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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등 지적…대법원측 "상고심 특성…빠짐없이 다 읽는 것 아니다"
"사실관계는 2심과 동일, 법리적용만 따져"…학계·법원·법조계 가세


민주당 이재명 후보 대법원 판결 보는 시민들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1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공직선거법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 생중계를 보고 있다. 2025.5.1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황윤기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상고심 판결 심리 기간이 이례적으로 짧았던 것을 두고 법조계와 정치권에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4일 일부 법학자와 현직 판사 등 법조인들은 판결에 관여한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전체 기록을 모두 검토하고 숙지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민주당 김민석 상임공동선대위원장 겸 수석최고위원도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대법관들이 챗GPT보다 탁월한 속독력으로 6만 페이지의 기록을 독파했다는 것인데, 국민은 사실인지 확인하고 싶을 것"이라며 "전자문서를 다 읽었는지 즉각 공개 답변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 측은 상고이유를 제한하는 규정, 사후심이자 법률심인 상고심 특성 등을 고려할 때 대법관들이 모든 기록을 전부 읽고 재판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 질의에 "상고심 특성으로 인해 (대법관들이) 1쪽에서 6만쪽까지 기록을 하나도 빼지 않고 다 읽어야 판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각 업무 방식에 따라 다른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법상 '사형·무기·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이 아니면 양형 부당을 이유로 상고할 수 없고, 이런 경우가 아니면 대법원은 사실오인 여부를 심리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오직 '판결에 영향을 미친 헌법·법률·명령·규칙 위반'이 있는지에 관해 재판한다.

또한 대법원은 '상고 이유서'에 제출된 범위 내에서만 심리할 수 있다. 예컨대 사건의 쟁점이 6개라고 해도 당사자들이 2개 쟁점에 대해서만 다툰다면 대법원은 이에 관해서만 심리할 수 있다. 이 범위를 넘어 재판하면 위법 소지가 생긴다.

법리에 대한 최종적 해석을 하는 게 대법원 역할이어서 이 같은 제한이 마련됐다. 상고심 단계에서 모든 사실관계를 다 살피게 하면 대법원이 업무 과부하로 실질적 기능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후보 사건에서도 원칙은 지켜졌다는 게 대법원 입장이다. 이 후보가 어떤 발언을 했는지와 그 배경에 관한 '사실관계'는 2심이 인정한 것을 그대로 따르되, 이후 법리 판단에서 '허위사실의 공표'와 '사실과 의견의 구별', '발언의 해석'에 관한 법리가 제대로 적용됐는지 심리했다는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사실관계는 1, 2심에 별 차이가 없고 대법원도 사실관계는 동일한 것을 전제로 법리 적용에 있어서만 원심의 오류가 있음을 들어 파기환송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판결문에서 대법원은 '2심 법원이 법리를 오해했다'는 점을 반복해서 지적했고, 사실관계 인정이 틀렸다는 부분은 없었다.

대법관들은 사건이 접수된 후 전원합의체 회부 결정 이전부터 기록을 검토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법관 심리를 보조하는 대법원 재판연구관(판사)들도 대거 동원돼 기록을 검토하고 대법관들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상 대법관들은 대법원에 사건이 접수되면 주심 배당이나 소부 재판부(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부) 소속과 무관하게 스캔된 디지털 기록을 통해 기록을 검토할 수 있다고 한다.

법원조직법에 따라 대법원의 심판권은 대법관 전원으로 구성된 전원합의체가 행사하는 게 원칙이기 때문이다. 대법관은 접수된 사건을 전부 검토할 수 있고 전합 회부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도 원칙적으로는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후보 사건은 3월 28일 접수됐다. 대법관 중 누가 언제부터 언제까지 기록을 검토했는지, 누가 어떤 의견을 냈는지는 법률상 비공개 대상인 '대법관 합의'에 포함되는 영역이라 공개되지 않는다.

이번 사건도 조 대법원장이 사건의 중요도와 국민 관심사 등을 고려해 대법원 내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직접 전원합의체 회부를 결정했다는 것까지만 알려졌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안질의 때 "형사기록 전자 스캔으로 (대법관들이) 기록은 모두 보셨다고 확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관들은 원본과 전자기록을 모두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형사전자소송 제도가 시행되지 않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원본을 토대로 심리하지만, 문서의 동일성이 유지되는 디지털 기록을 보조적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고 대법원은 설명했다.

현재 형사재판 실무에서는 소송기록 원본을 스캔해 전자화한 뒤 이를 보조 자료로 활용하는 방식은 통상적으로 행해진다. 특히 주요 사건이 많은 서울고법 형사부는 스캔을 통한 기록의 전자화를 거치는 게 일반적이라고 한다.

이와 관련해 법원 사법정보공개 포털에는 관련 정보공개 청구가 빗발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 관계자는 "기록 검토와 심리 등에 관한 구체적 사항은 법원조직법 65조에 따른 합의의 비공개 원칙에 위배될 수 있어 더 세밀히 설명 드릴 수 없음을 양해해달라"고 말했다.

법학자와 일부 판사들의 비판도 제기된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글에서 "소송기록을 숙독할 시간도 없었고 견해 차이를 치열하게 내부 토론할 여유도 없이 그냥 몇 대 몇으로 밀어붙였다"며 "사법 정치 개입에 대해 대법원장이 책임지고 거취를 정해야 할 시간이 다가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청주지법 한 부장판사는 "6만쪽 정도는 한나절이면 통독해 즉시 결론 내릴 수 있고, 피고인의 마음속 구석구석을 꿰뚫어 볼 수 있는 관심법"이라고 내부망에 글을 올렸고, 부산지법 부장판사도 "(이 후보 사건의) 이례성은 결국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비판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이고 이러한 비판 자체가 법원의 신뢰와 권위를 잠식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지방법원장 출신 강민구 변호사는 SNS에서 "대법원의 정상적인 절차적 결정에 대해 정치적 불복을 선언하고 있는 셈"이라며 "그들이 주장하는 '기록을 못 봤다'는 말 자체가 대법관들의 능력과 진실성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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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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