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한덕수, 일제히 지원 요청
'찬탄' 친한계 "모양만 화합" 불만도
'찬탄' 친한계 "모양만 화합" 불만도
한동훈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3일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제5차 전당대회에서 탈락한 후 김문수 후보의 연설을 듣고 있다. 고양=하상윤 기자
'패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고뇌가 깊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서 김문수 후보의 승리에 깔끔하게 승복했지만, 당이 여전히 탄핵의 강을 말끔히 건너지 못한 상황에서 '반탄(탄핵 반대)' 후보를 지원해야 하는 처지
에 놓인 것이다. 무턱대고 손을 잡았다가 불법 계엄 해제와 탄핵 찬성에 앞장선 자신의 정치적 자산이 물거품 될 수 있고, 아예 모른 척했다가 '배신자 프레임'에 또 한 번 갇힐 수 있다는 게 부담이다. 한 전 대표는 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대선후보 선출 전당대회에서 43.47% 득표율을 기록해 김문수 후보(56.53%)에게 패배했다. 당원 투표에서 김 후보에 22.50%포인트로 크게 뒤처진 게 뼈아팠다. 한 전 대표는 승복연설에서 "제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만 김문수 후보가 대한민국이 위험한 나라가 되는 것을 막아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저도 뒤에서 응원하겠다"
고 했다. 그러나 김 후보 지원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즉답을 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났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5차 전당대회에서 한동훈 후보와 포옹하고 있다. 뉴스1
당내 찬탄(탄핵 찬성) 지지층을 흡수해야 하는 김 후보로선 마음이 급해졌다. 후보로 선출되자마자 한 전 대표를 비롯한 나경원·안철수 의원, 양향자 전 의원 등 당내 경선 주자였던 인사들을 공동선대위원장에 위촉한다고 발표해 버렸다. 그러나
한 전 대표 측에서 사전 논의가 없었다고 반발하면서 선대위 인선은 '위촉'에서 '내정'으로 정정되는 해프닝도
겪었다. 두 사람의 신경전은 4일에도 이어졌다. 이날
김 후보는 첫 공식 일정으로 현충원 참배와 선거대책위원회 첫 회의를 열었지만, 다른 선대위 멤버들이 모두 참석한 것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 김 후보는 이날 오전 한 전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선대위 합류를 직접 부탁했으나, 한 전 대표는 "생각할 시간을 달라"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범보수 안팎에선 한 전 대표를 향한 러브콜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당장 김 후보와 단일화 협상을 앞두고 있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도 이날 "그동안 고생했다. 만나자"는 문자를 보내며 '한동훈 구애'
에 나섰다. 그러나 친한동훈계(친한계) 사이에서는 한 전 대표가 역할을 하기 위해선 '명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친한계 의원은 통화에서
"한 전 대표가 강조한 계엄 반대, 탄핵에 대한 입장은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고 줄세우기식 인선으로 화합 모양만 살리는 건 적절치 않다"
고 잘라 말했다. 한 전 대표 비서실장직을 맡았던 한지아 의원도 페이스북에 "국민의힘이 대선에 임하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계엄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라며 "계엄의 바다에서 허우적대면서 국민들께 다시 손을 내미는 것은 염치 없는 일"
이라고 비판했다. 범보수 진영의 최종 후보가 김 후보일지, 한 전 총리일지조차 불확실한 상황에서 단일화 국면까지는 일단 관망하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전 대표와 친한계 의원 20여 명, 원외 당협위원장 등은 7일 캠프 해단식을 갖고 향후 행보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 전 대표 지지자 사이에선
벌써부터 대선 이후 차기 당대표 선거를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
가 나오고 있다. 한 전 대표 지지자 카페인 '위드후니'에는 국민의힘에 실망감을 토로하면서도 "탈당하지 말고 한동훈을 기다리자" "다음 당권을 잡는 게 중요하다"는 반응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