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해 9월4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국민의힘에서는 4일 김문수 대선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대선 후보 단일화를 두고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당 비상대책위원회의 기존 지도부는 빠른 단일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새로 당권을 쥔 김 후보는 당 사무총장 교체 등 단일화 주도권 잡기에 들어갔다. 대선 후보 등록 마감일인 오는 11일 안에는 단일화 절차가 마무리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이르면 5일 당내에 단일화 추진 기구를 설치하고 본격적인 단일화 협상에 나설 계획이다. 이날 바로 협상을 진행해 오는 7일 안에 끝내려던 당 지도부의 구상보다는 단일화 절차가 늦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의 만남 역시 이날 성사되지 않았다.
당에선 단일화가 늦어지는데 대한 우려가 나왔다. 당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12일에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하려면 후보가 며칠 전에는 정해져야 후보 콘셉트에 따라 공보물을 준비하고, 차량 준비도 미리 할 수 있다”며 “시간이 촉박하다”고 말했다.
당무우선권을 쥔 김 후보 측은 바로 단일화 협상을 하자는 지도부의 말에 불쾌감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후보는 자신의 캠프 총괄선대본부장을 지낸 장동혁 의원을 새 사무총장으로 지명했다. 대선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선거 실무를 총괄할 사무총장을 교체한 것을 두고 김 후보가 단일화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끌고 가려 한다는 해석이 나왔다. 김 후보는 이날 국립현충원 참배 후 선거대책위 상견례, 본인이 도지사를 지낸 경기도의 포천시와 의정부시를 방문하는 등 대선 주자로서 첫날 일정에 집중했다.
김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 전 총리와 단일화에 대해 “너무 늦지 않게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다. 최대한 감안하겠다”면서도 “가급적 (단일화에) 넓은 폭으로 모든 분들이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 등을 넣는 ‘원샷’ 경선에 힘을 실은 것이다. 김 후보가 실제 원샷 경선을 강하게 주장할 경우 단일화 협상 결론은 더 늦게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당에선 김 후보가 단일화 논의의 주도권을 쥐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간이 늦어질수록 급해지는 건 무소속인 한 전 총리이기 때문이다. 대다수 당내 인사들은 김 후보가 그래도 단일화를 거부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사실상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핵심 구호로 선출된 상황에서 단일화를 거부하면 지지세가 떨어져 버틸 수 없다는 것이다. 대선 후보 등록 기간인 10~11일 전에는 단일화가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발표되는 여론조사가 논의의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전 총리가 김 후보에 비해 크게 우세할 경우 단일화 협상에 압박이 될 수 있다.
한 전 총리 측은 대선 주자로서 일정과 캠프 모두 단일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 전 총리는 이날 특별한 공개 일정 없이 교회를 방문하고 언론 인터뷰를 진행했다. 대선 캠프는 총리실 핵심 참모와 대통령실 부대변인 출신의 김기흥 대변인, 이정현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 등 실무진 위주로 소규모로 꾸렸다. 한 전 총리 측에선 손영택 전 총리비서실장이 단일화 협상의 키를 쥘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