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대선 출마 선언 뒤 오세훈 서울시장과 돈의동 쪽방촌 방문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에서 한 주민이 사람 한 명이 눕기도 벅찬 자신의 방을 보여주고 있다. 최현수 기자

“난방이 안 돼 겨울만 지나면 돈의동에서 사람들이 죽어 나갑니다. 정치하려고 와서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고 사진만 찍고 가는 건 쪽방 주민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에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찾아와 ‘약자와의 동행’을 외치며 사진을 찍고 떠난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지난 4일 이곳에서 만난 주민 최아무개(82)씨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한 전 총리는 이틀 전인 2일 낮 12시30분께 대선 출마 선언 뒤 오세훈 서울시장과 돈의동 쪽방촌을 찾았다. 우리동네구강관리센터와 온기 창고 등 주민공동시설을 둘러본 뒤 순댓국집에서 오찬했다. 쪽방촌 주민에게 하루 한 끼를 지원하는 ‘동행식당’으로 지정된 식당이다. 이후 한 총리는 쪽방촌 골목에서 기자들에게 7분가량 질문을 받고 자리를 떴다. 첫 공개 일정으로 쪽방촌을 고른 이유를 묻는 말에 “사회적 통합을 하려면 중요한 건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기본자세”라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서 10여명의 주민이 함께 사용하는 공용 화장실. 최현수 기자

한 차례 떠들썩한 정치 일정이 지나간 뒤 쪽방촌에 남은 주민들은 한 전 총리가 정작 “들어야 할 말을 듣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각자 품고 있는 빈곤 문제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위생, 지원 체계의 한계, 정신 건강 문제 등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한 전 총리는 방문 당시 쪽방촌 거처를 자세히 살펴보거나 주민과 대화하지 않았다.

부모님을 여의고 평생을 떠돌다 14년 전 이곳에 왔다는 백아무개(76)씨는 “한 전 총리에게 주민들 이야기를 하려고 해도 듣지 않았다”며 “쪽방은 질병이 옮기 너무 쉬운 곳이다. 70년대에 사라졌던 빈대가 최근에 창궐하기까지 했다. 위생 문제가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3년째 이곳에 살고 있다는 이만태(55)씨도 “정치인들은 표가 필요할 때 딱 한 번만 찾아온다. 한 전 총리가 가고 나서 주민들이 욕을 많이 했다”며 “관 같은 방에서 지내기 싫지만 쪽방에서 나가면 쪽방 주민으로서 받을 수 있는 지원이 사라져서 자립이 어렵다. 임대아파트로 가더라도 어느 정도 지원이 유지돼야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의 복도. 좁은 복도에 빨래, 신발 등 주민들의 짐이 나와 있다. 최현수 기자

서울의 또 다른 대표적 쪽방촌인 용산구 동자동 주민들도 또다시 짧은 정치 일정으로만 전해진 대선 후보의 돈암동 쪽방촌 방문에 아쉬움을 표했다. 특히 동자동은 정부와 서울시 등이 공공재개발 방식을 통한 서울역 쪽방촌 정비사업을 발표한 지 4년이 넘도록 건물 소유주 반대로 지구 지정조차 이뤄지지 못해, 주민들의 기약 없는 기다림이 계속되는 곳이다.

동자동 주민 최아무개(75)씨는 “나오는 지원금으로 식사는 가능하지만 정신적 도움이 필요하다. 이곳 주민들은 다 방이 좁고 답답해 대부분 우울증을 가지고 있다. 정신건강에 대한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어머니와 6년 전부터 이곳에 산다는 김아무개(39)씨도 “미뤄지는 공공주택사업 때문에 주민들이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우울증, 분노조절장애 등 정신장애를 갖고 계신 분들이 많다. 이런 분들부터 먼저 돌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9969 시진핑 “중러, 일방주의 함께 대응해야” 랭크뉴스 2025.05.08
49968 파국 치닫는 단일화…김문수·한덕수 '빈손 회동'에 적전분열(종합2보) 랭크뉴스 2025.05.08
49967 경찰, '작곡비 사기 논란' 유재환 불구속 송치 랭크뉴스 2025.05.08
49966 한국 잠재성장률, ‘고령화’로 치명타…2040년대엔 0.1% 랭크뉴스 2025.05.08
49965 중·러 “북한에 대한 강압적 제재·압박 포기해야” 공동성명 랭크뉴스 2025.05.08
49964 '재판 족쇄' 풀고 재계 만난 이재명 "계엄 선포하듯 정책 추진 안 해" 친기업 메시지 랭크뉴스 2025.05.08
49963 '재상폐 총력 대응' 위믹스 "김앤장·세종 선임해 가처분…이르면 이번주 신청" 랭크뉴스 2025.05.08
49962 ‘후보 교체’ 꺼낸 지도부…‘법적 대응’ 나선 김문수 랭크뉴스 2025.05.08
49961 중국 기업 ‘美 탈출 러시’, 대안은 이집트?… “兆 단위 투자 예상” 랭크뉴스 2025.05.08
49960 SKT “위약금 면제 시 7조원 손실”…의원들 “2500억 정도” 반박 랭크뉴스 2025.05.08
49959 콘클라베 기간, 통닭 못먹고 '냅킨' 검사까지 하는 까닭은 랭크뉴스 2025.05.08
49958 트럼프, 금리 동결한 연준 의장 비판…"아무것도 모르는 바보" 랭크뉴스 2025.05.08
49957 다음 달부터 퇴직연금 중도해지 수수료 내려간다 랭크뉴스 2025.05.08
49956 김문수 "지도부, 손 떼야"‥권성동 "알량한 후보 자리 지키기 한심" 랭크뉴스 2025.05.08
49955 李재판리스크 털었지만…민주, '조희대 거취압박' 전방위 공세(종합2보) 랭크뉴스 2025.05.08
49954 SKT “위약금 면제 시 최대 7조원 손실”…의원들 “국민 협박하나” 랭크뉴스 2025.05.08
49953 [단독]경찰, 이재명·김문수는 빼고 한덕수 자택만 ‘24시간 경비 인력 투입’···왜? 랭크뉴스 2025.05.08
49952 李 재판 연기에도 민주 "조희대 사퇴하라" 공개 압박... '특검'은 보류 랭크뉴스 2025.05.08
49951 [속보] 러중 "북한에 대한 제재와 강압적 압박 포기해야" 랭크뉴스 2025.05.08
49950 사상 초유 생중계 회동까지‥기획자는? 의도적 갈등 노출? 랭크뉴스 2025.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