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승리한 기민련 대표
‘형식적’ 1차 투표서 낙선
2차 세계대전 이후 첫 사례
‘형식적’ 1차 투표서 낙선
2차 세계대전 이후 첫 사례
독일 총리로 선출될 것으로 예상됐던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교민주연합(CDU) 대표(사진)가 6일(현지시간) 열린 하원의원 투표에서 과반 득표에 실패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총리 후보가 1차 투표를 통과하지 못한 첫 사례로, 독일 정치는 혼란에 빠졌다.
도이체벨레 방송은 이날 총리 후보였던 메르츠 대표가 1차 하원 투표에서 630표 중 310표를 득표해 총리로 선출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후보가 총리로 당선되려면 절반이 넘는 316표 이상을 얻어야 한다. 반대는 307표였다. 기권은 3표, 무효는 1표였으며, 9명은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메르츠 대표는 중도 CDU와 보수 기독사회당(CSU) 연합을 이끌며 지난 2월 열린 총선에서 승리했다. 이후 총선에서 16.4%를 득표한 중도좌파 사회민주당과 연정을 성사해 최소 328표를 획득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18표는 이탈했다.
독일 의회 신임 투표는 집권당 또는 연정의 사전 합의를 형식적으로 확인하는 절차로 여겨진다. 메르츠 대표도 당초 이날 가결돼 같은 날 총리에 취임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뜻밖의 결과가 나오자 개표 상황을 생중계하던 현지 방송 진행자들조차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메르츠 대표는 개표 결과가 나오자마자 연정 상대들과 긴급회의를 하기 위해 황급히 의회를 떠났다.
현행법상 1차 총리 투표에서 후보가 과반을 획득하지 못하면 하원은 14일 이내에 과반 득표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 메르츠 대표가 재출마할 수 있지만 다른 의원도 출마가 가능하다. 2주간 투표 횟수에는 제한이 없다. 14일 이내에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대통령은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후보를 총리로 임명하거나, 연방하원을 해산하고 새로운 총선을 실시할 수 있다.
총리 선출 실패로 유럽 경제 규모 1위인 독일 정치의 불확실성이 다시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독일 언론인 폴커 레징은 “이것은 (정당 간) 연합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며, 일부 의원들이 불확실성을 확산하려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AP통신에 말했다.
카르스텐 브르제스키 ING 글로벌 거시경제 연구책임자는 “투표 실패는 CDU 내 모든 사람이 (메르츠 대표의) 재정 정책 전환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라는 분명한 신호”라고 해석했다. 앞서 CDU와 CSU는 글로벌 무역전쟁 속에서 독일 경기침체를 막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 내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국방비 지출을 확대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공약했다.
독일 증시는 하락세를 보였다. AP통신은 독일 주요 기업을 대표하는 DAX지수가 1.8% 하락했다고 전했다. 극우성향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알리스 바이델 대표는 메르츠 대표의 사임과 재선거를 요구했다.
메르츠 대표는 여전히 가장 유력한 총리 후보지만 1차 투표 탈락으로 큰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