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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 부동산선임기자
대표적인 서울 강남 재건축 대장주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26년간의 표류를 끝내고 순항할까. 재건축 발목을 잡아 온 규제를 털어낸 청사진을 마련하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사교육 1번지’로 불리는 대치동이라는 강남 요지에 들어선 대단지 은마의 재건축 진척이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1979년 4424가구로 지어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최고 49층, 5962가구로 재건축할 계획이다. 예상 사업비가 재건축 사상 역대 최대인 6조6000억원에 달한다. 사진 강남구청
첫 역세권 특례 적용…49층에 1538가구 증가
은마가 2023년 결정된 재건축 밑그림(정비계획)을 다시 업그레이드해 지난달 18일부터 오는 21일까지 주민공람 중이다. 현재 가치가 11조5000억원 정도로 평가되는 기존 4424가구를 허물고 사업비 6조6000억원을 들여 17조5000억원 규모의 최고 49층 5962가구를 짓는다는 계획이다. 건립 가구 수가 서울에서 강동구 둔촌동 옛 둔촌주공(1만2032가구),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6491가구)에 이어 세 번째이지만 사업비는 역대 최대다.
강남 재건축 '대장주' 은마아파트
용적률·층수 높여 계획 업그레이드
규제 완화 대가 공공분양은 '로또'
앞으로는 규제보다 내홍이 관건

이번 변경안은 최신 규제 완화를 반영했다. 재건축 사업성을 좌우하는 용적률(사업부지 대비 지상건축 연면적 비율)이 320%다. 은마가 들어선 주거지역에 법으로 허용된 최대 용적률(법적 상한 용적률)이 300%인데 지난해 1월 역세권의 경우 법적 상한의 120%(360%)까지 가능한 용적률 특례가 시행된 덕이다. 지하철역을 두 곳 끼고 있는 은마가 강남에서 역세권 특례 첫 수혜 단지다.

조합은 당초 용적률 360%를 적용해 6576가구를 추진하다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자문회의 자문을 받아들여 용적률을 낮추고 가구 수를 줄였다.

구청 관계자는 “자문회의에서 너무 과밀하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말했다.

김영옥 기자
은마는 지은 지 20년만인 1999년 첫 재건축 주민설명회를 열고 2003년 말 조합설립추진위를 구성했다. 그러나 번번이 안전진단 문턱을 넘지 못해 재건축을 시작하지 못했다. 다른 단지보다 낮은 용적률을 적용받아 사업성도 떨어졌다. 은마 기존 용적률이 204%인데 재건축 용적률이 처음에 210%였다.

업계 관계자는 “재건축을 억제해 집값을 안정시키려는 정부의 집중적인 규제 표적이 은마였다"고 말했다.

2008년 재건축 규제 완화를 내세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에야 은마가 안전진단을 통과했다. 재건축 용적률 규제가 법적 상한까지 완화되면서 사업 물꼬를 털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층수에 가로막혔다. 은마는 49층을 추진했으나 2010년대 중·후반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35층 룰'을 넘지 못했다.

은마가 한발 물러나 2023년 2월 법적 상한 용적률 300%와 최고층 35층으로 정비계획을 세웠고 같은 해 9월 정식 사업주체인 조합을 설립했다. 그러다 현 오세훈 서울시장이 35층 룰을 없애고 역세권 용적률 특례도 생기면서 은마는 이번 정비계획 변경안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추가분담금 줄지만 재건축부담금 급증할 듯
변경안을 분석하면 용적률 20%포인트 상승으로 5000억원에 가까운 수입 증가가 예상돼 조합원당 1억원가량의 추가분담금을 줄일 수 있다. 조합원 몫을 제외한 일반분양분 등으로 매각할 수 있는 주택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기존 전용 84㎡가 새 아파트 전용 84㎡를 배정받는 데 필요한 추가분담금이 1억원 정도다. 기존 전용 84㎡ 자산평가 가격이 27억원이다. 재건축으로 짓는 새 아파트 전용 84㎡ 시세를 50억원으로 본다면 28억원을 들여 22억원의 시세차익을 얻는 셈이다. 그런데 실제 시세차익은 은마 구입가격에 따라 다르다. 평가가격보다 비싸게 샀으면 그만큼 시세차익이 줄어든다.

조합원의 수익성을 따질 때 재건축부담금도 봐야 한다. 재건축부담금은 재건축으로 오른 집값의 일부에 부과되는 금액이다. 지금 재건축부담금을 추정하기 어렵지만 재건축 후 몸값이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등 국내 최고가 수준에 버금간다면 10억원도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본다.

정작 은마 재건축의 최대 수혜자는 조합원이 아닌 다른 사람이다. 703가구 일반분양분 당첨자다. 변경안의 일반분양가가 3.3㎡당 8000만원으로 계획돼 있다. 분양가상한제 규제를 적용한 가격이다. 전용 84㎡ 분양가가 27억원이다.

김영옥 기자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일반분양분보다 돈이 더 많이 들더라도 치열한 청약경쟁을 뚫을 필요 없이 주택형 선택폭이 넓은 데다 좋은 층과 향을 배정받는다는 게 조합원 장점이어서 비싼 가격에도 들어오려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거래 규제에도 불구하고 은마 실거래가가 올해 들어 30억원을 훌쩍 넘었다. 은마는 조합원 명의변경 제한 적용을 받아 상속 등 불가피한 경우나 5년 이상 거주하고 10년 이상 보유한 집만 팔 수 있다. 매수자는 강남구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이어서 2년 실거주 조건으로 살 수 있다. 매도·매수 장벽이 재건축 기대감 앞에서 맥을 추지 못하는 셈이다.

일반분양보다 훨씬 저렴한 공공분양
그런데 일반분양분보다 더 대단한 '로또'가 숨어있다. 역세권 용적률 특례 대가로 짓는 공공분양이다. 용적률을 법적 상한까지 완화 받으면 임대주택을 건립하지만 법적 상한을 초과하면 공공분양도 함께 공급해야 한다. 재건축 단지에 처음 나오는 은마 공공분양 물량이 전용 84㎡ 122가구다.

역세권 용적률 특례에 따른 공공분양은 분양가상한제보다 가격을 더 낮춘 이익공유형이나 지분적립형 주택으로 공급된다. 이익공유형 분양가가 분양가상한제 가격의 80%다. 공공분양 전용 84㎡의 이익공유형 분양가가 21억6000만원이다. 지분적립형은 20년이나 30년 동안 분양가상한제 분양가의 10~25%씩 나눠내는 주택이다. 2억7000만~6억7500만원만 있으면 입주할 수 있다. 이익공유형 분양가도 서민이 감당하기에 벅찬 금액이어서 지분적립형으로 공급될 것 같다.

지분적립형 당첨 1순위자는 30년 넘게 납입한 청약저축 부자가 아니라 2세 이하 신생아를 둔 가구다. 지분적립형 물량의 30%가 신생아 가구 몫이다.

그동안 은마는 시장에 기대감과 실망감을 반복해 안기며 희망 고문을 해왔다. 앞으로 사업의 적은 밖(규제)이 아니라 안(조합)에 있다고 봐야 한다. 이른바 내홍이다. 순조로운 재건축은 의사결정의 키를 쥔 내부의 많은 '사공'에 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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