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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락보린원 원생들 청와대 나들이…온종일 함께하는 집 친구·선생님이 가족


어린이날을 맞아 나들이 나온 영락보린원 원생들
[촬영 이영섭]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이 형 되게 잘생겼지요? 여자한테 인기 많아요."

열네살 영진이(이하 가명)가 열다섯살 태환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태환이는 "에이, 고백은 네가 더 많이 받았지"라며 쑥스러운 듯 미소를 보였다.

이들은 서울 용산구에 있는 보육원 '영락보린원'에서 지내는 입소생들이다.

어린이날인 5일을 맞아 청와대 나들이에 나선 보육원 또래 친구들은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

영락사회복지재단에서 운영하는 영락보린원에는 총 50여명의 입소생이 5∼7명씩 한 방(집)에서 지낸다.

대다수는 부모에 대한 기억이 없거나, 연락이 돼도 부모가 양육할 형편이 못 돼 보육원에 맡겨졌다.

입소생들의 일과는 여느 또래와 같다. 일어나서 씻고 학교, 학원을 거쳐 귀가해 내일을 준비하는 것이다. 온종일 함께하는 집 친구들과 각 집에 배정된 선생님들이 이들에겐 가족이다.

한창 사춘기라 숫기가 없을 것이란 기자의 선입견을 깨듯 청와대로 가는 길 동행한 입소생 5명은 쉼 없이 말을 걸었다. 학원에 가지 않아도 돼 좋다며 수시로 달리기 내기를 하거나 깔깔대며 웃기도 했다.

게임, 이성 교제, 운동 등 남학생들이 좋아하는 주제에 대한 얘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청와대에 도착했다.

함께 온 기준(14)이는 "일어나서 잘 때까지 같이 있고, 나이도 비슷하다 보니 학교 친구보다 집 친구들하고 더 친해요"라며 "고민 있을 때 털어놓기도 좋아서 마음이 편해요"라고 말했다.

게임하는 태환이(오른쪽)와 응원하는 영진이
[촬영 이영섭]


인솔자인 하은호(34) 선생님은 나들이에 기자가 동행하니 아이들이 거친 표현은 자제하는 것 같다며 웃었다.

또 한창 예민할 나이라 엇나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면서도 큰형처럼 입소생들에게 스스럼 없이 어깨동무를 했다.

이날 청와대 본관으로 들어가는 대기 줄이 너무 길어 입소생들은 본관을 관람하지 못하고 정원만 한 바퀴 돌아 나왔다.

다만 아쉬워하는 내색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집으로 돌아가 무슨 게임을 할지 논의하는 아이들의 눈빛이 초롱초롱했다.

영진이는 "연휴가 긴데 그만큼 집 친구들이랑 게임하고 운동할 수 있어서 좋아요"라고 말했다.

영락보린원 입소생들은 고3이 되면 보육원에 남을지, 자립할지 선택하게 된다. 보육원에는 스물네살 때까지 지낼 수 있다. 자립할 경우 정부 산하 자립생활관에 들어가거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 주택에 전세 지원을 받아 입주할 수 있다.

보육원에서 수년씩 함께 지내는 '집 친구'들은 자립 후에도 언제나 버팀목이 돼 준다. 이 때문에 보육원은 휴일에 집 단위 야외 행사를 지원하고 장려한다.

오는 10일에는 영화관 한 관 전체를 대여해 입소생들과 부모님, 후원자, 선생님들이 함께 영화도 볼 계획이다.

김병삼 영락보린원 원장은 "입소생들의 생활은 일반 가정집과 똑같다고 보면 된다"며 "아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지지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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