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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아파트. 경향신문 자료사진


아파트 주인이 개인이 아니고 외국처럼 기업 또는 리츠(REITs·부동산주식회사)라면? 아파트도 주식처럼 지분으로 쪼개 일부만 소유할 수 있을까. 아예 지분 투자를 정부와 개인이 나눠서 하면 어떨까.

부동산 ‘양극화’가 심화하고, 청년층으로선 서울과 수도권에 내집 마련하기가 점점 멀어지는 현실 속에서 ‘지분 참여’ 형태 등 주택 소유 방식의 변화를 모색하는 논의가 활발하다.

정부든 기업이든 지분으로 참여하면 가계대출을 줄여 금융안정을 꾀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 금융당국이 먼저 시동을 걸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분형 주택금융’을 도입해 무주택자가 주택금융공사(주금공)와 공동으로 집을 사는 길을 열겠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취지는 좋지만 정부가 나서서 ‘집값을 떠받치는’ 역할을 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에 청년층이 ‘영끌’ 대출을 받는 위험 부담을 감수하지 않아도 안정적 주거 환경을 형성할 수 있도록 혁신적 방안도 시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한국은행이 개인이 부동산투자회사(리츠)에 투자하고 임차인으로 살면서 수익을 배당받는 ‘한국형 리츠’ 추진 방안을 내놓으면서 국토교통부도 검토하고 있다. 청약 때 아파트 전체를 주식화해 누구나 투자할 길을 열어야 한다는 아이디어도 나온다.

가계부채 줄이기? 세금으로 부동산 떠받치기?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오는 6월까지 ‘지분형 주택금융’ 시행 로드맵을 내놓고, 이를 1000가구에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예를 들어 2억원을 가진 A씨가 10억원짜리 집을 사려고 한다고 가정해보자. 주금공이 5억원을 내고 공동 소유자로 참여한다. A씨는 은행에서 3억원만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받아 집을 살 수 있다. 대신 A씨는 주금공이 낸 5억원에 대해 시중 금리보다 낮은 이율의 ‘사용료’를 낸다. 집을 팔 때는 주금공과 지분에 따라 이익을 나눈다. 집값이 떨어져 손실이 발생하면 주금공이 떠안는다.

김 위원장은 이를 통해 대출 여력이 낮은 무주택자가 혜택을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달 3일 한국은행의 정책 컨퍼런스에서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가장 많이 받은 비판이 ‘부모님에게 받을 것이 있는 사람들만 집을 살 수 있느냐’는 것”이라며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하더라도 집을 살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정책금융기관이 투자자로 참여하면 주택 매입자가 받는 주담대 규모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는 취지다.

관건은 주금공이 어떤 주택에 얼마를 투자할지다. 금융위는 주택 매입자의 자기자본 하한선을 주택 가격의 10~20% 사이에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하면 주택 매입자는 주택 가격의 80~90%를 은행 대출과 주금공 투자로 메울 수 있다. 사실상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80~90%로 높아진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출 한도가 크게 늘어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공공이 무한대로 재원을 투입할 수는 없어 매입주택의 가격 상한, 매입자의 가계소득 제한 등을 두면 시장에서 대세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론도 나온다. 정부가 주택을 사는데 참여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세금’으로 주택시장을 떠받치는 구조를 만든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선호도가 높은 지역에 정부가 투자자로 참여하면 ‘집값이 오른다’는 신호를 주고 다시 또 가격을 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택 가격이 하락하면 주금공이 손실을 떠안도록 한 부분도 논란 지점이다.

조정흔 경실련 토지주택위원장은 “7월부터 스트레스 DSR 3단계가 시행되면 부동산 시장의 구조조정이 이뤄질 텐데, 저리의 정책기금이 주택 시장에 유입되면 부동산 가격을 떠받치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애널리스트 출신 부동산 전문가인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대표도 “경기 침체 속에도 서울 고가주택만 계속 오른 것은 정부가 생애최초후순위대출,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자금을 지속적으로 투입한 결과”라며 “여기에 지분형 주택금융까지 더하는 것은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읽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계의 주담대를 줄이겠다고 주금공이 아파트에 투자하고 손실까지 떠안게 하는 것은 가계부채만 문제고 정부부채는 문제가 아니라는 매우 편협한 관점”이라고 비판했다.

아파트도 주식처럼 ‘증권 투자’ 하면 어떨까

가계부채를 줄이고, 주거안정도 도모하기 위한 대안으로 개인과 리츠가 동시에 아파트에 투자하는 논의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은행이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제안한 ‘한국형 뉴 리츠(부동산투자회사·REITs)’가 그 중 하나다.

리츠는 다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이나 관련 자산에 투자하고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간접투자기구다. 한국은행이 제안한 ‘한국형 뉴 리츠’는 개인이 리츠에 투자해 배당수익을 얻게 하고, 희망하는 경우 자신이 투자한 리츠 소유의 주택에 시세보다 3~5% 싼 임대료로 5~10년을 거주하게 하자는 구상이다. 매도 제한 기간 이후에는 리츠 지분을 팔아 시세 차익을 얻는 것도 가능하다.

국토부는 이 제안을 바탕으로 한국형 리츠 도입을 위한 준비 작업에 나섰다. 지난달 ‘리츠를 통한 주택 소유 및 임대차 활성화 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했고, 내년 상반기 완료할 예정이다. 국내 주택 시장에서 리츠 상품 출시가 실제로 가능한지를 서울 강남권, 비강남 수도권, 비수도권으로 구분해 시뮬레이션하기로 했다.

서울 서초구 서리풀 지구 같은 신규 택지 공급 물량을 리츠에 매각하거나, 재건축 용적률 상향 인센티브로 나온 임대주택 물량을 리츠가 사들이는 방안이 타당한지도 검토할 계획이다.

주택 청약 때 주식 기업공개(IPO) 방식을 도입해 누구나 아파트에 ‘조각투자’하도록 하자는 실험적 제안도 눈길을 끈다. 이는 송인호 KDI 경제정보센터소장이 2022년 ‘주택시장의 규제와 주택공급방식의 방향’ 연구에서 제안했다. 신축 아파트 단지의 소유권을 지분으로 쪼개 증권으로 상장한 후, 증권 공모 신청과 임차 청약 신청을 동시에 받자는 것이다.

송 소장은 “아파트 투자 수요와 주택 거주 수요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방식”이라며 “부동산 양극화로 인한 자산 격차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청년들이 ‘로또 청약’과 ‘영끌 갭투자’ 외에 다른 방식으로 주택 시장에 참여하게 하려면 이처럼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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