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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일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한 웨딩 박람회에 웨딩드레스가 전시돼 있다. 서현희 기자


이른바 ‘스드메’(스튜디오촬영·메이크업·드레스의 줄임말) 비용이 끝도 없이 오르고 있다. 200만원 가량이던 초반 견적이 추가금에 추가금까지 덧붙여지면서 500만원을 넘어 1000만원 가까이까지도 매겨지는 식이다. 정부가 스드메 가격을 잡겠다며 표준계약서 제도 등을 도입하고 나섰지만 웨딩업계는 이를 비웃듯 ‘가격 감추기식 계약’으로 피해가고 있다. 그 사이에서 예비 신혼부부들의 등골만 터진다. ‘가성비 웨딩’은 먼 나라 일일 뿐이다. “오히려 덤터기만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부부들의 불만은 안타깝기까지 하다. 경향신문 기자들이 ‘내년 봄 결혼하는 신혼부부’로 위장해 ‘가성비 웨딩’을 찾아나서 봤다.

웨딩카페 가입 90분만에 전화·카톡 폭탄···가성비 찾을수록 마케팅은 공격적

결혼 준비가 막막한 신혼부부들이 정보를 얻기 위해 가장 먼저 찾는 곳은 이른바 ‘3대 웨딩카페’라 불리는 온라인 카페다. 일단 카페부터 가입하려면 결혼 예정 시기와 연락처를 적어야 했다.

“결혼 준비 싸게 하기 ○○카페 ◇◇◇팀장입니다. 웨딩이 달라질 겁니다” “저희는 다른 업체랑 다르게 견적을 전문적으로 봐 드려요” “내년 봄 결혼 준비 중이신 신부님 맞으시죠? 회신 없으셔서 다시 카톡 드려요”

카페에 가입한 지 1시간 반만에 웨딩 플래너들로부터 전화·메시지가 쏟아졌다. 대여섯통씩 전화·메시지를 받다보면 정신이 없어진다. 플래너들은 “저렴하게 식을 올릴 수 있게 해줄 테니 일단 상담부터 받아보라”고 권했다.

불안감 부추기는 스드메 계약···“공정위 손질 중이라 가격 알 수 없어”

지난달 19일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한 웨딩 박람회에 신혼부부들이 모여들었다. 서현희 기자


웨딩 박람회도 카페 못지 않게 많이 찾는 곳이다. 지난달 19일 찾아간 서울 강남구의 한 웨딩 박람회장도 예비 신혼부부들로 붐볐다. 여러 업체에서 온 플래너 40여명이 각 테이블마다 앉아 상담을 하고 있었다. 박람회장에 들어서자마자 한 플래너가 ‘스드메 가성비·평균(200만~400만원)·럭셔리(500만원 이상)’이라고 적힌 종이를 내밀었다. ‘가성비’를 선택하자 “신랑·신부님, 혜택 좋을 때 너무 잘 오셨다”면서 손목을 잡아끌어 상담을 시작했다.

플래너들은 스드메 가격 정보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점을 이용해 불안감을 부추겼다. A업체 플래너는 “드레스에 기본·블랙라벨·프리미엄 등 등급이 있는데 일반고객으로 방문하면 드레스 업그레이드를 안해주거나 등급을 속여요”라고 말했다. 가격은 기본가격 정도만 말했다. 계속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자 “오늘 저희랑 계약하면 플래너가 서비스로 동행해 사기 안 당하게 해드린다”며 계약을 종용했다.

웨딩홀 가격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른 플래너는 “저희가 동행하면 대관료랑 식대를 할인가로 알려드리는데 직접 홀에 전화하시면 할인가는 안 알려준다. 이런 정보들을 제가 다 드리는 것”이라 말했다. ‘지금 계약하면 추정 가격보다 저렴하게 할 수 있냐’고 묻자 “정가보다 저렴하지만 해가 바뀌면 금액이 더 오른다”며 정확한 가격을 공개하지 않았다. 1~2년 전 가격만 공개하며 “요즘 가격이 더 올랐다”고만 말했다.

공정위가 제정한 결혼 준비 대행업 표준계약서.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정부가 고질적인 업계 관행을 손보겠다고 나섰지만 업체들은 규제를 피해가고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3월부터 도입한 ‘표준계약서’에는 추가금이 발생하면 추가금의 최소액과 최대액을 명시하게 돼 있다. 하지만 이는 권고사항일 뿐이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상담을 받아본 업체들도 안내지에 추가금의 최대액을 적어두지 않았다. ‘헬퍼비 회당 25만원부터’ 등 최소 금액 정도만 명시하는 식이었다.

