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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떨어지고 있지만 은행들의 대출과 예금금리의 차는 사상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다. 집값 불안을 의식한 금융당국이 대출금리 인하에만 제동을 걸면서다. 시장을 거스르는 ‘관치 금리’가 소비자 부담을 늘리고, 은행 이자 장사를 돕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근영 디자이너
5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공시한 지난 3월 가계대출 예대금리차(정책서민금융상품은 제외)는 1.38~1.55%포인트였다. 이는 사상 최고 수준이다. 3월 신한(1.51%포인트)·하나(1.43%포인트)은행의 예대금리차는 은행연합회가 관련 자료를 공시하기 시작한 2022년 7월 이후 역대 최고였다. 같은 시기 KB국민은행(1.49%포인트)은 2023년 1월 이후, 우리(1.38%포인트)·NH농협(1.55%포인트)은행은 각각 2023년 2월과 12월 이후 대출과 예금 금리의 차가 가장 많이 벌어졌다. 2023년은 고물가를 잡기 위해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리던 시기다.

예대금리차는 기준금리 인상기에는 보통 벌어지지만, 인하기에는 축소된다. 예금은 만기 때까지 금리가 고정되지만, 변동금리 상품이 많은 대출은 기준금리 변화를 빠르게 반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추세는 이런 시장 원리와는 상반된다. 5대 은행의 지난 3월 신규 가계대출의 평균 금리는 연 4.31~4.58%로 모두 4%가 넘었다. 이는 1년 전인 지난해 3월 신규 가계대출 평균 금리(연 4.17~4.51%)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소폭 올라간 수치다. 반면에 4일 기준 5대 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의 최고 금리(1년 만기 기준)는 연 2.58~3.1%까지 하락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연 3%대 예금 상품이 있었지만, 현재는 5대 은행 예금 중 연 금리가 3%가 넘는 곳은 NH농협은행의 ‘NH고향사랑기부예금’(3.10%)이 유일하다.

정근영 디자이너
이런 ‘금리 역주행’에는 금융당국의 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제’ 해제로 4월부터 가계대출이 증가할 조짐이 보이자 금리 인하보다는 가계대출 엄정 관리로 당국의 기조가 바뀌었다”고 했다. 실제 5대 은행의 지난 3월 가산금리는 2.64~3.72%로 지난해 3월(2.33~3.65%)보다 상승했다.

예대금리차가 커지면 은행의 이익도 늘어난다.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소비자가 아닌 은행들의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4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의 올해 1분기 이자 이익은 10조6421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2.3% 늘어났다. 금리 하락기에는 은행 이자 이익이 줄지만, 정반대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출금리를 시장 형성 수준보다 높게 유지하면 가계 부담이 늘어나고, 연체율 상승 같은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면서 “가계대출 관리가 필요하다면 금리보다는 대출 규제 같은 비가격 방식도 함께 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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