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기환송심 재판이 대선 이후로 연기된 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전북 익산시 대한노인회 익산시지회에서 열린 노인회 간담회에서 받은 꽃다발을 지지자들에게 들어보이고 있다. 익산=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 재판부가 15일 예정됐던 첫 공판을 대선 이후로 연기했다. “균등한 선거운동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라고 했다. 가속페달을 밟아오던 사법부가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다.
파기환송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7부가 어제 이 후보 측 기일변경 요청을 받자마자 첫 공판을 대선 이후인 다음 달 18일로 연기한 건 예상 밖이다. 앞서 지난 2일 대법원에서 소송기록을 넘겨받음과 동시에 사건 배당, 1차기일 지정, 소환장 발송 등을 일사천리로 진행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기일 변경 배경까지 설명했다. “법원 내·외부의 어떤 영향이나 간섭을 받지 아니하고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따라 독립하여 공정하게 재판한다는 자세를 견지해왔으며 앞으로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만큼 정치권을 비롯한 법원 안팎에서 쏟아지는 압박에 고심이 많았다는 얘기일 것이다.
전례 없는 초고속 재판을 밀어붙이며 이런 상황을 초래한 대법원은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법원 내부망(코트넷)에는 이날도 “개별 사건의 절차와 결론에 대법원장이 이토록 적극 개입한 전례가 있느냐” 등 절차적 정당성을 꼬집는 현직 판사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이날 서울고법에 이어 서울중앙지법 대장동 사건 재판부도 공판을 대선 후로 미룬 건 이런 인식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이 후보와 민주당은 “헌법정신에 따른 합당한 결정”이라고 반색하면서도, 사법부 공세는 멈추지 않겠다는 태도다.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카드는 일단 접었지만, 청문회와 특별검사법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이 참에 확실히 사법부 길들이기에 나서겠다는 것으로밖엔 비치지 않는다. 이날 국회 상임위에서 대통령 당선 시 사법 리스크를 덜기 위한 '방탄 입법' 2건을 단독 상정해 처리하기도 했다. 이러다 입법·행정·사법부를 모두 장악하는 견제 받지 않는 초거대 권력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게 괜한 우려는 아니다. 더 이상의 사법부 공세는 명분도 실리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