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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음성에 있는 농업법인 H&A의 한상태(42) 대표는 소위 요즘 잘 나가는 ‘귀농인’이다. 공대를 졸업하고 삼성전자 생산기술연구소에서 책임연구원으로 약 14년간 일했던 그는 2021년 돌연 사표를 던졌다. 자동으로 작물을 재배하는 스마트팜 설비를 우연히 보고 나서, 여기에 인생의 승부를 걸겠다는 결심이 섰기 때문이다. 한 대표는 “삼성전자에서 평생 연구하며 관리했던, 제조 설비와 스마트팜 설비의 원리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스마트팜으로 농사를 지으면, 나 같은 공학 쪽 기술을 가진 사람이 훨씬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이 들어 사표부터 던졌다”고 했다.

NH농협은행 농업공공금융부문 백남성 부행장(왼쪽)과 한상태 H&A 대표(오른쪽)가 스마트팜 설비 앞에서 농업 금융 지원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삼성전자에서 14년 간 근무했던 한 대표는 공학 지식을 바탕으로 샐러드 채소를 자동 재배하는 스마트팜 설비를 구축했다. 한씨는 NH농협은행의 농업금융컨설팅을 바탕으로 50억원의 ‘스마트팜종합자금대출’을 받아 스마트팜 구축 자금으로 활용했다. NH농협은행
하지만 한 대표가 창업 전 우연히 받은 NH농협은행의 ‘농업금융컨설팅’ 관계자는 이런 한 대표를 뜯어말렸다. 평생 상추 하나 제대로 길러본 적 없는 한 대표가 무작정 귀농했다가는 망할 게 뻔했기 때문이다. 컨설팅을 받아들인 한 대표는 한 농업회사의 작물재배팀 본부장으로 우선 취업했다. 그리고 약 2~3년간 재직하며 농사의 기초부터 다시 배웠다. 한 대표는 “그때 작물별로 생육 특성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처음 구상했던 스마트팜 설비를 대거 수정했다”면서 “이런 것도 모르고 바로 귀농부터 했다가는 정말로 망했을 것”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한 대표는 지난해 충북 음성에 자신이 구상한 엽채소 맞춤형 스마트팜 설비를 구축해 직접 농사를 짓고 있다. 삼성전자 시절 수입의 5배가량을 벌고 있다는 게 한 대표 설명이다. 한 대표는 “현재 추세면 예전 삼성전자 시절의 소득의 10배까지 사업을 키울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준비 없는 귀농, 절반 이상 ‘가족·지인’ 통해 준비
청년층을 중심으로 귀농·귀촌을 꿈꾸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준비 없이 뛰어들었다가 실패하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성공적인 귀농을 위해서는 보다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7일 농림축산식품부의 ‘2024년 귀농·귀촌 실태조사’에 따르면 30대 이하 청년층 응답자는 귀농 이유로 ‘농업의 비전 및 발전 가능성(30.5%)’를 가장 많이 꼽았다. 전체 응답자가 귀농의 이유로 ‘자연환경이 좋아서(31.9%)’·‘가업을 승계하기 위해(20%)’를 1·2 순위로 꼽은 것과 대조적이다. 나이가 젊을수록 귀농을 새로운 산업의 영역으로 인식하고 도전한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귀농을 직업적 도전으로 받아들이는 청년층이 많아지고 있지만, 준비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귀농 준비 기간은 평균 31개월이었는데, 이는 연령이 낮을수록 더 짧아졌다. 같은 조사에 따르면 30대 이하 청년층의 귀농 평균 준비 기간은 22.4개월로 2년이 채 되지 않았다. 50대(29,7개월)·60대(32.9개월)와 비교해서는 많게는 1년 가까이 차이가 났다. 귀농의 준비 과정도 체계적이지 못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응답자의 66.3%가 ‘가족 또는 지인’을 통해서 귀농 관련 정보를 얻는다고 밝혔다. 전문적인 교육을 받았다고 응답한 사례는 10%에 불과했다.



귀농 성공 위해 금융 준비도 필수
전문가들은 장밋빛 전망만 가지고 준비 없이 귀농에 뛰어들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지적한다. 농사 기술은 물론 사업을 위한 금융·재무 지식, 그리고 귀농 지역 사회와의 관계 등을 모두 고려해야 귀농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 대표도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 것은 지난해 초 받았던 50억원 ‘스마트팜종합자금대출’이 결정적이었다고 말했다.

농업금융컨설팅을 담당하고 있는 신황호 NH농협은행 차장은 “단순 가업 승계가 아니라 자기 사업을 하기 위한 귀농은 재무 관리 같은 금융 지식이 필요한데, 여기에 대한 준비가 없어서 실패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면서 “은행 등 금융권 컨설팅을 통해 이에 대해 준비를 하는 것이 성공률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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