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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서울대어린이병원에서 열린 어린이날 기념행사 '우리들은 자란다'에서 소아암·희귀질환 어린이 환자와 가족들이 마술사 이은결의 공연을 보고 있다. 김성룡 기자
" "서울대어린이병원 간호사가 되고 싶어요." " 최근 여섯살 소윤이가 꺼낸 한마디에 엄마 차선아(35)씨는 깜짝 놀랐다. 마냥 어린 줄만 알았던 딸이 진지하게 '장래희망'을 말해서다. 소윤이는 혈액 속 미성숙한 백혈구가 과다 증식하는 '급성 림프모구성 백혈병'이란 소아암을 앓고 있다. 서울대어린이병원은 소윤이가 백혈병을 처음 진단받은 2023년부터 지금까지 치료를 위해 다니는 병원이다.

차씨는 "아이가 병원에 다니면서 아픈 게 많이 나은 만큼, 꼭 이 병원 간호사가 돼서 아픈 친구들을 도와주고 싶다고 말하더라"며 "밤낮 없이 아이들을 위해 애쓰는 의료진 덕분에 아이에게 이런 꿈이 생긴 것 같아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급성 림프모구성 백혈병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여섯살 소윤이는 서울대어린이병원에서 치료 받으면서 '서울대어린이병원 간호사'라는 꿈이 생겼다. 사진 차선아씨
어린이날을 앞두고 소윤이가 서울대어린이병원을 찾았다. 평소처럼 치료받으러가 아니라 가슴에 품은 꿈을 다른 친구, 의료진들과 나누고 싶어서다. 공룡 인형을 든 채 환한 미소를 지은 소윤이는 2일 병원에서 열린 어린이날 기념행사 '우리들은 자란다'에 참석했다. 이날 소아암·희귀질환과 싸우고 있지만, 좌절하는 대신 자신만의 꿈을 키워내고 있는 어린이들이 전국에서 초대됐다. 서울대병원 소아암·희귀질환지원사업단이 뜻깊은 하루를 선물한 것이다.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환아·보호자 9명이 직접 적어낸 꿈과 소망을 소개하고, 서로 응원하는 시간. 아픔 속에서 꿈을 찾은 소윤이의 사연도 그렇게 영상편지로 공개됐다. 그런 마음을 아는 듯, 200여개 객석을 메운 아이들과 가족들은 힘찬 박수를 보냈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투병 중인 18살 연우도 오래 간직한 장래희망을 공개했다. 산림연구직 공무원이 되고 싶다는 꿈. 자연을 사랑한다는 연우는 직접 적어 보낸 사연에서 "치료를 잘 마치고 제 꿈과 일상을 다시 만나길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엄마 김정은씨는 "어릴 적부터 뚜렷한 꿈을 갖고 열심히 달려가던 딸에게 지난 2월 갑자기 병이 생겼다"며 "처음엔 너무 안타까웠지만, 헌신적인 의료진을 만난 덕분에 마음을 다잡고 치료받고 있다. 아이가 다시 꿈을 되새길 기회가 생겨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연우에겐 완치하고 꿈을 펼칠 일만 남았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을 이겨내고 산림연구직 공무원이 되고 싶다는 연우(18·오른쪽)와 연우 엄마 김정은씨가 2일 서울대어린이병원 CJ홀에서 열린 어린이날 행사에 참석한 뒤 기념촬영을 했다. 남수현 기자
만성 골수성 백혈병과 싸우면서도 곤충학자를 꿈꾸는 11살 현우(가명), 희귀질환인 단장증후군을 앓는 6살 해성(가명)이에게 자전거를 태워주고 싶다는 엄마…. 함께 자리한 서울대병원 교수진의 격려 속에 아이들과 가족들의 얼굴엔 미소가 번졌다.

이날 병동 내부는 총천연색으로 물들었다. 아이들에게 귀여운 캐리커처를 그려주거나, 피에로 아저씨가 기다란 풍선을 강아지·토끼·꽃 등 원하는 모양대로 만들어주는 자리가 마련됐다. 수액 주사를 꽂거나 휠체어를 탄 아이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캐리커처와 풍선을 받아 들곤 여느 또래처럼 환하게 웃었다. 그림 속 사과가 현실로 튀어나오는 등 '마법 같은' 이은결 마술사의 공연 때는 아이와 어른 모두 무대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지난 2일 서울대어린이병원에서 열린 어린이날 기념행사 '우리들은 자란다'에서 한 아이가 요술풍선 선물을 받고 있다. 사진 서울대병원
지난 2일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암·희귀질환지원사업단이 마련한 어린이날 행사에 참석한 환자·보호자·의료진들이 마술사 이은결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번 행사를 마련한 소아암·희귀질환지원사업단은 고(故) 이건희 전 삼성 회장 유족이 기부한 3000억원을 재원으로 2021년 5월 출범했다. 기부금을 통한 치료·진단 연구 덕분에 2021~2024년 1만1822명의 환자가 진단받았고, 5512명이 치료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사업단 지원을 받은 소윤이 엄마 차씨는 "비용이 많이 드는 검사를 거쳐 초기에 진단이 나오는 등 큰 혜택을 받았다"면서 "올해부터는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시 다닐 정도로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최은화 소아암·희귀질환지원사업단장(서울대어린이병원장)은 "고 이건희 회장의 뜻을 이어받아 치료로 지쳐 있는 환자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하고, 소중한 추억을 선물하는 자리였다"며 "앞으로도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전국 의료진과 협력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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