공정위의 규제를 오히려 이용하기도 했다. 플래너들은 “공정위가 (규제를) 손질 중이라 실제 식을 진행할 때의 정확한 가격은 알 수 없다”며 “가격은 계약 이후에 알려주겠다”고 했다.

올해 12월 말 결혼 예정인 김모씨(31)는 “드레스숍에서는 내가 처음 입는 드레스라면서 100만원씩 추가금을 붙인다더라”며 “플래너를 고용하지 않으면 안 내도 될 돈까지 더 내게 될까봐 플래너를 쓸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드레스숍 입장에서 신혼부부는 일회성 손님이고 플래너는 손님을 계속 데려올 사람이니 이런 영업이 가능한 것 같다”고 했다.



가성비 가능하다 해서 계약했는데 불어나는 추가금···웨딩 드레스는 사진도 못찍어

상담하는 2시간 내내 플래너들은 “충분히 저렴하게 식을 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종 견적’을 185~190만원으로 안내해 비교적 저렴해 보였지만 이는 ‘필수 추가금’ 등이 포함되지 않은 견적이었다. 필수 추가금은 ‘촬영 원본비·헬퍼비’ 등 스드메 예약 시 업체들이 필수적으로 받는 비용으로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지만 최종 견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신혼부부들은 ‘필수 추가금’ 등이 예식 준비 내내 붙어 최종 견적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쓰게 된다고 입을 모았다. 추가금이 붙으면 500만원 이상으로 훌쩍 비용이 뛰는 식이다. 지난 4월 말 결혼한 박민정씨(가명·30)는 “가성비로 하고 싶은데 아무 정보가 없어서 박람회에서 (플래너와) 계약을 했다”며 “스드메를 200만원에 계약해 저렴한 줄 알았는데 결국에는 추가금이 더 붙더라. 완전 상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씨도 “프리미엄 업체는 돈을 많이 쓸 사람들이 찾으니 비교적 가격을 투명하게 공개하는데 계약 금액이 낮을수록 추가금 장난은 더 심해진다”며 “350만원에 스드메 계약을 했는데 실제로 쓴 건 500만원이 넘는다”고 했다.

예비 신부 신지윤씨(30)가 드레스 피팅 당시 친구가 그려준 드레스 그림. 드레스 업체 측에서 ‘저작권’을 이유로 드레스 사진 촬영을 하지 못하게 해 그림으로 그린 것. 신씨 제공


신혼부부들은 이처럼 큰돈을 지불하고도 “업체가 갑, 신혼부부가 을”이라고 토로했다. 올해 11월 결혼 예정인 신지윤씨(30)는 “최근 드레스를 맞추러 갔는데 ‘저작권’을 이유로 드레스 사진조차 찍지 못하게 해 친구가 드레스를 손으로 그렸다”며 “소비자의 합리적 의사결정을 방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김씨는 “헬퍼 출장 비용을 추가금으로 지급하는데도 주차비를 따로 요구하기도 한다”며 “출장비에 당연히 포함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셀프 웨딩’ ‘공공 식장’도 쉽지 않아

예식 비용을 줄이기 위해 스튜디오 대신 간단한 스냅사진을 찍거나 직접 저가 드레스를 대여·구매하는 신혼부부들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신씨는 “스튜디오 비용을 줄이고 싶어서 스냅사진도 생각했지만 스드매를 패키지로 하지 않으면 할인을 받지 못하더라”며 “발품을 팔아 셀프로 해볼까 했지만 들여야 하는 노력에 비하면 가성비가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결국 패키지를 택했다”고 말했다.

공공 결혼식장·대학교 내 예식장 등 ‘가성비 식장’을 잡기도 쉽지 않다. 식장 수용 인원이 너무 적은 경우가 많고 식사가 포함되지 않아 케이터링 업체를 별도로 알아봐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표준계약서 도입 외에도 법적 제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경쟁을 통해 가격이 결정돼야 합리적인 선에서 가격이 형성되는데 현재 웨딩업계는 정확한 가격을 숨기는 방식으로 가격구조를 왜곡하고 있다”며 “모니터링이나 페널티 부과 등 인위적인 개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아직은 표준계약이 강제가 아니니 소비자가 더 똑똑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현명한 선택을 촉구할 수 있도록 캠페인 등을 병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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