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대선출마 뒤 오세훈과 돈의동 쪽방촌행
“한덕수 돌아가고 주민들 욕 많이 했다”
제21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일 서울 종로구 주민공동시설 ‘새뜰집\\\' 온기창고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만나 포옹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난방이 안 돼 겨울만 지나면 돈의동에서 사람들이 죽어 나갑니다. 정치하려고 와서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고 사진만 찍고 가는 건 쪽방 주민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에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찾아와 ‘약자와의 동행’을 외치며 사진을 찍고 떠난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지난 4일 이곳에서 만난 주민 최아무개(82)씨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한 전 총리는 이틀 전인 2일 낮 12시30분께 대선 출마 선언 뒤 오세훈 서울시장과 돈의동 쪽방촌을 찾았다. 우리동네구강관리센터와 온기 창고 등 주민공동시설을 둘러본 뒤 순댓국집에서 오찬했다. 쪽방촌 주민에게 하루 한 끼를 지원하는 ‘동행식당’으로 지정된 식당이다. 이후 한 총리는 쪽방촌 골목에서 기자들에게 7분가량 질문을 받고 자리를 떴다. 첫 공개 일정으로 쪽방촌을 고른 이유를 묻는 말에 “사회적 통합을 하려면 중요한 건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기본자세”라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서 10여명의 주민이 함께 사용하는 공용 화장실. 최현수 기자

한 차례 떠들썩한 정치 일정이 지나간 뒤 쪽방촌에 남은 주민들은 한 전 총리가 정작 “들어야 할 말을 듣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각자 품고 있는 빈곤 문제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위생, 지원 체계의 한계, 정신 건강 문제 등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한 전 총리는 방문 당시 쪽방촌 거처를 자세히 살펴보거나 주민과 대화하지 않았다.

70년대 사라진 빈대, 지금도 창궐

부모님을 여의고 평생을 떠돌다 14년 전 이곳에 왔다는 백아무개(76)씨는 “한 전 총리에게 주민들 이야기를 하려고 해도 듣지 않았다”며 “쪽방은 질병이 옮기 너무 쉬운 곳이다. 70년대에 사라졌던 빈대가 최근에 창궐하기까지 했다. 위생 문제가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3년째 이곳에 살고 있다는 이만태(55)씨도 “정치인들은 표가 필요할 때 딱 한 번만 찾아온다. 한 전 총리가 가고 나서 주민들이 욕을 많이 했다”며 “관 같은 방에서 지내기 싫지만 쪽방에서 나가면 쪽방 주민으로서 받을 수 있는 지원이 사라져서 자립이 어렵다. 임대아파트로 가더라도 어느 정도 지원이 유지돼야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의 복도. 좁은 복도에 빨래, 신발 등 주민들의 짐이 나와 있다. 최현수 기자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에서 한 주민이 사람 한 명이 눕기도 벅찬 자신의 방을 보여주고 있다. 최현수 기자

서울의 또 다른 대표적 쪽방촌인 용산구 동자동 주민들도 또다시 짧은 정치 일정으로만 전해진 대선 후보의 돈암동 쪽방촌 방문에 아쉬움을 표했다. 특히 동자동은 정부와 서울시 등이 공공재개발 방식을 통한 서울역 쪽방촌 정비사업을 발표한 지 4년이 넘도록 건물 소유주 반대로 지구 지정조차 이뤄지지 못해, 주민들의 기약 없는 기다림이 계속되는 곳이다.

동자동 주민 최아무개(75)씨는 “나오는 지원금으로 식사는 가능하지만 정신적 도움이 필요하다. 이곳 주민들은 다 방이 좁고 답답해 대부분 우울증을 가지고 있다. 정신건강에 대한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어머니와 6년 전부터 이곳에 산다는 김아무개(39)씨도 “미뤄지는 공공주택사업 때문에 주민들이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우울증, 분노조절장애 등 정신장애를 갖고 계신 분들이 많다. 이런 분들부터 먼저 돌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8546 김문수 측근 차명진 전 의원 “당이 단일화 협박, 있을 수 없는 일” 랭크뉴스 2025.05.05
48545 [여론조사②] 단일화해도 "이재명 50%"‥대구·경북도 "이재명 유력" 랭크뉴스 2025.05.05
48544 또 불거진 임도 논란…‘효율 vs 환경’ 접점은? 랭크뉴스 2025.05.05
48543 [속보] 국힘, ‘단일화’ 의총 시작…의원들 “김문수 너무 믿었다” “사기 행각” 랭크뉴스 2025.05.05
48542 “옛 영광 어디에” 무너져 내리는 ‘지역 최대 상권들’ 랭크뉴스 2025.05.05
48541 문형배 전 대행 "만장일치 만들어 보려고 탄핵 심판 선고 늦어" 랭크뉴스 2025.05.05
48540 중원 찾은 이재명 "尹이 국민에 겨눈 총탄보다 강한 게 투표지"(종합) 랭크뉴스 2025.05.05
48539 3년 전엔 아무것도 없었는데…美위성 포착된 中 거대 시설은 랭크뉴스 2025.05.05
48538 포항 호미곶서 길이 7m 밍크고래 잡혔다…낙찰가 무려 랭크뉴스 2025.05.05
48537 한덕수 “정치권, 국가 과제 외면… 통상 문제 3년 임기 내 매듭” 랭크뉴스 2025.05.05
48536 차기 교황 선출 앞두고 판돈 264억…프란치스코 당시 50배 랭크뉴스 2025.05.05
48535 한덕수, 개헌 빅텐트 구축에 속도... 단일화는 지지부진 랭크뉴스 2025.05.05
48534 민주 "조희대, 李재판 미뤄라"…12일전 답 없으면 '줄탄핵' 통첩 랭크뉴스 2025.05.05
48533 문형배 전 대행, 탄핵 선고 늦어진 이유 밝혔다…"'○○○○ 위해서" 랭크뉴스 2025.05.05
48532 '탄핵'도 '불경기'도 뚫었다...더 강력해진 ‘프로야구 사랑’ 랭크뉴스 2025.05.05
48531 트럼프 “영화에 관세 100%…헌법 준수? 모르겠다” 랭크뉴스 2025.05.05
48530 [여론조사①] "정권교체 56%, 그대로 36%"‥이재명 지지층 93% "계속 지지" 랭크뉴스 2025.05.05
48529 이재명 “공평한 선거운동 보장해야”…민주당, 재판 연기 요구 랭크뉴스 2025.05.05
48528 이재명, 대선 후가 더 문제···‘헌법 84조’ 판단은 누가? 당선돼도 혼란 계속[뉴스분석] 랭크뉴스 2025.05.05
48527 [여론조사②] 보수 단일화해도 이재명 50%‥김문수는 29%, 한덕수는 32% 랭크뉴스 2025.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