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맨 왼쪽)이 지난 2일 경남 진주시에서 김장하 선생(가운데)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유튜브 채널 영상 갈무리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변론 종결 후 파면 결정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 이유에 대해 “평의가 오래 걸린 건 말 그대로 만장일치를 좀 만들어보려고 (했기 때문)”이라며 “시간이 조금 늦더라도 만장일치를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 3일 경남도민일보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에서 문 전 대행은 이 같은 소회를 밝혔다. 이 영상은 문 전 대행이 지난 2일 경남 진주시를 방문해 자신의 스승인 김장하 선생을 만난 자리를 촬영한 것이다.
문 전 대행은 먼저 “저는 (재판관 의견을) ‘8대 0’을 해야된다고 생각했고, 8대 0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며 “이런 주제(대통령 탄핵)를 가지고 재판관끼리 이견이 있는 상태에서 국민을 설득하기는 힘들다고 생각했고, 사안 자체가 (만장일치가) 가능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헌재의 윤 전 대통령 탄핵 결정은 지난 2월25일 변론이 종결된 후 38일 만인 지난달 4일 이뤄졌다. 노무현(14일)·박근혜(11일) 전 대통령 때보다 20일 이상 오래 걸렸다.
문 전 대행은 “저는 시간이 조금 늦더라도 만장일치를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왜냐하면 저는 퇴임이 조금 남았으니까요. 제 퇴임 전에만 선고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했다. 문 전 대행과 이미선 전 헌법재판관은 윤 전 대통령 탄핵 선고 2주 후인 지난달 18일 6년 임기를 마쳤다.
문 전 대행은 “만약에 ‘몇 대 몇’으로 나가면 어떻게 공격을 하냐면, 소수의견을 가지고 다수의견을 공격할 수밖에 없다”며 “그러니까 소수의견조차도 한번 (만장일치 결정문에) 담아내보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문 전 대행은 “탄핵 결정 후에 비교적 후유증이 적지 않았느냐”며 “우리(재판관들의 만장일치) 노력이 조금 빛을 발했다 생각한다”고 했다.
문 전 대행은 “사건을 보자마자 결론이 서는 사람들이 있지만 모든 걸 다 검토해야 결론을 내는 사람도 있다”며 “그런 경우에는 당연히 빠른 사람이 느린 사람을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문 전 대행은 “빠른 사람, 급한 사람들이 인내를 가질 필요가 있다. 또 인내를 가졌다”면서 “그런 게 좀 좋게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고 밝혔다. 문 전 대행은 “모든 쟁점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의견이 갈릴 수밖에 없다”며 “그 의견들을 하나하나 설득하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문 전 대행은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문이 명문이란 평가를 받는 데 대해 “평의기간이 길다보니 고칠 시간이 많았다”면서 “(또한) 여덟 명이 다 고쳤다. 보통 주심이 고치고 나머지는 조언만 하는데, 이번엔 다 고치다보니까 조금 더 다듬어진 문장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고 밝혔다.
김장하 선생은 문 전 대행에게 ‘다수결이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하는데, 요란한 소수가 조용한 다수를 지배하는 걸 어떻게 해석해야 되겠느냐’고 물었다. 문 전 대행은 “요란한 소수를 설득하고 다수의 뜻을 세워 나가는 지도자가 나타날 거라 생각한다”며 “그런 체제가 가능한 게 민주주의라고 생각하고, 이번 탄핵도 그런 연장선상으로 진행된 것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