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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버스 기사가 정류장도 아닌데 느닷없이 차를 세우더니 승객에게 달려갑니다. 그러고는 승객을 들쳐 업고 건물 안으로 뛰어 들어갑니다.



‘쿵’ 여대생 쓰러지자 병원까지 들쳐 업고 달린 주인공



지난달 21일 오후 3시45분. 수인·분당선 죽전역에서 단국대학교를 오가는 죽전운수 24번 마을버스 기사 이시영씨는 갑자기 ‘쿵’ 하는 소리에 놀라 뒤를 돌아봤는데, 승객 한 명이 의식을 잃고 바닥에 쓰러져 있습니다. 급하게 차를 세운 시영씨. 20대로 보이는 여성 승객은 희미하게나마 호흡과 맥박이 있었지만 의식은 없는 듯했습니다.



시영씨는 일단 최대한 빨리,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버스를 몰았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쓰러진 승객을 어찌어찌 업는데 성공한 시영씨. 빌딩 4층에 있는 병원까지 의식 없이 축 늘어진 환자를 업은 채 미친듯이 뛰었습니다.



환자를 맞이한 동네 병원 원장님의 빠른 처치



환자를 맞은 건 점심시간에 휴식하던 원장 선생님이었습니다. 사실 시영씨가 달려간 곳은 응급실이 아니라 동네 내과였거든요. 문제는 환자와 친구가 한국말에 서툰 중국인이라는 거였어요. 나중에 인근 단국대 유학생이라는 걸 확인했지만, 당시에는 환자의 신원 조차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는데도, 원장 선생님은 한치의 망설임 없이 응급처치를 시작했습니다.



이재훈 다건연세내과 대표원장
“의식이 없고 숨은 좀 몰아쉬긴 하지만 혈압도 낮았고, 얼마 전에 발치를 했나 봐요. 때문에 식사를 잘 못하고 영양실조도 겹쳤을 거고, 미주신경성 실신이라고 몸에 자율신경이 깨지면 맥박이 빨라지거나 호흡이 빨라지거나 혈압이 뚝 떨어지면서 실신하는 경우인데 이 친구도 그거에 연관돼 있지 않을까….”




원장님은 급히 수액을 처방하고 혈압을 올릴 수 있는 조치를 취했고, 그렇게 5분쯤 후 신음과 함께 여성의 의식이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근데요, 앞에서 이 여성의 증상이 미주신경성 실신같다고 했잖아요. 이 증상은 심정지로 이어지기 쉬워서 골든타임이 정말 중요하다고 하더라고요. 원장님 얘기입니다.



이재훈 다건연세내과 대표원장
“완전히 정신이 돌아온 건 20~30분 지나서니까… 응급실 찾아서 몇 바퀴 돌다 보면 심정지가 왔을 수도 있죠. 결과적으로는 여기 와서 빨리 (처치)한 게 행운인 거죠.”




환자를 받는 응급실을 찾아서 헤매다가 조금만 늦었더라도, 정말 위험한 상황이 벌어졌을 수도 있었다는 겁니다.

버스로 향한 시영씨에게 온 감사 선물들



이런 놀라운 일을 한 시영씨는 그 사이 어디에 있었을까요.



이시영 한비운수 24번 마을버스 기사
“버스 승객들이 기다리고 있고 그래서 데스크에 제 전화번호를 알려드리고 제가 병원비를 부담하겠으니 치료 잘 해주시라고 끝나면, 연락주라 그렇게 얘기하고 왔어요.”





그러니까 승객들이 기다리는 버스로 달려가 운행을 재개했던 거죠. 나중에 시영씨는 승객이 무사하다는 연락을 받고 병원비를 결제했다고 해요. 뒤늦게 이 사실을 안 학생은 친구와 함께 찾아와서 치료비를 갚고, 감사 인사와 함께 뜻밖의 선물까지 해주고 갔다는데요. 바로 이것, 홍금기였습니다. 중국에서는 생명을 살린 의인에게 붉은 비단 깃발을 준다고 하네요. 시영씨 미담은 중국에서도 이렇게 화제가 됐습니다.





물론 국내에서도 보도가 많이 됐는데, 얼마 전에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승객이 시영씨에게 이런 쪽지를 건넸다고 합니다. 자기가 2년 전에 쓰러졌을 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서 세상이 차갑다고 생각했는데 기사님 기사를 보고 상처가 치유됐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렇게 여러 사람을 감동시킨 시영씨는 7개월 전까지만 해도 딸 넷을 둔 전업주부였다고 합니다. 망설임 없이 쓰러진 학생을 업고 뛴 것도 딸들이 생각나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지요.

6년째 동결된 마을버스 요금 1350원…열악한 환경에서도 선행



뒤늦게 이 사실을 안 동료들은 건강보험 적용도 안 될 게 뻔한 중국 유학생의 진료비를 시영씨가 대신 결제했다는 점에서 더욱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최용길 한비운수 전무이사
“시내버스하고 임금 차이가 80만원 내외 차이가 납니다. 마을버스라고 해서 시내버스하고 다른 게 하나도 없는데도 말이죠. 그런 상황에서도 선행을 베풀었다는 게 놀랍죠.”


설명을 들어보니 이해가 됐습니다. 마을버스 기사의 임금은 시급으로 책정되는데 시간당 최저임금인 1만50원을 받는다고 합니다. 하루 9시간 꼬박 운전대를 잡으면 9만450원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거죠. 그러니까 이날 일면식도 없는 유학생을 위해 시영씨가 낸 돈은 그가 이틀을 꼬박 근무해서 번 정말 소중한 돈이었던 겁니다.



이번에 시영씨 사연을 취재하면서 알게 된 내용인데요. 마을버스 기사님들의 근무환경은 생각보다 훨씬 열악하더군요. 6년째 버스 요금이 동결된 탓이 크다고 합니다. 그래서 업계 쪽에서는 요금 인상과 별도의 수당 등 지급을 지자체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용인시에서도 필수노동 수당 지급 및 노선관리형 준공영제 도입 등에 대해서는 전향적으로 추진 단계라고 합니다. 이참에 마을버스 기사님들의 근무환경이 조금이나마 개선됐으면 좋겠습니다.

코로나 때 방역을 선도한 메디컬처치 담당 목사



이처럼 어려운 환경에서도 타인을 도운 시영씨만큼 귀감이 되는 주인공이 또 있습니다. 그는 바로 학생을 치료한 다건내과의원 이재훈 원장님인데요. 그는 의사이기 전에 인근 교회에서 사역하는 부목사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시영씨와 원장님은 교회 목사님과 신실한 성도 사이였던 거죠. 이 원장님은 코로나19 팬데믹 때 ‘메디컬처치’를 도입해 화제를 모은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이재훈 다건연세내과 대표원장
“1년에 한 두번 정도는 교회에서 예배 중에 쓰러지시는 분도 계세요. 코로나 때는 교회에 나오는 성도들 밖에서 발열 체크 다 하고 손 소독 다 시키고 입장하고. 그렇게 한 덕분에 3년 동안 교회 내 확진은 한 명도 없었어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의료봉사를 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은 덕분에 이번에 쓰러진 학생의 상태를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해 처치할 수 있었다고 해요. 성경 속 말씀을 실천하는 두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기독교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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