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헤이룽장성 허강시가 지난해 4월 톈수이후공원에 문을 연 결혼등기소. 바이두
중국의 결혼이 ‘절벽’ 수준으로 감소하자 당국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중앙정부는 오는 10일부터 결혼등기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기로 했다. 지방정부도 공원과 쇼핑몰 등에 결혼등기처를 설치하고 경제적 유인책을 잇달아 내놓는 등 경쟁적으로 결혼장려에 나서고 있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중국 계면신문 등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1~3월 결혼등기 건수는 181만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만9000건(약 8%) 감소했다. 중국의 결혼등기 건수는 2013년 1346만9000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4년부터 2022년까지 9년 연속 감소했다. 2013년 코로나 엔데믹 효과로 잠깐 반등했지만, 지난해 다시 20.5% 급감해 610만6000건을 기록했다. 중국이 1980년 혼인법을 개정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최저치다.
인구학자 허야푸는 중국에서 결혼이 급감한 이유로 청년 인구의 감소, 혼인 적령기 인구의 남초 현상, 초혼 연령의 상승, 높은 결혼 비용, 결혼에 대한 인식 변화 등 다섯 가지를 들었다.
중국 인구는 1980년대생이 약 2억1500만명, 1990년대생은 1억7800만명, 2000년대생은 1억5500만명으로 역피라미드 모양이 뚜렷하다. 올해 기준 15~49세의 출산 가능 여성은 2020년보다 1600만명 이상 줄었는데 20~39세 여성만 1400만명 이상 감소했다. 20~40세의 경우 남성이 여성보다 1752만명이 많아 성비 불균형도 심각하다.
초혼 연령은 상승하고 있다. 2010년 남성의 평균 초혼 연령은 25.75세, 여성은 24세였지만 2020년에는 남성 29.38세, 여성 27.95세로 증가했다. 젊은 세대의 가치관도 달라졌다. 결혼을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여기는 이들이 늘었고 경제적 불확실성과 직업 경쟁,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분위기 속에서 결혼과 출산을 늦추거나 포기하는 현상도 두드러진다.
지방정부들은 결혼 장려를 위해 경제적 유인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가장 파격적인 곳은 광둥성 광저우시 바이윈구 룽구이 난링춘이다. 이곳은 최근 결혼 장려를 위해 부부 중 한 명 이상이 마을에 호구를 두고 있고 둘 다 초혼이면 최대 4만 위안(약 760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모델은 마을의 공동수익사업에서 재원을 조달하는 것이어서 다른 지역으로 확대되기 어렵다.
다른 지방정부가 지급하는 결혼 보조금은 1000~2000위안(19만~38만원) 수준이다. 저장성 사오싱시 상위구는 2023년 4월부터 신혼부부에게 소비쿠폰, 건강검진권 등이 포함된 1000위안(19만원) 상당의 ‘신혼 패키지’를 제공하고 있다. 취저우시 창산현도 여성이 25세 이하인 신혼부부에게 1000위안 현금을 지급한다. 산시성 루량시는 지난 1월부터 여성이 35세 이하이고 부부 모두 초혼이면 1500위안(28만5000원)의 현금을 지급하고 있다.
누리꾼 중에는 지원금 규모가 너무 적어 효과가 의문스럽다거나 연령이나 초혼 여부를 조건으로 내걸어 실제로는 출산 장려금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이들이 많다. 계면신문은 “결혼 보조금 정책에 대한 여론은 엇갈린다”면서 “결혼은 인생 중대사여서 경제적 인센티브로는 결혼을 결심하기 어렵다는 의견과 결혼 장려보다 출산 보조금을 늘리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고 전했다.
중앙정부는 10일부터 전국 통합 서비스를 도입해 결혼 신고 절차를 간소화한다. 호적지가 아닌 거주지에서도 신고할 수 있게 하고 호적부 제출 의무도 없앴다. 2021년 6월부터 랴오닝, 산둥, 광중, 충칭, 쓰촨 등을 시작으로 시범실시한 결과 지난 3월까지 누적 51만7000쌍이 호적지가 아닌 거주지에서 결혼등기를 마쳤다.
지방정부들도 앞서 관공서까지 오지 않고 결혼등기를 할 수 있도록 공원, 쇼핑몰, 관광지 등에 결혼등기처를 잇달아 개설했다. 안후이성 허페이시가 지난해 초 시내 한 지하철역에 문을 연 결혼등기처에선 2000쌍 이상이 결혼 등기를 했다. 지난해 10월 기준 중국의 공원에 마련된 결혼등기처는 270개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허야푸는 “중국에서 호적지와 거주지가 다른 인구가 4억9000만명에 이르기 때문에 편의성은 높아지겠지만, 결혼율을 높이는 근본 해결책은 아니다”라며 “결혼 및 출산 비용을 낮추는 것이 핵심”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