국을 제외하고 사실상 주요 자본주의 국가들에서 원전 건설이 중단된 상황에, 체코 같은 극히 일부 국가의 파이를 따내기 위해 미국·중국·러시아, 한국, 프랑스 등이 사활을 걸고 경쟁을 벌인 결과가 진흙탕 분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한겨레에 지적했다. 그는 “전세계 에너지 시장이 풍력·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로 재편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 성장성이 불투명한 대형 원전 수주에 대통령까지 나서서 국력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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