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파면을 만장일치로 결정하기까지 국민들은 답답함을 감추기 어려울 정도로 오랜 시간 결론을 기다려야 했는데요.
최근 임기를 마친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평생의 은인 김장하 선생을 찾아가 헌재가 숙고하는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 대해 처음으로 털어놨습니다.
이준석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임기를 마친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김장하 선생을 찾았습니다.
변론 종결 이후 탄핵 선고까지 38일.
과거 사례보다 유독 평의가 길어진 이유에 대해 이 자리에서 처음으로 입을 열었습니다.
[문형배/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오래 걸린 건 말 그대로 만장일치를 좀 만들어보려고… 시간이 조금 늦더라도 만장일치를 하는 게 좋겠다고 저는 개인적으로 생각했어요."
탄핵 선고의 무게를 생각할 때 재판관 8명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으면 극심한 혼란과 분열을 피할 수 없을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문형배/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만약에 몇 대 몇으로 나가면 어떻게 공격하냐면, 그 소수 의견을 가지고 다수 의견을 공격할 수밖에 없거든요. 이런 주제를 가지고 재판관끼리 이견이 있는 상태에서 국민을 설득하기 힘들다 저는 그렇게 생각했고…"
길었던 평의 끝에 8대 0으로 이끌어낸 파면 선고.
탄핵의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었던 이 결론의 배경엔 헌재 내에서의 인내의 시간이 있었습니다.
[문형배/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사건을 보자마자 결론이 서는 사람들이 있지만, 모든 것을 다 검토해야 결론을 내는 사람도 있거든요. 그 경우에는 당연히 빠른 사람이 느린 사람을 기다려야지. 빠른 사람, 급한 사람들이 인내를 가질 필요가 있다."
'애 많이 썼다'면서 김장하 선생이 문 전 재판관에게 던진 묵직한 질문.
[김장하/전 남성문화재단 이사장]
"다수결이 민주주의의 꽃이라 그러는데, 요란한 소수가 조용한 다수를 지배한다, 그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거야?"
문 전 재판관의 답은 다시, 민주주의였습니다.
[문형배/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요란한 소수를 설득하고 다수의 뜻을 세워나가는 지도자가 나타날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 체제가 가능한 게 저는 민주주의라고 생각하고…"
"영리 목적의 변호사는 하지 않겠다"고 다시 한번 확인한 문형배 전 재판관은 학계에 몸담을 뜻을 밝혔습니다.
MBC뉴스 이준석입니다.
영상취재 : 김장훈 (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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