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확전 가능성 우려…양국 핵 보유가 서로 심리적 억제
파키스탄 경제난·印 정치상황 등 고려할 때 대규모 확전 가능성은 작은듯
파키스탄 경제난·印 정치상황 등 고려할 때 대규모 확전 가능성은 작은듯
파키스탄서 반인도 시위
인도가 미사일 공습을 감행한 7일(현지시간) 파키스탄에서 반인도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EPA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인도가 미사일 공습을 감행한 7일(현지시간) 파키스탄에서 반인도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EPA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70년 넘게 앙숙 관계로 갈등을 빚은 '사실상 핵보유국' 인도와 파키스탄이 7일(현지시간) 미사일 공격을 주고받는 등 양국 간 충돌이 격화하고 있다.
영유권 분쟁지인 인도령 카슈미르에서 지난달 발생한 총기 테러 사건 후 10일 넘게 긴장이 고조되다가 벌어진 이번 국지성 충돌이 향후 전면전으로 이어질지에 관심이 쏠린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지난달 22일 분쟁지인 인도령 카슈미르 지역 휴양지 파할감 인근에서 관광객 등을 상대로 한 총기 테러가 발생해 26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다친 뒤 일촉즉발 긴장을 이어온 상태였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1947년 8월 영국 식민 지배에서 각각 독립한 인도와 파키스탄은 몇 달 뒤 카슈미르를 차지하기 위한 첫 전쟁을 벌였다.
카슈미르 내 다수인 무슬림은 파키스탄으로 편입하기를 원했지만, 소수이자 힌두교도였던 지도층은 인도 편입을 결정하면서 종교가 다른 양국의 갈등이 시작됐다.
1949년 유엔이 개입해 휴전선을 설정할 때까지 두 나라의 전투는 한동안 이어졌다.
첫 전쟁 후 10년 넘게 잠잠하던 두 나라는 1965년 재차 충돌했다. 또 카슈미르를 놓고 벌어진 2차 전쟁은 1년 뒤 소련의 중재로 휴전 협정을 맺으면서 멈췄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1971년 동파키스탄(현 방글라데시) 독립 문제로 3차 전쟁을 벌였고, 이듬해 설정된 사실상 국경선인 실질 통제선(LoC, Line of Control)을 따라 카슈미르는 인도령과 파키스탄령으로 쪼개졌다.
이후 1980년대는 두 나라가 핵무기 개발에 열을 올리며 군사력을 키운 시기였다. 미사일 개발 경쟁도 하며 서로 엎치락뒤치락했다.
경쟁적으로 지하 핵실험을 한 1998년까지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에 큰 군사 충돌은 없다가 1999년 5월 또 다시 서로 총을 겨눴다.
파키스탄 무장세력이 인도령 카길 지역을 침공했고, 양국 모두 핵실험에 성공한 직후여서 국제사회는 '핵전쟁' 공포에 떨었다.
2008년에는 민간인과 군인 등 180여명이 숨진 뭄바이 테러의 배후를 놓고 두 나라는 다시 대립했고, 주 용의자가 파키스탄 테러단체의 지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미사일 공격 부상자 이송
7일(현지시간) 파키스탄 한 병원에서 인도 미사일 공격으로 부상한 것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이송되고 있다. [AP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7일(현지시간) 파키스탄 한 병원에서 인도 미사일 공격으로 부상한 것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이송되고 있다. [AP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양국의 가장 최근 충돌은 2019년 2월 인도령 카슈미르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로 경찰관 40여명이 사망한 사건 이후 벌어졌다.
인도 공군기가 파키스탄령 카슈미르 내 '테러 조직 캠프'를 공습하자 파키스탄 공군은 다음날 인도 공군기 2대를 격추하면서 당시에도 전면전 우려가 컸다.
6년 만인 지난달 인도령 카슈미르에서 재차 총기 테러 사건이 발생했고, 인도는 테러 배후로 파키스탄을 지목하면서 일촉즉발 긴장 상태가 계속됐다.
실질 통제선을 사이에 두고 12일 연속 소규모 교전을 이어오던 두 나라는 결국 이날 서로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국제사회는 '사실상 핵보유국인' 두 나라의 확전 가능성을 우려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양국의 충돌이 빨리 끝났으면 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스테판 두자릭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도 성명을 통해 "세계는 인도와 파키스탄의 군사적 대립을 감당할 수 없다"며 양국 모두에 군사적 행동을 자제해 달라고 촉구했다.
다만 양국간 대규모 전면전 확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 시각이다.
두 나라가 모두 사실상 핵보유국이라는 점은 오히려 서로에게 부담이어서 일정 수준 이상의 확전을 막는 '심리적 억제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자칫 서로 무력 도발 수위를 계속 높이다가 어느 한쪽이 이성을 잃은 판단을 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 승인 없이 핵무기를 보유한 인도와 파키스탄은 이스라엘 등과 함께 '비공인 핵보유국' 또는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불린다.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국제법적으로 핵무기 개발과 보유가 허용되는 5개국을 부르는 '핵보유국'(nuclear weapon state)과는 다른 표현이다.
파키스탄의 어려운 경제 상황도 전면전 가능성을 높지 않게 보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파키스탄은 대규모 인프라 투자로 대외 부채에 시달리다가 코로나19 사태와 2022년 대홍수 등으로 최악의 경제난에 빠진 상태다.
또 지난해 3차례 연임에 성공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입장에서는 당장 총선 등 대규모 선거가 없기 때문에 전면전으로 지지세력을 급하게 결집해야할 동인은 비교적 적은 편이다.
모디 총리는 오히려 이번 파키스탄과의 무력 충돌을 빨리 마무리한 뒤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에 따른 경제적 충격 회복에 더 신경 써야 할 입장이다.
다만 모디 총리가 이끄는 여당 인도국민당(BJP)은 지난 총선에서 예상과 달리 단독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한데다 이번 테러로 인해 카슈미르를 관광지로 본격 육성하겠다던 정책도 타격을 입었다.
모디 총리로서는 '파키스탄에 대한 보복 공격'을 주장하는 극우 지지세력 등 자국 내 여론을 고려해 국지적 군사 공격을 통한 '카리스마 이미지' 회복에도 어느 정도 신경써야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처럼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전문가 사이에서는 인도와 파키스탄이 전면전을 벌일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카슈미르 실질 통제선 일대에서 소규모 포격이나 미사일 공격을 주고받는 상황이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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