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두코바니 원전. 한수원
계약서 서명만을 남겨두고 있던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26조원 규모 체코 원전 수주가 제동걸렸다.
6일 로이터와 체코 현지 CTK통신 등에 따르면 체코의 브루노 지방법원은 두코바니Ⅱ 원자력발전사(EDUⅡ)와 한국수력원자력간 원전 건설 계약을 중단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EDUⅡ는 체코전력회사(CEZ)의 자회사로, 두코바니 원전 5·6호기 건설 공사의 발주처다. 한수원은 해당 원전 건설을 최종 수주했으며 7일 본계약 절차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태였다.
최종 계약을 멈춰세운 것은 프랑스전력공사(EDF)였다. 브루노 지방법원은 원전 수주 경쟁에서 탈락한 프랑스전력공사의 이의제기 절차가 마무리 되기 전까지는 한수원과 EDUⅡ간 계약은 중지돼야 한다고 결정했다.
앞서 프랑스전력공사는 지난주 체코 브르노 지방법원에 체코경쟁당국인 반독점사무소를 상대로 가처분 성격의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브루노 지방법원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한수원과 (체코 EDUⅡ가) 계약을 체결한다면 프랑스 측은 향후 재판에서 이기더라도 계약을 따낼 기회를 잃게 된다”면서 ‘계약 중지’ 가처분 결정을 내린 이유를 설명했다. 가처분은 프랑스전력공사의 본안 소송이 끝날 때까지 유효하다.
이로써 체코와 한수원간 본계약은 일단 불발됐다. 한수원 측은 “현재 본계약이 불투명한 상황이며 발주사와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수원의 ‘최종 수주’ 여부는 향후 프랑스전력공사의 소송 결과에 따라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브루노 법원 측은 “(가처분 인용은) 원고(프랑스전력공사)가 후속 소송에서 승소할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경제부처 장·차관급 인사와 여야 국회의원으로 구성된 대표단은 본계약 체결식을 지켜보기 위해 6일 체코에 도착했으나 ‘빈손’으로 돌아오게 됐다. 대표단엔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을 비롯해 이철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국민의힘), 허성무 의원(더불어민주당), 이주영 의원(개혁신당) 등이 포함돼 있다.
두코바니 원전 개요
앞서 지난 30일 체코 정부는 두코바니 5·6호기 원전에 대한 본계약을 7일 체결하겠다고 발표했다. 건설 자금은 체코 정부가 EDUⅡ의 지분 80%를 인수한 뒤 대출키로 했다. 지난해 7월 한수원을 주축으로 한 ‘팀코리아’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10개월 만이었다. UAE 바라카 원전 이후 ‘16년만의 원전 수출’에 정부가 환영 성명까지 냈으나 프랑스전력공사의 제동으로 결국 ‘계약 중지’를 맞게 됐다.
한수원의 체코 원전 수주는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입찰에서 탈락한 웨스팅하우스와 프랑스전력공사(EDF)가 체코 반독점사무소(UOHS)에 이의를 제기하는 등 지속적으로 반발해왔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1월 한수원은 체코 반독점사무소 뿐 아니라 미 법원에도 지식재산권 침해 등으로 소송을 제기한 웨스팅하우스와는 분쟁 중단 ‘합의’를 했다. 이후 웨스팅하우스는 이의제기와 소송 등을 철회했다.
문제는 프랑스전력공사였다. 프랑스전력공사는 ‘팀코리아’가 최종 선정된 입찰 과정의 공정성, 투명성 등을 문제삼으며 반독점사무소에 이의를 제기했으나 사무소 측은 이를 기각했다. 뒤이은 항소 역시 기각됐다. 두차례 기각으로 체코 원전은 우여곡절 끝에 ‘팀코리아’의 손에 들어오는듯 했지만, 프랑스전력공사는 끝내 물러서지 않았다. 한국과의 본계약 체결 일정이 확정된 지 사흘만인 지난 2일 반독점사무소의 기각 결정을 문제삼는 소송을 제기했다.
체코 정부는 법원의 결정에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DUⅡ의 모회사인 체코전력 측은 6일 “입찰은 공정하게 진행됐고 한국 측의 제안이 EDF보다 유리했다”면서 “프랑스전력공사가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한수원은 EDUⅡ측과 향후 대응 방향에 대해 논의 중이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 사업’은 4기로 구성된 기존 단지에 2기의 신규 원전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2029년 건설에 착수해 2036년 상업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체코는 40.7%인 원자력 비중을 50%로 확대키로 하면서 두코바니와 테멜린에 4기의 원전을 추가로 짓기로 한 상태다. 한수원은 두코바니 원전을 최종 수주할 경우 계약서에 따라 테멜린 원전 우선협상대상으로도 선정된다.
한수원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에는 한전기술(설계), 한전KPS(시운전·정비), 한전연료(핵연료) 등 한국전력 그룹 게열사와 민간업체인 두산에너빌리티(주기기·시공), 대우건설(시공) 등이 참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