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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 한덕수 예비후보와의 단일화를 둘러싼 국민의힘 자중지란이 악화일로다. 여기엔 김문수 대선후보와, 국민의힘 지도부 및 당 주류 세력 간의 겹겹이 쌓인 오해가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6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장인 경북 경주시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후보 일정을 중단하고 서울로 올라가 현안 문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뒤 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김 후보는 6일 오전 입장문을 내고 “어제 후보는 단일화 추진과 후보 지원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지만, 당은 현재까지도 후보를 배제한 채 일방적 당 운영을 강행하는 등 사실상 당의 공식 대선 후보로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러한 가운데 당은 의제와 안건도 공개하지 않고 전국위원회와 전당대회 소집을 공고했다. 당헌ㆍ당규 개정을 위한 절차로 판단되는데, 개최 이유를 명확하게 밝혀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김재원 후보 비서실장은 이날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결국 후보 단일화가 여의치 않으면 당헌ㆍ당규를 개정해 김 후보의 지위를 끌어내리려고 하는 것 아닌가란 강한 의심을 김 후보가 직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양수 사무총장이 “단일화를 통해 후보가 선출될 경우 치러야 하는 최소한의 형식 요건을 갖추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김 후보는 이날 경북 경주 방문 도중 취재진과 만나 “두 번씩이나 대통령을 지키지 못한 당에서 대선후보까지 끌어내리려고 하고 있다”며 후보 일정을 잠정 중단하는 강수를 뒀다.

이처럼 김 후보와 국민의힘 지도부가 사사건건 충돌하며 악화일로를 걷기 시작한 건 양측의 감정의 골이 깊게 팼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양측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후보와 당 지도부 간의 신경전이 표출된 건 국민의힘 전당대회 직후인 3일 오후 7시 무렵이다.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대선후보로 선출된 김 후보가 캠프 사무실로 돌아온 시점이라고 한다.

김 비서실장은 라디오에서 “오후 7시에 곧바로 당에서 권영세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그리고 이양수 사무총장이 찾아와서 ‘7일까지 단일화를 완료해야 홍보물과 선거 용품을 계약할 수 있다’며 무조건 단일화를 요구했다”며 “연휴 끝에 단일화하라는 것은 물리적으로 가능하지도 않아, 실무를 담당하는 사무총장을 교체하고 선거조직과 당의 지원을 원만히 해결하자는 부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자리에서 (지도부가) ‘후보 단일화 전엔 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하면 안 된다’며 거부를 했다”며 “당이 요구대로 선대위를 구성하고 단일화 추진기구를 만들었으면 지금쯤 진전이 있었을 텐데, 결국 이 순간까지 아무것도 진전되지 못한 상태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운데)가 3일 오후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제5차 전당대회에서 권영세 비대위원장(왼쪽), 권성동 원내대표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복수의 국민의힘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3일 면담엔 김 후보와 국민의힘 지도부를 비롯해 김 비서실장, 박수영 의원 등도 배석했다. 면담 시작 직후 김 비서실장에게서 ‘결심 사항’이라는 제목이 적힌 문건을 건네받은 김 후보는 공동선대위원장단은 물론이고, 당 살림을 총괄하는 사무총장을 김 후보 측의 장동혁 의원으로 교체하는 방안이 담긴 선대위 인선안을 당 지도부에 통보했다고 한다.

이에 당 지도부가 김 후보의 단일화 의지를 확인하기 위해 “이번 선거는 모두 하나가 돼 이겨야 한다”고 에둘러 말하자 김 후보는 “단일화 해야 한다. 한덕수, 이낙연, 이준석은 물론이고 황교안까지 다 합쳐서 빅텐트로 하자”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당황한 지도부가 재차 “제일 중요한 게 한 후보와의 단일화 아니냐”고 묻자 김 후보는 “여기가 한덕수 당이냐. 당이 이런 식으로 가면 안 된다”는 취지로 맞받았다고 한다.

이를 두고 김 후보 측은 “대선후보 임명장 잉크도 마르기 전에 단일화를 압박하는 게 무슨 경우냐”고 불쾌함을 토로한 반면, 당 지도부는 “전당대회 직후 한 후보와 단일화하겠다던 대국민 약속을 김 후보가 뒤집을 것처럼 보였다”고 했다.

이날 이후 서로에 대한 불신도 커졌다고 한다. 김 후보의 ‘단일화 버티기’를 의심하는 당 주류는 배후에 김 비서실장 등 강경파가 있다고 본다. 김 후보 측 인사조차 “김 후보는 신의와 명분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 조속한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는데, 김 비서실장이 ‘투표용지 인쇄를 시작하는 25일 이전까지 단일화를 하면 된다’고 주장해왔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 인사는 “4일 오전 국립서울현충원 참배 뒤 국민의힘 지도부의 김 후보 면담 요청에 김 비서실장이 ‘후보 일정이 많아 바쁘다’며 거절 의사를 내비치자 권 원내대표가 김 비서실장에게 ‘좀 빠지라’고 말하는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반면 김 후보 측은 박수영ㆍ김미애 의원 등 김문수 캠프에 몸담았던 다수 현역 의원에 대한 불쾌함을 여과 없이 토로하고 있다. 이들이 한 후보를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만들기 위해 김 후보를 이용해왔다는 것이다. 김 후보 캠프 관계자는 “캠프 전략 회의 내용 등이 당 지도부나 한 후보 측에 실시간 유출되는 것 같은 의심이 든 게 한 두 번이 아니었다”며 “김 후보를 돕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한 후보와의 단일화를 위한 ‘감시조’ 같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전당대회 이후 한 후보와의 단일화 촉구에 앞장서자 김 후보 측은 별도의 공지를 통해 “김 후보 측 단일화 협상 실무자로 박수영 의원이 거론되는 기사는 사실이 아님을 알려드린다”고 밝힌 일도 있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가 5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런 상황에서 당초 김 후보가 사무총장으로 내정했던 장동혁 의원이 5일 임명을 고사하자, 권 비대위원장이 김 후보가 해임했던 이양수 사무총장을 유임시키며 갈등은 외부로까지 터져 나왔다. 김 비서실장은 6일 언론 인터뷰에서 “서운함의 문제가 아니라 당에서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문제”라며 “비대위 회의 배경에 김 후보의 사진과 슬로건을 담는 백드롭 설치도 당이 거부했다”고 말했다.

또 “어제 선거 홍보용 사진을 찍었는데, 확인해보니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홍보 기획사에서 바로 옆 장소에서 한 후보도 당의 지위로 우리와 같은 방식의 사진 촬영을 하고 있었다고 확인했다”며 “우리 당이 지금 김 후보가 대선 후보가 아니라, 한 후보와 함께 홍보물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당 관계자는 “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계획이 된 것으로 김 후보 캠프에도 이미 사전 고지가 됐던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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