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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상담 : <20> 부부 체계와 자녀 교육

편집자주

인생 황금기라는 40~50대 중년기지만, 크고 작은 고민도 적지 않은 시기다. 중년들의 고민을 직접 듣고, 전문가들이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자녀교육, 허용-통제 균형이 관건
분노 폭발, 심리 체계에 '역효과'
단단한 결속으로 부모 권위 세워야


Q:
여중학생 딸과 초등학교 5학년생 아들을 키우는 40대 맞벌이 여성 A다. 최근 아들 교육 문제로 근심이다. 2년 전 ADHD 진단을 받은 아들이 거짓말로 둘러대고 학원을 빠져나와 놀이터와 피씨시방을 전전하는 등 나와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다. 저녁 식사 후엔 새벽까지 게임만 해 매도 들어 봤지만 소용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이 나를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일이 벌어졌했다. 야근 후 귀가해 아들 방문을 열어보니 컴퓨터 게임을 무려 6시간째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남편 역시도 이웃과 편의점에서 맥주 마신다며 집을 비운 상태였다. 사실 남편은 하루가 멀다 하고 술을 마셔 나도 불만이 많은 상태였다. 순간 울화가 치밀어 게임 모니터를 바닥에 던져 버렸다. 그러자더니, 아들이 현관문을 박차고 나가더니 급기야 경찰에 신고까지 한 것이다.
경찰 신고야 어찌어찌 해결됐지만, 더보다 어처구니 없는 것은 “왜 맨날 애한테 히스테리를 부리느냐”며 나를 비난하고, “새 모니터를 사 주겠다”며 아들을 두둔하는 남편의 태도다. 딸까지 동생(아들) 일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대체 어디서부터 꼬여 버린 걸까?


A:
먼저 부부의 상황을 살펴보자. A씨 입장에서 남편은 아들 문제를 ‘허용’으로 일관하며 훈육을 방해하는 존재이다. A씨 혼자 ‘악역’을 담당하다가 지쳐 감정 조절력까지 잃은 것으로 보인다.

‘카산드라 증후군’이란 그리스 신화 속 트로이 공주 ‘카산드라’에서 유래된 것으로, 예언적 진실을 말해도 아무도 믿어주지 않아 고통받는 인물이다. A씨도 남편과 가족으로부터 공감과 이해를 받지 못해 억울함과 좌절감까지 느끼고 있을 것이다.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아내인 크산티페 역시 대중에게는 ‘악처’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는 다른 해석도 나온다. 크산티페 입장에선 바깥일에만 정신이 팔린 채 돈도 못 벌어오면서 첩까지 있었던 소크라테스와 살다 보니, 결국 ‘분노가 일상’이 됐을 것이란 설명이다.

그렇다면 A씨는 어떻게 해야 할까. 부모의 양육 태도와 정서 그리고 가족의 구조에서 원인을 찾아보고 세 가지 해법을 제시해 볼 수 있다. 먼저, 바람직한 양육 태도로 다이애나 바움린드의 ‘민주적 양육 태도’를 제안한다. 자녀 양육에서 ‘허용’과 ‘통제’의 균형이 중요한데, 자녀의 개성과 자율성을 존중하면서 동시에 명확한 규칙과 기준을 제시하는 양육 방식을 말한다.

A씨는 과도하게 분노하고 극단적으로 처벌하는 ‘통제’만 강조했고, 남편은 ‘허용’만 강조함으로써 아들에게 혼란을 주었을 것이다. 쾌락에 익숙해진 아들은 아버지와 한편이 돼 엄마에 저항하면서 ‘자기 조절력’을 기르지 못하고 있다. 부부는 양육관을 일치시키고, 평소에는 온정을 베풀면서 지도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합리적으로 설명하여 제한을 가하되, 그 과정은 민주적이어야 한다.

둘째, 부모는 때때로 ‘널 사랑하니까 혼내는 것’이라는 명목으로 자녀에게 큰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A씨의 분노 방식이 그 전형적인 예이다. 정서적 안정은 양육의 기본이다. 불안정한 부모의 무분별한 분노는 아이의 심리적 면역체계를 무너뜨린다. 자녀는 부모를 ‘가까이하기 어려운 존재’라는 애착 손상을 입거나, 과한 훈육으로 저항심, 억울함, 적개심 등을 느낀다.

특히 부모의 분노 폭발은 자녀의 문제 행동을 더 강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도파미네이션'의 저자 애나 램키는 “인간의 뇌는 고통과 쾌락을 같은 부위에서 처리해 고통은 쾌락 중독을 유발한다”고 했다. 아들이 엄마의 분노로 상처 입을 때마다 게임에 집착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으로 풀이된다.

'거울 뉴런' 이론은 부모의 ‘무분별한 분노’를 더욱 경고한다. 아이들은 부모의 감정과 행동을 그대로 모방하므로, 오늘의 분노가 내일의 폭력으로 대물림 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해법은 간단하다. 부모 스스로의 정서적 치유, 이성적 소통 그리고 무엇보다 공감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셋째, A씨 가족은 부부 체계가 약해 ‘부모의 권위’가 쉽게 흔들린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부부 체계가 견고하지 않아, 아버지와 아들이 연합해 엄마를 소외시키는 형국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아들은 엄마(A씨)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게 됐고, 아빠(A씨 남편)의 ‘허용’을 악용해 중독에 더 깊이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자녀는 부모의 행동을 모델링하며 성장한다. 이미 매일 술을 마시는 아빠와 매일 새벽까지 게임하는 아들의 모습이 서로 닮아 있다.

그러므로 설사 부부가 갈등 중이라 하더라도 자녀와 한편이 돼 편을 가르거나 배우자를 이기려 해서는 안 된다. 부모의 권위 체계에 자녀가 개입하면 남편-아내는 물론, 부모-자녀, 자녀 간 체계까지 모두 뒤틀리기 때문이다. 먼저 부모는 각자가 가진 정서적 문제, 중독의 문제를 해결하여 건강한 자아를 회복한 뒤에, 부부 체계를 견고히 하여 가정의 질서를 세워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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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현정 굿상담클리닉 원장·전 국가인권위원회 전문상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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