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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군사경찰이 5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을 지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차기 교황 선출을 위한 콘클라베 개최가 임박했다. 5일(현지시간) 교황청은 7일 오후 3시(한국시간 7일 오후 10시)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서 열리는 콘클라베 참석을 위해 추기경 선거인단 133명 전원이 바티칸에 집결했다고 발표했다.

교황 선출 절차를 정한 교황령에 따르면 첫날에는 한 번, 다음 날부터는 오전과 오후 각 두 번씩 하루에 네 번 투표를 거친다. 사흘간의 투표를 통해서도 선거인단의 3분의 2(89명) 이상의 찬성표를 얻은 후보가 나오지 않을 경우, 이튿날 하루 투표를 중단하고 기도와 대화의 시간을 보낸다.

이후 다시 투표 절차에 들어가 투표 및 기도와 대화의 시간을 수회 반복하고, 이렇게 해도 차기 교황을 뽑지 못할 경우 과반수 찬성으로 선출 요건을 완화하는 등의 절차를 밟는다. 교황이 선출되면 성당 굴뚝에 흰 연기를 피워 올린다.

근래 들어 콘클라베 기간은 짧아지는 추세다. 2005년 베네딕토 16세,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경우는 단 이틀 만에 끝났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10차례의 콘클라베는 평균 3.2일 동안 진행됐고, 5일을 넘긴 적이 없다”고 전했다.

최근 10차례 콘클라베 닷새 넘긴 적 없어
전 세계의 이목은 단연 ‘파파빌레(papabile)’에 쏠려 있다. 이탈리아어로 ‘교황이 될 수 있는 사람’이란 뜻으로 유력 후보를 의미한다. 통상 파파빌레에 속하는 추기경들은 교황 선종 수년 전부터 유세에 가까운 대외 행보를 한다.

파롤린
서방 언론에선 대체적으로 이탈리아 출신의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이 가장 앞선 것으로 보고 있다. 신학적으로는 전통주의에 가까우면서도 정치사회적으로는 실용·중도 노선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진보 성향의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그를 교황청의 외교를 총괄하는 국무원장으로 중용했다.

김지윤 기자
필리핀의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도 유력 후보다. 동성애와 미혼모에 포용적 입장을 보여 프란치스코 교황의 노선을 이을 후계자로 여겨지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타글레 추기경은 보수 성향의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2011년 마닐라 대교구장으로 발탁하며 교계에서 입지가 커졌다. 마테오 주피(이탈리아), 피터 턱슨(가나) 추기경 역시 주요 후보로 거론된다.

전 세계 14억 가톨릭 신자들의 정신적 지도자인 만큼 차기 교황의 노선에 대한 지원사격도 치열하다. 보수를 대표하는 독일의 게르하르트 뮐러 추기경과 진보를 대변하는 캐나다의 마이클 체르니 추기경은 콘클라베 직전까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차기 교황의 노선에 대해 목소리를 냈다.

타글레
유력 후보와 관련해 진위가 불분명한 기사가 쏟아지는 등 과열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탈리아에선 파롤린 추기경에 대해 “혈압이 높아 응급치료를 받았다” “미사 집전 중 큰 실수를 저질렀다” 등의 미확인 보도가 나온 바 있다. 타글레 추기경과 관련해선 온라인에서 존 레넌의 ‘이매진’을 부르는 동영상이 갑자기 확산하며 “(‘천국이 없다고 상상해 보라’는 가사가 담긴) 반기독교적 노래를 불렀다”는 비판이 들끓고 있다.

세속 국가의 정상들도 논란을 부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일 트루스소셜에 교황처럼 꾸민 자신의 인공지능(AI) 합성 이미지를 올렸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내내 대립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내심 보수파 추기경의 교황 선출을 바라고 이미지를 올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가톨릭을 모욕했다. 광대짓이다”(마테오 렌치 전 이탈리아 총리) 등의 비난이 거세게 일자, 트럼프 대통령은 뒤늦게 “장난이었다. 아내(멜라니아 여사)는 귀엽다고 생각했다”고 진화에 나섰다.

바티칸 통신 차단, 성 베드로 광장만 예외
이탈리아 언론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프랑스인 교황을 세우려고 물밑 작업 중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식 참석차 바티칸을 찾아 프랑스 출신 추기경들과 이탈리아 내 교회 유력자들을 만나는 등의 행보를 보였다면서다.

이에 이탈리아 언론은 “마크롱이 교황을 선택하려 한다” “태양왕(프랑스의 절대군주였던 루이 14세)인 양 행동한다”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이탈리아에서 반발이 나오는 데는 역사적 갈등도 한몫한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14~15세기 교황 선출권을 두고 격돌하면서 ‘아비뇽 유수’(신성로마제국이 교황청을 로마에서 프랑스 아비뇽으로 옮긴 사건) 등의 사건을 겪었다. 다만 1378년 선종한 그레고리오 11세 이후 프랑스 출신 교황은 없다.

현재로선 “교황으로 들어가면, 추기경으로 나온다”는 이탈리아 속담처럼 콘클라베의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최유력 후보는 아니었다. 133명 추기경의 국적은 71개국으로 역대 최다이고, 비유럽(81명) 출신이 유럽(52명) 출신보다 많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선출 과정은 콘클라베 기간 내내 철저히 비밀에 부친다.

바티칸시국은 결과를 기다리는 신도들이 모이는 성 베드로 광장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휴대전화 통신을 차단한다고 5일 밝혔다. 추기경들도 개인 휴대전화를 두고 콘클라베에 들어가야 한다. 전화, 인터넷, 신문 열람 등도 금지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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