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백악관을 결국 떠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부 효율부(DOGE)’ 수장으로 정치 무대까지 존재감을 확장했던 그는 본업인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자리로 복귀할 가능성이 크다. 전기차 왕좌 자리를 중국 비야디(BYD)에 내주고, 1분기 실적에서 초라한 성적표를 받은 테슬라가 반등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머스크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 주재로 열린 각료 회의에서 “훌륭한 내각과 함께 일할 수 있어 영광”이라며 작별 인사를 전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대단한 일을 해냈다”며 “언젠가는 자동차(테슬라)와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머스크는 본업인 테슬라 CEO 자리로 복귀할 전망이다. 머스크는 지난주 테슬라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정부 내에서 DOGE의 주요 작업이 대부분 끝났다”며 “아마 5월부터 정부 효율부에 할애하는 시간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복귀할 테슬라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글로벌 전기차 1위 판매량을 중국 BYD에 내줬다. 올해 1분기 테슬라의 전기차 판매량은 33만6600대로 BYD(41만6400대)보다 8만대 적었다. 가격 인하 전략에도 불구하고 수요 둔화와 경쟁 심화 속에서 판매 실적이 기대치를 밑돈 셈이다. 전체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9% 감소한 193억4000만달러에 그쳤다.
주가도 흔들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된 지난해 11월 6일 288.53달러였던 주가는 12월 사상 최고치인 479.86달러까지 올랐으나 취임 전과 비슷한 수준까지 내려왔다.
전망도 밝지 않다. 전기차 시장은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 빠졌고 중국 업체들의 공세는 거세지고 있다. 테슬라는 자율주행 기술과 에너지 사업, 로봇 택시 등 미래 먹거리를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수익화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여기에 머스크의 정치적 행보가 회사의 ‘오너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는 점도 우려 사항이다. 앞서 미국에선 테슬라 매장, 차량을 향한 폭력적 항의가 벌어진 바 있다. 머스크에 반대는 이들이 테슬라 매장 창문을 깨거나 낙서하고, 차량을 긁거나 불태웠다.
머스크는 복귀 이후 내부 불만부터 잠재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머스크의 행보에 불만을 품고 내부 이사회가 후임자를 모색했다고 보도했다. 머스크가 DOGE 수장으로 임명되는 등 정치 활동에 집중하기 시작하던 시기였다.
업계에선 머스크가 어떤 비전을 제시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테슬라는 앞선 실적발표에서 올해 성장 전망은 제시하지 않으며 “2분기 실적발표 시 2025년 전망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