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습지에 서식하는 물장군.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최상위 포식자면서 자식에게는 따뜻한 아버지. 지금은 멸종 위기에 처했지만, 한때 우리나라 전역의 습지·연못·저수지에 서식하던 곤충 ‘물장군’ 얘기다. 환경부는 가정의 달인 5월을 맞아 곤충에게서 보기 어려운 부성애를 가진 물장군을 ‘5월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선정했다.

물장군은 몸길이가 5~7㎝에 이르는, 국내에서 가장 큰 수생 곤충이다. 모기 같은 작은 곤충부터, 자신보다 몸집이 큰 뱀까지 먹이로 삼아 습지에서 최상위 포식자로 등극했다. ‘물속의 장군’이란 이름도 여기서 나왔다. 낫 모양으로 크게 발달한 앞다리 끝에는 긴 갈고리가 달려, 먹이를 포획하고 움켜쥐는 데 용이하다. 4월에 동면에서 깨어나 5월에 활동하고, 6월 말에 짝짓기를 한다.

물장군의 부성애는 짝짓기가 끝난 뒤 나타난다. 암컷 물장군이 물 밖으로 나온 부들 등의 식물에 60~100개의 알을 부착해 놓으면 이를 수컷이 보살피기 시작한다. 알이 부화할 때까지, 열흘 동안 물에 젖은 몸으로 알에 수분을 공급하고 몸으로 햇빛을 가려 보호한다. 수컷은 이 기간에 다른 생물 뿐 아니라, 알을 떼어먹는 암컷으로부터도 알을 지킨다. 이는 곤충에게 보기 드문 행동이다.



수질 오염과 기후변화로 서식지 감소 중
물장군은 과거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했지만, 농약의 과다 사용으로 서식지가 훼손되며 개체수가 감소했다. 현재는 제주도, 서해와 남해안의 섬, 내륙 일부 습지, 민통선 지역에서 서식한다.

물장군은 습지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개체수를 보존하는게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농업 해충인 민달팽이와 모기를 방제하는 역할도 하는데, 물장군이 사라지면 이런 해충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물장군 국내 서식 가능 지역 예측도. 붉은색 영역이 서식 가능 구역이다. B, E는 저배출(SSP126) 시나리오에서 2041~2070년(B), 2071~2100년(E) 예측도. C, F는 중배출(SSP370) 시나리오에서 2041~2070년(C), 2071~2100년(F) 예측도. D,G는 고배출(SSP585) 시나리오에서 2041~2070년(D), 2071~2100년(G) 예측도.
고려대 연구팀이 지난해 10월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물장군은 수질 오염 외에도 기후변화 탓에 멸종이 가속할 우려가 있다. 물장군은 온도와 습도의 변화에 민감한데다, 전 세계적으로 자연 습지가 감소하고 있어서다. 2015년 기준 전 세계 자연 습지 면적은 1970년 당시보다 약 35% 손실됐는데, 이는 삼림 손실 속도의 3배라고 한다.

연구팀은 물장군의 향후 국내 서식지가 북쪽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측했다. 현재 남부 해안에 주로 서식하는 물장군은 2041~2070년쯤 수도권과 북한 접경지 습지에 서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탄소 고배출 시나리오(SSP585)대로 기후변화가 진행될 경우 2071~2100년년에는 서식 가능 지역이 현재보다 68.1% 감소하고, 최악의 경우 남한 내에서 서식이 거의 불가능할 수 있다는 결과도 나왔다. 연구팀은 “가까운 미래에 물장군 서식지가 북쪽으로 이동한다는 점을 고려해 보존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환경부는 물장군을 1998년 멸종위기 야생동식물로 지정했다. 2005년부터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II 급으로 분류해 보호하고 있다.

습지에서 물장군을 발견하면 눈으로 보기만 해야 한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멸종위기 야생생물 II 급을 허가 없이 포획·채취·훼손하거나 죽이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8429 단일화 논의 지지부진에 국민의힘 ‘의총 소집’…김문수 측 “당내 쿠데타” 랭크뉴스 2025.05.05
48428 “해외 거주자도 기초연금 수급?” 정부 ‘형평성 논란’ 손본다 랭크뉴스 2025.05.05
48427 민주 "李재판진행 막겠다" 총공세…사법부에 12일 데드라인 통첩 랭크뉴스 2025.05.05
48426 中유람선 4척 전복, 10명 사망…SNS선 "수백명 있었다, 축소발표" 랭크뉴스 2025.05.05
48425 이재명 다가오자 "저도 한번"‥'대선 길목'서 첫 조우 [현장영상] 랭크뉴스 2025.05.05
48424 김문수 측 장동혁, 국민의힘 사무총장직 고사… 이양수 유임 랭크뉴스 2025.05.05
48423 제주 하늘 뒤덮은 기묘한 먹구름 정체는 '파상고층운' 랭크뉴스 2025.05.05
48422 필리핀에서 한국인 납치됐다 사흘 만에 풀려나…"건강 양호" 랭크뉴스 2025.05.05
48421 SKT 신규가입 중단 첫날…"그래서 유심 교체 언제" 소비자 분통 랭크뉴스 2025.05.05
48420 "요란한 소수가 다수 지배하면…" 김장하, 문형배에 던진 질문 랭크뉴스 2025.05.05
48419 韓 "오늘 중 만나자고 세번 말해"…金 "그냥 말씀만 들었다"(종합2보) 랭크뉴스 2025.05.05
48418 민주 “대선후보 공판 대선 뒤로”…이재명 재판 연기 요구 랭크뉴스 2025.05.05
48417 “임신했는데 버리면” 서민재 폭로 뒤… 남친 “감금·폭행 당해” 랭크뉴스 2025.05.05
48416 국민의힘, 저녁 7시 의원총회 확정… ‘김문수·한덕수 단일화’ 압박할 듯 랭크뉴스 2025.05.05
48415 한덕수 "'오늘 만나자' 세 번 말해‥김문수, 확답 없이 '네'" 랭크뉴스 2025.05.05
48414 민주 “조희대, 12일까지 후보들 공판기일 대선 뒤로 바꿔라” 랭크뉴스 2025.05.05
48413 [속보] 국민의힘, 저녁 7시 의원총회 확정 랭크뉴스 2025.05.05
48412 한덕수 ‘내란’ 셀프 면죄부…수사 중인데도 “헌재 근거없다 판결” 랭크뉴스 2025.05.05
48411 이주호, 의대생에 서한문 “확정된 유급·제적 취소 없어···미확인 소문에 미래 걸지 말아달라” 랭크뉴스 2025.05.05
48410 "요란한 소수가 다수 지배하면…" 김장하, 문형배에 던진 묵직한 질문 랭크뉴스 2025.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