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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 선생님이 너무 불편하고 싫어요"

지난 2월, 10대 지적장애 여학생이 제주 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서 근무하는 50대 조사관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습니다. 쉼터에 거주하는 중증지적장애인 여학생이 고민 끝에 쉼터 담당자에게 피해 사실을 털어놓은 겁니다.

여학생 진술에 따르면, 범행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이어졌습니다. 피해 학생은 끔찍했던 기억을 꾹 눌러오다가, 뒤늦게 피해 사실을 이야기했습니다.

피해자는 지적장애 학생 2명과 피해 학생의 여동생이었습니다. 범행 장소는 권익옹호기관 상담실과 가정 방문 자리, 이동하는 차량 등이었습니다.

경찰은 지난 3월 해당 조사관을 성폭력처벌법 위반(장애인 강제추행 등) 혐의로 구속했고, 검찰은 성폭력처벌법 위반(장애인 피보호자 강간 등) 혐의로 이 조사관을 재판에 넘겼습니다.

■ 지켜지지 않은 내부 지침…'2인 1조' 지침도 어겨


가해 조사관은 피해 학생에게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말라며 둘이 있을 때 범행을 이어갔습니다. 또, 피해 학생에게 "그 누구한테도 이야기하지 마, 아빠처럼 사랑한다"라고도 반복해서 이야기했는데, 피해 학생을 심리적으로 길들이는 '가스라이팅'을 통해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 지침상 장애인 학대 조사는 2인 1조로 해야 하지만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또 다른 기관의 사회복지사는 해당 조사관이 기관에 방문할 때, "혼자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취재진에게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제주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인력 문제로, 2인 1조 지침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른 지역 권익옹호기관 관계자는 "보건복지부에 인력 부족 문제를 지속적으로 건의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며, "2인 1조 상담이 원칙이지만, 불가능한 구조"라고 말했습니다.

'피해자와 상담원의 성별 안배를 고려하라'는 권익옹호기관 내부 지침도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피해 학생 중에는 친족 성폭력 피해를 당하고, 가정 내 방임 문제로 권익옹호기관의 도움을 받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더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했지만, 동성 조사관이 배치되지도 않았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인력을 확보해, 운영체계가 완비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번 사안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기관 내에서 발생하는 장애인 학대 사건 예방 대응 매뉴얼을 이른 시일 안에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피해 장애인 쉼터 인력 부족도 ‘한몫’

피해 학생 중 2명은 지적장애 학생으로, 지난해 피해장애인쉼터에 입소했습니다. 권익옹호기관에서 학대 조사를 진행한 뒤, 쉼터에 입소를 의뢰하고 입소 후에도 상담 등 쉼터와 연계해 피해자 지원이 이뤄지는 체계입니다.

제주도가 긴급 보호가 필요한 장애인을 위해 2022년 설립했는데, 장애인 보호를 위해 위치 등도 공개하지 않는 비공개 시설입니다.

그런데, 쉼터에 근무하는 생활지도원 중 여성 담당은 3명뿐이어서 3명이 3교대로 근무하며 장애인을 돌봐야 하는 실정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피해 학생과 가해 조사관이 단둘이 이동해야 하는 범죄의 사각지대가 생기게 됐습니다. 이미복 피해장애인쉼터 원장은 "정부 지침상, 동성 쉼터일 경우 시설장 1명에 지도원 5명이 배치되어야 한다"며, "남녀 혼성시설인 경우 10명은 있어야 하지만, 현재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제주도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권익옹호기관과 쉼터의 지도 점검을 강화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 달 만에 공식 사과한 전국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인권포럼

KBS 보도로 사건이 알려진 이후, 도내 시민사회 단체는 '제주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렸습니다.

지난달 28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 연 시민단체들 (화면제공 : 장애여성공감)

장애여성공감 등 10개 단체는 지난달 28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회견을 열고 "보건복지부는 권익옹호기관 운영을 위탁 수행 기관의 책임으로 두었을 때의 한계를 바로잡아야 한다"며, 2인 상담체계 원칙이 지켜지지 못한 이유에 대해 점검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달 30일, 제주도의회서 열린 제주장애인권익옹호기관 성폭력 사건 규탄 기자회견

제주 시민단체들은 지난달 30일, 제주도의회 제주장애인권익옹호기관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건이 개인의 일탈을 넘어 장애인 보호 시스템의 부재로 일어났다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특히, 장애인 학대 조사 시 2인 1조 지침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관리·감독 기관인 제주도의 철저한 원인 조사와 재발방지책을 촉구했습니다. 또 사건 피해자에 대한 지원책 마련도 요구했습니다.

장애인 성폭력 사건이 공론화되면서 기관을 위탁받아 운영하던 법인, 장애인인권포럼은 공식 사과했습니다.

장애인인권포럼은 입장문을 통해 이번 사건으로 실망과 분노를 느꼈을 피해 당사자와 가족, 도민들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습니다.

장애인인권포럼은 또 이번 사건을 반면교사 삼아 조직 운영을 재점검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전국 장애인권익옹호기관도 입장문을 통해 이번 일로 인해, 마음에 상처를 입으신 피해 당사자와 가족분들께 머리 숙여 깊이 사죄드린다고 밝혔습니다.

전국의 장애인권익옹호기관들은 "권익옹호기관 종사자에 의해 장애인 학대 행위가 발생한 것에 대해 깊은 연대 책임을 느끼고 있다"며, "유사한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종사자들의 인권 감수성과 민감성을 높이는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종사자 채용 기준을 포함한 운영 규정을 정비하며 피해 장애인 지원과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업무를 수행하면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기관 규정 정비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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